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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코모 Feb 20. 2023

서민의 포르쉐 파나메라,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기아 스팅어 트리뷰트

국산 고성능 자동차 역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기아 스팅어가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현재 전 세계에 1,000대, 국내에는 200대가 배정된 스팅어 마지막 한정판 모델 '트리뷰트 에디션'은 아직 국내 물량이 100대가량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늦어도 내달 중으로 나머지 물량이 판매되어 자연히 단종될 전망이다.


지난 2017년 5월 등장한 스팅어는 지난 1월까지 내수 물량 2만 4,255대, 수출 물량 10만 4,476대 등 총 판매량 12만 8,731대를 기록했다. 기아가 스팅어를 단종시키기로 한 이유는 오랜 기간 지속된 판매 부진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판매량으로는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에 큰 의미를 남긴 스팅어의 지난 발자취를 살펴보자.


작정하고 만든 스포츠 세단

당시 가장 빠른 국산차였다

기아 GT4 스팅어 콘셉트 / 사진 출처 = "Motor Authority"
기아 스팅어 3.3 GT 초기형 / 사진 출처 = "클리앙"

2017년 서울모터쇼에서 데뷔한 스팅어는 앞서 2014년 공개된 콘셉트카 'GT4 스팅어'의 양산형 모델이기도 했다. 2도어 쿠페였던 콘셉트카와 달리 4도어로 출시됐다는 차이가 있었지만 피터 슈라이어의 손길을 거쳐 그랜드 투어러 스타일의 실루엣과 호랑이 코를 모티브로 한 그릴 등 스팅어만의 정체성이 형성됐다.


한편 차량의 운동 성능을 결정짓는 섀시는 BMW 고성능 부서 M을 진두지휘했던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이 다듬었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과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탑재하고 브렘보의 대향 피스톤 캘리퍼를 달아 뛰어난 몸놀림을 선사했다. 가장 강력한 3.3L V6 트윈 터보 엔진 사양의 경우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를 발휘했으며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후륜 및 사륜을 굴렸다. 0-100km/h 가속은 4.9초면 충분했고 최고속도는 무려 274km/h에 달했다.


'서민의 파나메라' 별명 붙어

해외 고성능 시장에서도 인정

기아 스팅어 인테리어 / 사진 출처 = "Wikipedia"
기아 스팅어 호주 경찰차 /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thekiwicanuck'

출시 당시 국내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로 기록되며 세간의 관심을 끈 스팅어는 해외에서 더욱 반응이 좋았다. 같은 가격에 이만한 고성능을 발휘하는 차가 사실상 없었으며 고성능 시장에서 한가닥 하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아우디 등과도 당당하게 겨뤄 실력을 입증했다.


합리적인 가격 덕분에 '서민의 파나메라'라는 별명까지 붙기도 했다. 호주 퀸즐랜드 경찰청은 지난 2018년 새로운 경찰차로 자국 브랜드인 홀덴 코모도어를 검토하다가 스팅어를 도입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V8 자연흡기 엔진을 얹은 홀덴 코모도어와 비슷한 동력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안정적인 제동 성능이 오랫동안 유지돼 고속 추격에 적합하다는 이유였다.


기아의 방향성 제시했다

정신적 후속은 EV6 GT

스팅어 3.3 GT 엔진룸 / 사진 출처 = "CNET"
기아 EV6 GT / 사진 출처 = "Wikipedia"

반응은 전 세계적으로 긍정적이었지만 아쉽게도 기대한 판매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스팅어의 상품성은 좋지만 대중 브랜드로 인식되는 기아 태생이라는 점이 한계"라고 분석한다. 비슷한 성능을 내는 제네시스 G70의 경우 스팅어보다 높은 판매량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스팅어는 기아에게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기아 브랜드 이미지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는 의미다. 한편 기아는 스팅어의 정신적 후속으로 EV6 GT를 내세우고 있다. 비록 GT 세단보다는 크로스오버 SUV 형태에 가까우며 전기 파워트레인이 탑재되지만 역대 국산차 가운데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최적의 후계자로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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