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오는 2025년부터 도입할 배출가스 규제 '유로 7'에 대한 자동차 업계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협회(ACEA)는 작년 11월 EU가 유로 7을 발표하기가 무섭게 성명을 통해 우려를 표했다. 작년까지 ACEA 회장이었던 올리버 집세(Oliver Zipse) BMW CEO는 "유로 7 시행을 통해 얻을 환경적 이점은 제한적이며 자동차 제조 비용은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마스 셰퍼(Thomas Schafer) 폭스바겐 CEO는 "사이버 보안과 안전 규제 대응만 해도 자동차 한 대당 제조 비용이 2천 유로(약 270만 원)가량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로 7 배출가스 규제에 관해서도 "완성차 업계가 2025년까지 모든 신차에 이를 반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 규제 대응과 제조 단가 절감이라는 두 가지 난제 앞에서 자동차 업계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얼마나 엄격하길래?
브레이크 마모 제한
전동화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자동차 제조사로 꼽히는 폭스바겐은 2만 5천 유로(약 3,400만 원)대의 소형 전기차를 2025년까지 출시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전동화 전환을 기후 재앙 예방에 목적을 둔다면 소형차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고 차량용 배터리 셀의 자체 표준 규격을 마련해 대량 생산을 준비 중이다.
유로 7에는 사상 처음으로 전기차에도 영향을 미치는 규정이 포함됐다. 유로 7이 시행되는 2025년부터 EU 회원국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는 브레이크 마모 한계값 및 미세 플라스틱 배출량 제한을 준수해야 한다. 시행 초기에는 주행거리 1km당 미세 플라스틱 배출량 7mg 이내, 2035년부터는 3mg 이내로 배출해야 한다.
타이어 마모량도 제한
배터리 수명 보장돼야
타이어 마모에 따라 발생하는 미세 플라스틱 역시 배출량이 제한된다. 전기차의 경우 무거운 배터리 팩을 탑재해 동급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무거우며 즉각적으로 최대토크를 낼 수 있다는 동력 특성으로 인해 타이어 소모가 더 빠르다. 다만 타이어의 경우 사계절 타이어, 윈터 타이어나 특수 타이어 등 종류를 불문하고 기준치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전기차는 배터리 내구성도 일정 수준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유로 7은 전기차 출고 후 5년 또는 누적 주행거리가 10만km에 다다랐을 때 배터리의 저장 용량은 신차의 80% 이상 유지할 것을 요구한다. 8년 또는 16만km를 넘겼을 때도 70% 이상 수준이 보장돼야 한다. 승용 전기차와 경형 전기 상용차는 2025년부터, 대형 트럭과 버스 등은 2027년부터 해당 기준이 적용된다.
소형차만 해도 680만 원 올라
신차 구매 진입장벽 높아질 듯
한편 토머스 셰퍼 폭스바겐 CEO는 유로 7의 도입에 따라 신차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형 해치백 폴로만 해도 최소 3천 유로(약 410만 원)에서 최대 5천 유로(약 680만 원)까지 신차 가격이 인상될 것이며 준중형 해치백 골프와 중형 세단 아테온, SUV 라인업 등의 가격 인상 폭은 이보다 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EU가 대당 90유로(약 12만 원)에서 150유로(약 20만 원) 수준의 제조 원가 인상 폭을 예상한 것과 크게 대조된다. 배출가스를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이는 유로 7 초안대로였다면 원가 인상 폭이 더욱 컸겠지만 그나마 규정이 완화되어 이 정도로 줄었다고 EU는 주장한다. 하지만 앞으로 신차 가격의 가파른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은 틀림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