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다사다난’한 상황이다. 요소수 대란, 차량용 반도체 대란 등의 풍파를 겪어왔던 자동차 업계는 아직까지도 ‘반도체 수급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말에 코로나19의 확산 등의 이유로 시작된 반도체 대란은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예상치 못한 ‘반도체 대란’에 고통 받는 것은 비단 자동차 업체만이 아니었다. 장기화된 반도체 수급난은 현재 소비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이번 시간에는 반도체 대란이 일으킨 자동차 품귀현상이 어떻게 소비자들을 중고차 시장과 렌터카 업계에까지 발을 돌리게 만들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나날이 심해지는
자동차 품귀현상
전 세계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반도체 수급난’은 결국 자동차 품귀현상을 만들었다. 현대 기아차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출고가 4개월에서 길게는 1년 2개월까지 지연되고 있으며, 르노삼성, 쉐보레, 쌍용차마저 1-2개월씩 출고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당장 구입이 가능한 차량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 현대차의 경우 바로 출고가 가능한 차량은 쏘나타와 상반기 부분변경을 앞두고 있는 팰리세이드 일부 차종이 전부라고 한다. 이에 기다림에 지친 소비자들은, 해약을 선택하거나 원하는 차량이 아닌 조금이라도 빨리 출고할 수 있는 차량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 반도체 대란에 제조사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
지긋지긋한 반도체 대란에 결국 제조사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
중고차 시장으로
몰리는 소비자들
‘신차’를 구할 수 없게 된 소비자들이 발걸음을 옮긴 곳은 중고차 시장이었다. 하지만 중고차 시장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BMW 등 수입 인증 중고차 전시장에는 차량이 입고되자마자 소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폭스바겐의 경우 월평균 재고량이 10대도 못 미친다고 한다.
이렇듯 중고차 수요가 급증하자, 중고차 가격도 최근 두 달 만에 50%나 폭등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10년 된 소형 세단 가격이 300만 원에서 최근 450만 원까지 폭등했다’며 ‘지금은 폐차장으로 갈 차도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중고차 시장에 얼마나 소비자들이 몰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후의 선택
렌터카
이 가운데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업계가 있다. 바로 렌터카 업계이다. 렌터카 업체의 경우, 신차 출고 초기부터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때문에 신차 판매점보다 출고가 빠르다. 이에 신차 영업점을 통해 차량 구매가 어려워진 일부 소비자들이 ‘장기 렌터카’를 선택하기 시작한 것이다.
단기 렌터카의 경우도 가격은 폭등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종 바이러스 출현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모든 산업계가 제품 생산 및 운송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렌터카 업계에서는 차량의 반출 재입고 등에 지장이 생겨 렌트 비용을 올리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 감염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대중교통 대신 렌터카를 선택하고 있어, 한동안 렌터카 업체들은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 렌터카 업체가 신차를 빨리 가져올 수밖에 없는 이유
“벌써 있어?” 렌터카 업체가 신차를 빨리 가져올 수밖에 없는 이유
지난 14일, 국내 자동차 업계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을 위한 협력을 결정한 것이다. 이렇게 협력을 결정하게 된 것은 반도체 품귀 현상이 더 장기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반도체 생태계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누적 주문량이 올해 생산량을 초과해, 오는 2023년까지 주문이 밀려있다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양 사의 협력은 어떻게 보면 직면한 큰 문제에 비해 미약한 발걸음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난리인 반도체 수급난을 자력으로 해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의가 있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이러한 발걸음이 모여 반도체 대란이라는 긴 터널을 벗어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