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이슈 중 하나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꼽을 수 있겠다.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 혹은 배터리 원재료를 일정량 이상 미국에서 가져다 쓴 전기차에만 7,500달러(약 940만 원) 상당의 세액 공제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이 있어 업계의 상당한 반발을 산 바 있다. IRA가 발효된 후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와 그렇지 못한 전기차의 실 구매 비용은 상당한 폭으로 벌어졌으며 현대차를 포함한 완성차 업계는 지속적인 항의를 이어갔다.
결국 미국 정부는 작년 말 전기차 세액공제 규정에 관한 추가 지침을 발표함으로써 논란을 일부 잠재웠다. 완성차 제조사가 차량을 팔지 않고 리스 등의 방법으로 대여해 줄 경우 세액 공제 대상에 포함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완성차 업계에 유리한 조건이 한 가지 더 생겨 관심을 끈다. 해당 법안으로 인해 세액 공제 혜택 대상이 확대되었는데 이중 국산 전기차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SUV 분류 기준 개정
가격 상한선 높아졌다
지난 3일(현지 시각)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세액 공제를 받는 전기차의 분류 기준이 개정됐다. 기존 IRA는 5만 5천 달러(약 6,900만 원) 이하 승용 전기차, 8만 달러(약 1억 원) 이하 전기 SUV, 밴, 픽업트럭에만 세액 공제 혜택을 적용했다. 여기서 SUV를 분류하는 기준이 논란의 중심이었는데, 일부 소형 SUV가 일반 승용차로 분류되며 가격 부분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폭스바겐 ID.4 사륜구동 사양은 SUV로 분류되나 후륜구동 사양의 경우 승용차로 분류되었으며 테슬라 모델 Y 역시 7인승 사양은 SUV, 5인승 사양은 승용차로 분류됐다. 이에 미 재무부는 유연한 기준을 적용해 SUV에 가까운 형태의 크로스오버 모델까지 모두 SUV로 분류될 수 있게 됐다.
국산 전기차도 수혜자
환영하는 완성차 업계
개정된 기준에 따라 포드 머스탱 마하-E, 테슬라 모델 Y 5인승, 폭스바겐 ID.4 후륜구동 사양, 캐딜락 리릭 등이 기존 승용차에서 SUV로 분류되었으며 가격대가 5만 5천~8만 달러 이내인 모델은 7,500달러 상당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의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역시 이번 개정안의 수혜자로 꼽힌다. GV70 전동화 모델은 아직 미국 출시를 앞두고 있으나 시작 가격이 5만 5천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IRA의 북미 생산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올해 중으로 앨라배마 공장에서 GV70 전동화 모델의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 상반기 중으로 GV70 전동화 모델을 미국 시장에 투입할 예정"이라며 "차량 가격과 보조금 등은 출시 시점에서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소속된 미국 자동차 협회(AAI)는 성명을 통해 "전기차 세액 공제 혜택 관련 혼란을 줄이고 전기 크로스오버를 구입하려는 고객들을 돕는 좋은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즉시 가격 올린 테슬라
"완성차 업계의 승리"
한편 테슬라는 IRA가 개정되기 무섭게 모델 Y의 미국 판매 가격을 인상했다. 미 재무부 개정안이 발표된 날 테슬라는 모델 Y 롱 레인지 모델의 가격은 2% 올린 5만 4,990달러, 퍼포먼스 모델은 2.7% 올린 5만 7,990달러로 책정했다. 약 3주 전 모델 Y의 가격을 최대 20%까지 인하한 것과 크게 대조되는 행보다.
네티즌들은 "미국이 웬일로 융통성을 발휘하네?", "테슬라는 하는 짓이 진짜 얌체 같다", "지금 국내에서 GV70 전동화 모델 시작 가격이 7,800만 원을 넘기던데 현대차는 진짜 얻어걸렸네", "지속적으로 항의한 자동차 회사들이 쟁취한 승리임", "얼마나 쪼아댔으면 미국 정부가 법을 다 바꾸냐"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