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형 SUV라는 새로운 모델을 개척한 자동차, 캐스퍼. 해당 차량은 현대차와 광주광역시가 합작해 설립한 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위탁 생산되는 차량이다.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캐스퍼의 흥망성쇠가 결국 GGM의 흥망성쇠와 직결된다는 의미다. 기업으로서도 지자체로서도 잘되면 무조건 좋은 캐스퍼의 성공.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못한 상황이라고 한다.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최근 캐스퍼는 판매량은 크게 줄어들었고, 그에 따른 재고 물량이 많이 늘어난 상황을 맞이했다고 한다. 한때는 대한민국 경차 시장을 다시 부흥시킬 차량이라 평가받던 캐스퍼.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된 것일까? 이와 관련된 자세한 소식,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대박 조짐 보였지만
결국 재고에 골머리
GGM의 운명이 걸려있는 차량, 캐스퍼. 캐스퍼는 2021년 9월 출시 이후 지난 1월까지, 약 1년 반 만에 누적 판매량 6만 1,878대를 달성하는, 말 그대로 ‘기염을 토했던’ 차량이다. 판매량 부문에서도 매월 경차 시장 1위를 차지해왔고, 지난해 승용차 연간 판매량 순위표에서는 4만 8천 대라는 판매량으로 전체 8위를 차지하기도 했었다.
이러니 캐스퍼가 업계 전문가들 사이 다소 위축된 대한민국 경차 시장을 다시 부흥시킬 차량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바로 재고다. GGM은 지난해 당초 계획대로 5만 대의 캐스퍼를 생산했다. 문제는 판매량이 4만 8천 대에 그치며 2천 대의 재고가 발생하게 된 것.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경기 침체가 더해지기 시작하면서 캐스퍼는 빠져나올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서게 됐다.
경기 침체 직격탄
비싼 가격도 한몫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경기 침체는 캐스퍼의 판매량이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캐스퍼는 지난 8월부터 판매량과 생산량 사이 간극이 커지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후 9월, 10월, 12월 내내 판매량이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했다. 심지어 12월의 경우 생산량과 판매량 사이 간극이 1,191대라고 한다. 12월 한 달에만 1,191대의 재고가 쌓인 것이다.
11월은 하반기 중 유일하게 판매량이 생산량을 앞지른 달이다. 그러나 이달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자. 바로 할인이다. 당시 현대차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와 연계, 캐스퍼에 최대 120만 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었다. 즉 할인으로 인해 아주 잠깐 반짝했던 것이다. 여기에 더해 경차임에도 2천만 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표가 불황 효과까지 제거해버렸다. 여러 방면에서 악재란 악재가 전부 쏟아졌다고 말해도 무방한 상황인 셈이다.
올해 전망도 암울
GGM 미래 어찌 되나?
캐스퍼의 부진에 GGM의 전망까지 다소 암울해졌다. 우선 GGM은 올해 캐스퍼 생산량을 4만 5천 대로 설정해뒀다. 기존 5만 대에서 10%가량 줄어든 이유는 캐스퍼 전기차 생산 설비의 설치를 위해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캐스퍼로선 이 4만 5천 대라는 생산량조차 소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심지어 차량은 팔리지도 않는데 인원은 더 늘어날 예정이다. 캐스퍼 전기차 생산에 맞춰 2교대 조업 형식으로 공장을 가동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600여 명에 달하는 직원 수가 대폭 늘어날 예정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만 남아있는 셈. 과장을 조금 보태 말하자면 캐스퍼 전기차조차 부진해지는 순간 GGM에는 조금의 미래조차 없어지게 된다. 과연 현대차의 캐스퍼와 GGM은 이번 부진을 어떤 식으로 마무리 짓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