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코모 Jan 06. 2021

"아빠들의 드림카"라고 광고했다가 오히려 역풍 맞은 차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정지용 시인의 호수라는 시다. “아니, 자동차 콘텐츠를 찾아 들어왔더니 뜬금없이 무슨 시를 읊어주냐”라며 의아해 할 독자들의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그러나 오늘의 주제가 ‘드림카’라고 하니, 이 시가 생각나는 마음이 커 손바닥으로 가릴 수가 없었다. 


바쁘고 힘든 현실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때로 현실에 밟혀 꿈을 갖기보다는 “꿈을 꿀만큼 잠이라도 자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상황이 이렇게 힘들다 보니, “아빠들의 드림카”라고 광고하는 많은 패밀리카들이 진짜 ‘드림’카인지 의문이 든다. 현실과 타협한 꿈은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그동안 드림카로 소개됐던 모델 5종과 아빠들의 진짜 꿈이 뭐였는지 한 번 찬찬히 살펴보고자 한다.

기아차

카니발

6년 만에 풀체인지로 돌아온 기아 신형 카니발은, 사전계약으로만 무려 3만 2,000대를 판매하며 국산차 역대 최단기간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한 주인공이다. 이는 기존 모델에서 지적받았던 첨단 편의 사양의 부재를 말끔히 해결했기 때문이라는 반응이 많다. 더불어 3세대 플랫폼을 적용해 주행 질감을 개선하면서 풀체인지라는 말에 어울릴 정도의 상품성 강화를 이루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엔 4세대 카니발을 기반으로 편의 사양을 강화한 카니발 하이리무진 모델도 출시됐다. 지붕 위로 튀어나온 하이루프를 비롯해 전면부 범퍼가드, 측면부 사이드스텝, 후면부 전용 엠블럼 및 하단 측면부 크롬 재질 포인트 등의 요소로 차별화를 이끌어냈다. 기본 모델 대비 최대 291㎜ 높아진 헤드룸을 비롯해 후석 21.5인치 스마트 모니터, 1열 동승석 빌트인 공기청정기, 1~2열 냉온 컵홀더, 주름식 커튼, LED 센터 룸램프 등 신규 사양이 탑재된 점도 눈에 띈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팰리세이드는 2018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도 3~4개월 출고 대기가 이루어지고 있을 만큼 인기가 많은 차종이다. 가격경쟁력과 상품성을 두루 갖춰 가성비가 좋은 대형 SUV로 평가받고 있으며, 보다 여유로운 3열 공간과 적재공간으로 패밀리카와 함께 캠핑용 차량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를 포함한 첨단 안전 편의 사양들을 갖추고 있으며 완성도 높은 고속도로 주행 보조, 차로 유지 보조 등 반자율 주행 기술 탑재해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4,980㎜에 달하는 길이와 휠베이스 2,900㎜ 그리고 1,297L인 트렁크 용량은 가족 단위의 고객층을 정확히 노린 모습이다.

포르쉐

카이엔

포르쉐는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SUV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포르쉐에서도 SUV가 출시됐다. 기본적으로 스포츠카 브랜드이기 때문에, 카이엔 역시 프리미엄 SUV 세그먼트에서 독보적인 스포츠카 DNA를 자랑한다. 게다가 최근 포르쉐는 이전 모델 대비 전기 주행 거리를 최대 30%까지 늘린 2021년형 카이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공개했다. 


14.1kWh에서 17.9kWh로 증가한 고전압 배터리 용량 덕분에 카이엔 하이브리드는 향상된 전기 주행 거리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포르쉐에 따르면, 카이엔의 전기 파워트레인은 모두 8단 팁트로닉 S 자동변속기에 통합돼 있는 전기모터로 구성됐다. 이는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40.8kg.m 수준의 성능을 발휘하고 전기 모드 최고 속도는 시속 135km를 자랑한다. 국내에는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지난해 7월 국내 출시된 우루스는 지난해에만 100대가 판매되며 람보르기니 전체 판매량인 173대에서 57.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에도 7월까지 123대나 판매되면서 전체 판매량의 70% 이상을 우루스가 차지했다. 우루스는 슈퍼 스포츠카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동시에 럭셔리 SUV의 안락한 일상 주행 능력까지 겸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고출력 650마력, 최대토크 86.7kg· m를 발휘하는 4.0L V8 트윈 터보 엔진을 탑재했으며,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3.6초, 200km/h까지 12.8초 만에 주파한다. 람보르기니 측은 출시 당시 우루스를 두고 ”람보르기니 브랜드의 강도 높은 개발 노력과 열정적인 기술력의 정점을 찍은 슈퍼 SUV”라며 “일상에서의 사용성을 겸비한 모델로 새로운 브랜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롤스로이스

