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불어오는 친환경 바람에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너도나도 내연기관 생산을 중단하겠다 밝히고 전기차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국내 완성차 업체도 마찬가지다. 현대차와 기아 등 다가올 전기차 시대에 발맞춰 준비 중인 상황이다.
친환경차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전기차를 우선 떠올린다. 하지만 친환경차에는 전기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함께 구성한 하이브리드차도 친환경차에 속한다. 그리고 오늘의 주제, 수소차 역시 친환경차에 속하는 자동차다.
현대차그룹이 밝힌
제네시스 수소차 프로젝트
현대차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 중 유일하게 수소차를 선보였다. 지난 2018년에 출시된 현대차의 넥쏘가 바로 그 차량이다. 현대차는 넥쏘에 그치지 않고 2025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제네시스 수소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수소차엔 3세대 연료전지 시스템이 적용될 예정이라 전했다. 3세대 연료전지 시스템은 넥쏘에 적용된 2세대 연료전지보다 부피를 30% 줄이고, 출력과 내구성을 2~3배 더 높인 연료전지 시스템이다. 여기에 차량 연료전지의 가격을 2025년까지 5% 이상 낮춰 수소차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돌연
프로젝트가 중단됐다고?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갑자기 현대차그룹에서 제네시스 수소차 프로젝트를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내부 감사 결과 제네시스 수소차에 탑재한다던 3세대 연료전지의 개발 성과와 연구 진척도가 당초 목표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또한 연료전지 생산 단가 인하 계획의 현실성조차 떨어진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해당 결론에 따라 3세대 연료전지 장착을 전제로 개발 중이던 제네시스 수소차 프로젝트는 중단됐고, 언제 다시 해당 프로젝트가 재개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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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로드맵 빨간불
여파는 어마어마해
제네시스 수소차 프로젝트의 중단으로 인해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수소차 로드맵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보도들이 앞다퉈 올라오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수소차 연간 생산량 13만 대, 2022년까지 수소차 누적 판매 8만 1,000대”라는 목표치를 공개하며 자사의 수소차 로드맵을 공개한 적이 있다. 하지만 2021년 12월 기준, 수소차 누적 판매량은 2만 1,000여 대에 불과했다.
수소차 보급을 위한 수소 인프라 확충도 목표에 한창 못 미치게 되었다. 2022년까지 수소 충전소 설립 목표치는 310개소였지만, 현재 117개소에서 추가 설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당 소식은 국내 주식시장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해당 소식이 보도되자마자 주식시장에서는 수소와 관련된 주식들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하기도 했다.
사업 포기설까지 나온 상황
현대차 입 열었다
현대차그룹의 제네시스 수소차 프로젝트 중단은 어느새 현대차그룹이 수소차 사업을 모두 포기하려 한다는 말로 바뀌게 됐다. 수소차에 대한 내부 감사 결과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세간에 공개한 수소차 로드맵을 따라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때 현대차그룹 측에서 제네시스 수소차 개발계획에 대해 입을 열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제네시스 브랜드의 수소전기차 개발계획에 대해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밝힌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수소차 사업 포기설에 대한 소문들을 단번에 일축했다.
제네시스가 그리는
친환경의 미래
지난 11일,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제네시스 G90 미디어 행사를 통해 취재 기자들과 만나 “제네시스 브랜드는 2030년까지 전동화 라인업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는 말과 함께 “제네시스가 가야 하는 길은 당연히 친환경이고 2025년부터는 전 라인업 세그먼트마다 하나씩 전동화 모델로 바꿔 나갈 것”이라 전했다.
이어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전동화 과정에서 가장 필수인 부분이 수소차 라인업을 확보하는 것이라 말했다. 그는 “전동화 전략을 살펴보면 결국 배터리 기반 인지 또는 수소 연료전지 기반 인지로 나뉜다”라며 “제네시스 럭셔리 전동화의 기본 전략은 배터리와 수소를 함께 추구하는 것”이라 덧붙였다.
수소차 포기 안 해요
다만 일정만 조율 중
장재훈 사장의 말을 곱씹어 보자면, 아직 현대차그룹은 수소차 사업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 가깝다. 다만 온전한 수소차로만 계획을 수립하기엔 현재로서 부족한 점이 많으니 이 부분을 배터리와 함께 병행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장재훈 사장은 “수소 연료전지 부분을 포기한 것은 아니고 앞으로 수소전기차의 경쟁력을 높이고 시스템 개발 목표 정도를 상향해 여기에 맞는 일정으로 전체적인 라인업을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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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수소차 개발 조직
해체 안됐다
한창 제네시스 수소차 프로젝트가 취소된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함께 들렸던 소문 중 하나가 있었다. 바로 현대차그룹 내부 수소차 개발 조직과 관련된 것으로 프로젝트를 취소함과 동시에 조직 개편과 인사를 통해 연료전지 담당 부서의 역할을 대폭 축소했다는 소문이었다.
물론 이 역시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료전지 담당 부서의 변동에 대해서 “부서 역할을 축소하려던 것이 아니라 해당 사업부의 위상을 올리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개편”이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연구개발 과정에서 중간평가 결과가 당초 목표에 못 미쳐 연구개발 일정과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일은 수시로 발생하는 사안”이라 덧붙이며 논란을 잠재웠다.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사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접한 외신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전기차 전문매체인 일렉트릭은 현대의 제네시스가 수소차 출시를 예정대로 추진하더라도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소차가 현실적으로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표시했다.
반면에 자동차 전문지 오토에볼루션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폭스바겐의 헤르베르트 디스 CEO 등은 전기차 동력으로서 수소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현대차는 물론 BMW, 다임러, 토요타, 혼다 등 상당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수소차가 유망하다 보고 있고 현재에도 개발에 나서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