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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코모 Dec 14. 2021

유럽에서 잘 팔리던 르노 조에, 이제 진짜로 큰일 났다

르노 조에는 2012년 출시 이후 약 30만 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누적 판매량 세계 TOP 3에 오른 전기차다. 조에는 지난해 유럽에서만 약 10만 대가 팔리며 EV 판매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 세계 판매량 1위인 테슬라를 유럽 본토에서 꺾은 것이기 때문에 늘 회자되고 있고, 국내에서는 이 부분을 활용해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특히 조에는 지난 9년간 단 한 건의 배터리 화재가 없어 작지만 안전한 차량으로 인식되어 왔다. 2013년에는 유로 NCAP 충돌 테스트에서 동급 최초로 별 5개를 획득하며 슈퍼 미니카 부분 최고 등급 자동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르노 조에가 올해 NCAP 충돌 테스트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도대체 조에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국내 판매량은

매우 저조한 르노 조에

먼저, 알아둘 사실이 있다면 르노 조에는 국내에선 잘나가지 못한다. 조에는 국내에서 미미한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올해 기준 판매량을 살펴보면 11월엔 24대를, 10월엔 39대를 그리고 9월엔 49대를 판매하며 100대 판매량을 넘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타 모델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를 지니고 있다고는 하지만 유럽 판매 가격보다는 1,000만 원가량 더 비싼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이러한 가격차이가 저조한 판매량이란 결과를 초래한 듯하다. 실제로 국내 소비자들은 "500만 원만 더 저렴했어도 불티나게 팔렸을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 시장

점유율에선 상위권 차지

하지만 유럽에서의 르노 조에의 실적은 180도 다르다. 조에는 지난해 유럽에서 10만 657대가 팔리며 EV 판매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유럽 EV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 대수 10만 대를 기록한 모델이라는 기록도 함께 세웠다. 


비록 올해 1월~8월 유럽 판매 1위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3였지만, 조에 역시 3만 8,872대의 판매량을 보이며 3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올해 10월, 조에는 유럽 자동차 시장 핵심인 독일에서 테슬라를 뛰어넘는 판매량을 바탕으로 전기차 신규 등록 1위의 자리에 다시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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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성공

비결은 무엇?

르노 조에가 유럽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인기 비결은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품질이라고 볼 수 있다. 해당 모델은 유럽에서 국내보다 1,000만 원가량 낮은 금액을 판매되고 있어 더더욱 해외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쉬웠다. 


무엇보다도 지난 2012년 처음 출시된 이후 3세대까지 진화하면서 30만 대가량 팔렸지만 화재가 나거나 범퍼가 떨어지거나 루프가 날아가는 등 안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그런데 최근 조에가 유로 NCAP 충돌 테스트에서 충격적인 결과를 받았다고 하는데, 자세히 알아보자.

NCAP 홈페이지 / 르노 조에 점수

조에가 받은 항목별

점수를 살펴보자

르노 조에가 받은 항목별 점수부터 살펴보자. 조에는 성인 탑승자 43%, 어린이 탑승자 52%, 보행자 41%, 안전 지원 14%를 받았다. 이 점수를 별 5개를 받았던 2013년과 비교해 보면 더욱 실감 난다. 비교 결과, 성인 탑승자 47% 감소, 어린이 탑승자 28% 감소, 보행자 25% 감소했고 안전지원의 경우 최대폭인 71%나 감소했다. 즉, 항목별 평균 42.7%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점수를 받게 된 것은 혹시 전기차라서 그런 건 아닐까? NCAP의 경우 상대평가가 아닌 별점을 부여하는 절대 평가이다. 그래서 특정 그룹에 기준이 불리하게 작용했는지 살펴보기 위해선 같은 시기에 테스트한 동급 차량의 점수를 살펴보면 된다.  

혹시 전기차여서

불리한 건 아니었을까

우선, 2021년에 정확히 어떤 점이 더 추가되거나 보강됐는지에 대해 찾아봤다. 공식 자료는 없지만 여러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8년과 달라진 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2013년에는 시속 64km에서 차량 넓이의 40%가 정면 추돌 조건이었지만 현재는 속도를 시속 50km로 낮추고 차량 넓이를 50%로 늘렸다. 특히, 과거부터 측면 추돌에 대한 위험성이 꾸준히 부각되면서 시속 50km였던 이동식 장벽을 시속 60km로 올렸고, 사이드 풀 충돌 테스트 역시 시속 29km에서 32km로 올렸다. 즉, 이 외에도 평가항목이 추가되었고 더 세분화되면서 상향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조에와 같이 전기차이면서 슈퍼 미니급에 해당하는 피아트 500e 역시 낮은 별점을 받았을까? 그렇지 않았다. 피아트 500e는 조에에 비해 대략 1만 유로 정도가 저렴하지만 별 4개를 획득했다. 특히 충돌 테스트의 결과인 성인 탑승자와 어린이 탑승자의 점수가 조에에 비해 약 30% 높게 나왔다. 이는 결국 르노 조에의 점수가 충격적이라는 사실을 한 번 더 느끼게 해주었다. 

측면 사이드

에어백이 사라졌다?

사실 이번 테스트에서 가장 혹평을 받은 부분은 사이드 풀 충돌 시 GOOD이었던 부분이 최악의 단계인 POOR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더 심각한 것은 뒤쪽에 있는 10살 아이의 머리도 POOR으로 표기되었다는 것이다. 


충돌 테스트 결과에서 머리가 빨간색으로 표시됐다는 것은 그 사고가 나면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심지어 조에는 측면 사이드 에어백이 있다가 사라지게 되었는데, 이는 가히 충격이 아닐 수가 없다. 사이드 에어백은 사고가 났을 시, 머리를 보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르노는 에어백을 제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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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등급이 없는 자동차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이러한 테스트 결과를 통해, 르노 조에는 수년간 보아온 그 어떤 차량보다 탑승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나쁜 차량이라는 표현과 함께 혹평을 받았다. 지난 몇 년간 과거보다 별 등급이 한두 개 정도 떨어지는 경우는 있어도 별 5개의 최고 등급 차량이 5개가 동시에 삭제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아무리 테스트 항목이 추가되고 강화되었다 할지라도 이러한 점수가 나온 건 평가하는 기준이 상향되었다는 것만으론 설명하기 힘들다. 이번 결과로 르노 조에는 유로 NCAP에서 평가한 자동차 중 전기차로서는 역대 최초로 별 등급이 없는 자동차라는 불명예를 가지게 되었다.

이번 조에의 별 빵점 사건은 향후 전기차 사회로 넘어감에 있어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보인다. 우선, 소비자는 싸고 멀리 가는 합리적인 전기차를 원하는 것이다. 절대 목숨의 위협을 느낄 안전요소까지 빼면서 싼 전기차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누적 판매량이 안전을 대변해 주지 않으며, 과거의 영광에 취해 안주하거나 퇴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르노 조에는 “유럽에서 테슬라를 이겼다”와 같이 테슬라와 비교해 숫자적으로 어필해왔다. 이젠 그럴 게 아니라, 실제 안전에 대해 데이터를 모으고 끊임없이 연구해 “테슬라 기술력을 이겼다”라며 어필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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