컬리넌

SUV 시장이 성행하긴 했는지, 심지어 롤스로이스에서도 SUV가 출시됐다. 컬리넌은 최고의 럭셔리 SUV, 롤스로이스 역사상 최초의 SUV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롤스로이스 측은 컬리넌을 두고 “클래식 롤스로이스의 철학과 특징을 이어받은 럭셔리 SUV로, 고급스러움, 강력한 성능, 실용성 등을 갖췄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컬리넌은 SUV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롤스로이스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받았으며, 1,835mm에 달하는 높이와 높게 위치한 보닛 후드 덕분에 웅장한 느낌을 자아낸다. 엔진은 최고출력 563마력이며, 1,600rpm 정도의 낮은 회전수에서도 86.7kg· m에 달하는 강력한 토크를 발휘한다. 클래식한 첫인상과 달리 졸음방지 주행보조 시스템, 파노라믹 뷰, 차선이탈, 변경 경고 시스템, 새로운 내비게이션 시스템 등 최첨단 편의 장비들을 탑재한 점도 눈에 띈다.

차를 살 때 따지는 것들

말 그대로 ‘아빠’의 고민

그런데 조금만 솔직해져 보자. 처음부터 패밀리카가 아빠들의 드림카였을까? 사실 미니밴이나 SUV는 가족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보통 아빠들은 차를 구매할 때 뒷자리가 얼마나 편한지, 몇 명이나 탈 수 있는지 혹은 의자를 얼마나 편하게 접을 수 있고, 짐은 얼마나 실을 수 있고, 연비는 얼마나 좋은지 등을 따지게 된다. 이건 운전자의 고민이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아빠”의 고민이다. 


실제로 차주들에게 패밀리카의 장점이 뭐냐고 물으면 슬라이딩 도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슬라이딩 도어를 가진 미니밴이 일반 도어를 가진 차보다 아이들이 타고 내리기 편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따지고 보면 미니밴이나 SUV는 아빠 자신들을 위한 드림카라기보다는 아이들 혹은 가족들을 위한 차라고 말하는 게 맞을 것이다.

‘드림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자

젊은 날의 추억을 회상해보자. 아빠들도 한때는 가속감과 디자인이 완벽한 스포츠카를 드림카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과 타협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니 패밀리카라는 차선책을 선택한 것이다. 이를 ‘드림카’라고 하기엔 모순적인 면이 있지 않을까? 


사실 이렇게 단편적으로 얘기하는 것도 SUV나 미니밴을 진심으로 드림카로 생각하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결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온전히 운전자 자신의 재미를 위해서 팰리세이드나 카니발을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그냥 사야 하는 차”

VS “난 진짜 드림카인데?”

그저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다. 실제로 한 네티즌은 SUV 혹은 미니밴을 두고 ”사고 싶은 차가 아니라, 사야 하는 차”라며 현실과 타협을 해야 하는 입장을 넌지시 밝혔다. 다른 네티즌은 ”카니발, 팰리세이드는 로망이 아니다. 서글픈 가장의 자기 위안일 뿐”이라며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일각에선 ”드림카는 못 사니까 드림카인 거지”라며 현실적인 이유로 선택하게 되는 미니밴과 SUV는 애초에 ‘드림’이 될 수 없다는 논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모든 이들에게 SUV와 미니밴이 곧 차선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 네티즌은 ”나도 분명 꿈이 있었지만, 그 꿈이 무뎌졌다기보다는 가족들의 웃는 모습을 오랫동안 보는 게 내 꿈이 됐다. 그래서 패밀리카는 진짜 내 드림카다”라며 시간이 흘러 꿈이 바뀌었을 뿐, 꿈이 퇴색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어떤 차든지 내 마음에 드는 차가 드림카 아니냐”라며 굳이 원대한 꿈을 꿀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지금까지 5종의 모델과 드림카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네티즌들이 말한 것처럼 꿈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기도 하고 애초에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명예가, 어떤 사람에게는 가족의 행복이 꿈일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바뀌지 않는 사실은 어떤 꿈이든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꿈을 가져야 한다는 압박에 거창한 꿈을 꿀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현실에 무뎌져서 꿈을 안 꾸는 것도 슬픈 일이다. 이상적인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이런 건 어떨까? 그저 지금 자신의 삶에서 최선을 선택해 충실히 살다가 꿈이 생기면 가슴속에 잘 간직해 놓는 것이다. 그 꿈을 언젠가 펼칠 수 있게 착실히 준비하면서 말이다. 어떤 꿈이든, 독자들의 모든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의 이전글 신차 살 때 결함보다 더 확실하게 믿고 걸러야 하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