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급발진 의심 사고 사례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지난 1월에는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제네시스 GV80 차량이 급발진 의심 증상을 보여 주차된 차량 7대가 파손된 사고가 있었으며, 4월에는 현대차 아이오닉 5 택시가 쉐보레 전시장으로 돌진해 5명이 다치기도 했다.
소비자가 직접 차량 결함 여부를 증명해야 하는 우리나라 법체계와는 별개로 실제 운전 미숙으로 인한 사고임에도 급발진을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번 사고 사례는 운전 미숙이라는 여론에 무게가 실리지만 차량 결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점점 미궁으로 빠진다.
신촌 모텔 돌진 사고
길 비켜주다 이상 거동
지난 24일 교통사고 전문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20년 경력의 어머니가 하루아침에 액셀과 브레이크도 구분 못하는 장여사가 되어 네티즌들에게 뭇매를 맞았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는 이달 7일 오후 6시 5분경 서울시 마포구 신촌의 한 골목길에서 촬영된 상황이 담겼다.
당시 제보자 A씨의 모친 B씨는 일가족을 태운 기아 스포티지 차량을 운전해 골목 언덕길을 오르고 있었다. 이때 맞은편에서 택시가 다가오자 B씨가 좌측 빈 공간으로 비켜준 후 잠시 후진하려는 찰나 차량이 갑자기 이상 거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후진과 전진 모두 급가속
일가족 5명 중경상 입었다
후진 기어로 변속하기가 무섭게 차량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후진해 비탈길을 쏜살같이 내려갔고 결국 인근에 주차된 카니발 차량을 충돌했다. 당황한 B씨가 전진 기어로 변속하자 차량은 빠르게 가속해 언덕길을 다시 올라갔고 결국 전방의 모텔을 충돌하며 겨우 멈춰 섰다. 이 사고로 A씨와 B씨를 비롯해 차에 타고 있던 일가족 5명이 중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는 "어머니가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사고가 난 것 자체를 기억을 못 하신다"라며 "그저 본인의 실수로 일가족을 아프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잠도 잘 못 자가며 큰 죄책감에 눈물만 흘리고 계신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고 당시 자동차가 제어 불능 상태가 됐고, CCTV 영상을 보니 한 번도 브레이크 등이 점등되지 않은 점 등을 보아 차량의 결함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사연을 쓰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켜지지 않은 브레이크 등
어떻게 변속이 가능했나
한편 CCTV 영상에 따르면 B씨가 운전한 스포티지 차량은 맞은편 택시를 비켜주는 순간부터 사고 직전까지 브레이크 등이 단 한 번도 켜지지 않았다. 후진으로 카니발 차량을 들이받은 후 전진으로 변환해 모텔로 돌진하는 동안에도 비상등만 점멸했으며 모텔 건물을 들이받고 나서야 보조 제동 등을 비롯한 브레이크 등이 켜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확인된 EDR 데이터 분석 결과 사고 직전 5초 동안 브레이크 페달의 변위량은 0이었으나 가속 페달 변위량은 사고 1~2초 직전 65%를 제외하고 모두 100%였던 것으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스로틀 밸브 개도량은 4%로 기록됐다는 점,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서는 변속이 불가함에도 후진과 전진 전환이 이루었다는 점을 미루어 보아 추가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급발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