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나게 우리 누나가 또 냉장고에 있는 아이스크림 혼자 다 먹었어”. 만나자마자 이렇게 말을 하는 친구에게 보일 반응으로 가장 적합한 것은 무엇일까? 친구의 기분에 공감해 주고 위로해 줄 순 있겠지만, 절대로 친구가 욕하는 가족을 같이 욕 해선 안 된다. 친구가 본인의 가족을 욕하더라도, 괜히 같이 거드는 순간 분위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욕을 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남이 내 가족을 욕하는 건 참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팔은 안으로 굽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 시장 진출 후 중국 네티즌들에게 욕을 먹고 있는 제네시스의 소식을 접한 국내 네티즌들이 이와 유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제네시스를 욕하는 건 참을 수 있지만 중국한테 욕먹는 것만큼은 참을 수 없다는 국내 네티즌 반응을 자세히 살펴보자.
베이징 현대는
초반 성장세와 달리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2년, 중국의 베이징 자동차와 합작한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중국 내 자동차 합작 회사 중 가장 빠른 기간에 천만 대라는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중국 대륙에 공장을 설립하여 생산/공급 인프라를 확장하는 등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는 꽃길을 걷는 듯했다. 하지만 이러한 현대차의 상승세는 최근 급격히 꺾이고 있다.
판매량이 급감한 기점을 굳이 꼽자면, 사드 보복 전후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베이징 현대 하락세의 원인을 사드 보복만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근본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가 갖는 애매한 입지를 원인으로 꼽은 것이다.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 브랜드의 입지와 달리 수입차로서 현대자동차가 갖는 브랜드 파워는 미미하다. 게다가 중국 자체의 제조 기술 발달로 자국 기업 대비 가성비 측면에서도 크게 이점이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드 보복이라는 정치적 영향이 작용한 것이지, 사드 보복이 판매량 급감의 절대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현대차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국내 시장에 출시되는 차량보다 사양을 강화시킨 중국 전략용 차량을 대륙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한때, 내수 차별에 대한 의혹으로 자국민들의 뭇매를 맞기도 했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비판을 무릅쓰고 강행한 전략형 차량 공급에도 현대차의 판매량은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제네시스 G80, GV80이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차는 자사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중국에 공급하여 애매한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현지 시각으로 11월 5일,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G80과 GV80을 중국 시장에 전격 출시했다. 브랜드 파워에 집중한 만큼, 전략형 차량이 아닌 내수용 모델과 동일한 사양으로 출격에 나섰다.
제네시스 G80과 GV80은 중국 시장에서 렉서스, 어큐라, 인피니티 등 프리미엄 브랜드와 경쟁할 예정이다. 중국 매체들은 시장에 출시된 제네시스의 차량에 대해서 대체로 호평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중국 매체들의 평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G80, GV80이 중국 시장에 출시된 이후, 중국의 공신력 있는 자동차 매체 오토홈은 디자인에 대해 호평을 내렸다. G80의 디자인에 대해선 ‘수평 분할된 쿼드 램프는 특별한 디자인’, ‘측면부 라인이 스포티함을 가미한다’ 등의 의견을 보이며 제네시스의 정체성이 담긴 디자인에 긍정적인 평을 보였다.
GV80에 대해선 전면부 면적이 넓은 크레스트 그릴과 쿼드 램프 디자인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또한 제네시스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와 정통 SUV의 느낌을 동시에 잘 표현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매체의 호평과는 달리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못하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 네티즌들은 공개된 G80, GV80의 디자인에 대해 혹평을 보냈다. “여러 가지가 섞여 정체성을 알아볼 수 없는 디자인”, “차라리 팰리세이드가 더 저렴하고 디자인도 잘 뽑혔다” 등 디자인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이거 살 바엔 렉서스를 사겠다” 등 제네시스 브랜드 인식을 나타내는 의견도 있었다.
기존 베이징 현대 브랜드의 애매한 입지에 대해서도 “현대차의 명품 브랜드라니, 의미가 있나?”, “제네시스를 명품으로 쳐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제네시스 로고를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등 약한 브랜드 파워를 지적하는 반응도 쉽게 보였다. 물론 “제네시스 차는 나쁘지 않아”, “명품 브랜드로 알고 있다” 등 일부 호평도 보이긴 했지만, 대부분 네티즌의 반응은 혹평 일색이었다.
“중국이 욕할 수준이 아니다”
자국 기업을 옹호하고 나섰다
한편, 중국 네티즌들이 제네시스에 보인 반응을 접한 국내 네티즌들은 기존과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이은 결함으로 제네시스 소식에 부정적인 반응을 표했던 국내 네티즌들이 이번만큼은 제네시스를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처음이라 낯설어서 그렇지 중국에선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차다”, “조금만 있으면 서로 사려고 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제네시스를 두둔하는 발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독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네시스 정도면 중국에서 욕먹을 수준은 아니다”, “너네가 아직 현대기아차를 욕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등 국내 기술력이 중국보다 낫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밖에 중국 네티즌들의 브랜드에 대한 비난에도 “중국이나 일본한테 욕먹는 건 참을 수 없다”, “욕해도 우리가 욕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내 네티즌들은
제네시스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이번에 중국에 출시된 G80과 GV80은 국내에서 결함이 다수 보도된 차량들이다. 때문에 결함 소식이 전해졌을 때 제네시스를 비판하던 소비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중국의 반응에 대해선 제네시스를 함께 욕하는 반응 보다 오히려 옹호하거나 두둔하는 반응을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이는 아직까지 자국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지진 않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제네시스에게 보였던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원색적인 비난이 아닌,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비판이었다는 것이다.
기술력만큼은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매일 말썽을 부리며 속을 썩이는 막내아들도 옆집 애한테 맞고 들어오면 눈이 뒤집히기 마련이다. 국내에서 늘상 뭇매를 맞던 제네시스가 중국 네티즌에게 비난받는 것을 참지 못하는 국내 네티즌들의 반응도 이와 일맥상통할 것이다.
잦은 결함 소식을 전하고 있긴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기술력은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다. 때문에 국민들은 잦은 결함에도 아직까지 신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품질 경영에 힘쓰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국민의 마음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