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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코모 Dec 01. 2022

두 눈을 의심했다, 보고도 믿기 어렵다는 국산 오픈카들

쌍용 칼리스타 / 사진 출처 = 네이버 남차카페 대전ll록슥님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은 다양한 수입차 브랜드가 진출해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꽤 보수적인 편에 속한다. 튀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는 한국인들의 성격상 유채색보단 흰색, 회색, 검은색 등 무채색 차량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차종 또한 SUV, 세단이 대부분이며 2도어 쿠페, 컨버터블 등은 수입차만 일부 판매될 뿐이다.


하지만 한때 국산차 중에서도 낭만의 상징인 컨버터블이 존재했다. 시장 규모가 훨씬 작았을 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지금보다 경직되어 있던 1980년대에 국산 컨버터블이 버젓이 판매되었으며 90년대와 2000년대에 새로운 컨버터블이 더 출시되기도 했다. 과연 팔리기는 했는지, 지금도 운행되는 차량이 있는지 빠르게 살펴보았다.


최초의 국산 컨버터블

쌍용 칼리스타

쌍용 칼리스타 / 사진 출처 = 네이버 남차카페 경기lldream롤스'님
쌍용 칼리스타 인테리어 / 사진 출처 = Hyman LTD

SUV 명가 쌍용자동차의 첫 승용차 하면 대부분 체어맨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쌍용차는 체어맨 이전에 컨버터블 모델인 '칼리스타'를 먼저 출시한 바 있다. 1976년 영국 자동차 제조사 팬더 웨스트윈즈(Panther Westwinds)의 로드스터 '리마(Lima)'가 기원으로 엄밀히 쌍용차가 기획한 모델은 아니다. 하지만 1980년에 자동차 마니아로 유명했던 김영철 진도모피그룹 사장이 팬더사를 통째로 인수, 국내에서 칼리스타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며 국적이 바뀌게 되었다.


그러나 판매 부진에 경영 부진까지 덮치며 결국 1987년 쌍용차에 회사가 매각되었고 칼리스타도 자연히 쌍용차로 넘어가게 되었다. 당시 쌍용차는 수작업 생산 방식이 국내 사정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 생산을 유보했고 1992년부터 현재의 평택공장에 수작업 조립 라인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했다. 연간 내수 100대, 수출 200대를 목표로 생산했지만 당시 3,300~3,800만 원에 달하는 판매가는 그랜저 최상위 트림보다 비쌌고 결국 판매량 78대를 기록한 채 단종되었다.


원가보다 싸게 팔렸지만...

시대 잘못 만난 기아 엘란

기아 엘란 / 사진 출처 = 네이버 남차카페 홍성llFerrari님
기아 엘란 / 사진 출처 = 네이버 남차카페 세종ll남자동차님

기아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국산 컨버터블 '엘란'을 판매했었다. 1990년대 초 기아자동차의 첫 스포츠카를 계획했던 김선홍 전 기아차 회장은 당시 경영난에 시달리던 영국 스포츠카 제조사 '로터스'로부터 경량 로드스터 '엘란'의 생산라인 및 설계를 인수했다. 태생은 영국차였지만 기아차의 손길을 거치며 당당하게 국산차라고 부를 수 있는 구성을 갖추게 된다. 로터스 엘란에 기아차의 숏 스트로크 고회전 엔진 T8D를 손보고 세피아 수동변속기를 맞물려 얹었다.


1.8L로 커진 엔진 사이즈에 맞춰 볼륨을 키운 보닛과 기아차가 자체 디자인한 테일램프, 내장재 등이 적용된 기아 엘란은 원판과는 완전히 다른 모델이 되었다. 짧은 개발 기간을 감안해도 상당한 완성도를 보였고 차량 특성상 엄청난 관심을 모았지만 판매량은 바닥을 기었다.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음에도 여전히 비싼 2,750만 원의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 게다가 출시 1년 만에 IMF 사태가 터지며 수요 자체가 거의 사라졌고 결국 기아차도 현대차에 인수되며 엘란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우차 뱃지 단 수입차

GM대우 G2X

새턴 스카이 / 사진 출처 = Wikipedia
GM대우 G2X / 사진 출처 = 네이버 남차카페 수원ll신근님

GM대우(현 쉐보레)는 GM 계열사인 새턴의 로드스터 '스카이'에 GM대우 로고를 단 G2X를 2007년부터 2008년까지 판매했었다. 미국에서 생산된 차를 들여와 로고만 바꾼 '뱃지 엔지니어링' 모델인 만큼 진정 국산차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법적으로는 국산차에 해당됐다. G2X는 로드스터 전용 플랫폼이 적용되어 당대 로드스터 가운데 최고의 비틀림 강성을 자랑했으며, 무게중심도 로터스와 비견될 정도로 낮았다.


최고출력 264마력, 최대토크 36kg.m를 내는 2.0L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이 5단 자동변속기와 함께 맞물려 뒷바퀴를 굴렸고 0-100km/h 5.5초, 최고속도 227km/h로 현재 기준으로도 경쾌한 동력성능을 자랑했다. 출시 가격은 4,390만 원, 얼마 뒤 4,460만 원으로 올라 엘란처럼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았으며 결국 출시 이듬해에 누적 판매량 109대를 기록한 채 수입이 중지되었다.


만약 양산됐더라면?

현대 투스카니 CCS

현대 투스카니 CCS / 사진 출처 = 현대자동차
현대 투스카니 CCS / 사진 출처 = 현대자동차

한편 현대차도 컨버터블을 출시할 뻔한 적이 있었다. 200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CCS'는 전동식 하드탑이 적용된 투스카니 기반 콘셉트카였다. 하드탑 외에도 글라스 루프를 파노라마 선루프처럼 별도로 여닫는 기능 등 당시 컨버터블 중에서도 혁신적인 구성으로 주목받았다.


콘셉트카 치곤 양산을 염두에 둔 듯 높은 완성도를 보였기에 실제 양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컸고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도 출시를 꽤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시속 60km 이하에서 탑을 여닫을 수 있도록 개발 중이며 2005년 출시 예정이다"라는 내용의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현대차는 시장성과 가격 책정을 놓고 투스카니 컨버터블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고 결국 CCS는 콘셉트카로 남아 모두를 아쉽게 했다는 후문이다.


제네시스 엑스 컨버터블

양산으로 이어질까?

제네시스 엑스 컨버터블 콘셉트 / 사진 출처 = Autocar

하지만 다시 한번 희망이 생겼다. 지난 15일 제네시스는 브랜드 최초의 컨버터블 콘셉트카 '엑스 컨버터블'을 선보였다. 전동식 하드탑이 탑재되었으며 탑을 닫은 상태에서도 광활한 글라스 루프가 뛰어난 개방감을 제공한다는 점까지 CCS와 동일하다. 가장 큰 특징은 앞서 공개된 엑스, 엑스 스피디움 쿠페와 마찬가지로 전기차라는 점이다.


내외장 색상은 한국 전통 가옥에서 영감을 얻은 색상이 적용되어 한국 고유 이미지를 강조했다. 엑스 컨버터블은 콘셉트카인 만큼 양산 여부를 논하기에 이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양산 가능성을 기대할 만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콘셉트카임에도 양산형에 가까운 외관 완성도를 갖췄다는 게 근거며 빠르면 1~2년, 늦어도 5년 내 출시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과연 진정한 국산 컨버터블이 조만간 등장할지 귀추를 지켜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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