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효과’를 알고 있는가? 언뜻 보기에 별거 아닌 일인 듯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자동차 분야에도 이러한 ‘눈덩이 효과’가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바로 자동차를 관리하고 유지하는 데 쓰이는 ‘유지비’이다.
현재 자동차는 다른 상품과 달리, 구매 가격만 지불하고서는 온전히 소유할 수 없다. 주유비, 자동차 보험 등 다양한 ‘유지비’를 매 순간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오랜 기간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유지비가 있다. 바로 ‘자동차세’이다. 자동차세는 왜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린 것일까?
돌아온 자동차세 연납 시즌
자동차세란 무엇일까?
자동차세는 자동차의 종류별로 법에 정해진 금액을 자동차의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조세를 뜻한다. 즉, ‘재산세’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세를 부과하지 않는 비과세 자동차로는 국방, 경호, 경비, 교통순찰 및 소방용 자동차와 같은, 국가 또는 지자체가 사용하는 차량이 이에 해당한다.
현재 자동차세는 매년 6월과 12월에 정기적으로 부과되고 있다. 1년 치 세금을 한 번에 내고 일정 금액을 할인받는 제도인 ‘연납 제도’로 납부가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연납은 1월, 3월, 6월, 9월에 신청이 가능하다. 여담으로 앞의 네 달 중 가장 감면 혜택이 큰 달은 1월이며, 2022년 기준 1월 연납신청 시 받을 수 있는 할인율은 9.1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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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가격이 아닌
배기량 따라 부과되는 자동차세
현재 자동차세의 주요 기준은 엔진 배기량이다. 각 자동차세는 엔진 배기량에 세액을 곱해 납부액을 산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영업용 배기량 1000㏄ 이하 차량은 ㏄당 80원이 부과되며, 1600㏄ 초과는 ㏄당 200원을 납부해야 한다. 배기량이 클수록 납부액이 늘어나는 것이다.
배기량에 따른 자동차세는, 도입 당시 배기량이 큰 자동차가 가격도 높았기에 논란이 적었지만, 점차 배기량을 줄이면서도 주행 성능이 뛰어난 차량들이 출시되면서 논쟁거리가 되었다. 터보 차저를 장착함으로 배기량은 낮지만 가격은 높은 모델들이 대중화되었기 때문이다.
3천만 원짜리 그랜저의 자동차세가
6천만 원짜리 BMW보다 비싸다고?
이에 가격은 높아도 배기량이 낮아, 결과적으로 자동차세를 더 적게 납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특히 독일 3사 불리는 벤츠, BMW, 아우디와 같은 수입차량들은 높은 가격에도 적은 배기량으로 비교적 저렴한 자동차세를 납부하고 있다.
3,300만 원대로 구매할 수 있는 현대 그랜저는 2.5 가솔린 모델 기준으로 배기량이 2497cc다. 이에 그랜저의 연간 자동차세는 약 65만 원이다. 이는 자동차세의 30%로 산정되는 지방교육세를 포함한 금액이다. 그에 반해 6,500만 원대이며 520i 모델 기준 배기량이 1998cc인 BMW 5시리즈의 자동차세는 연간 52만 원이다. 자동차세가 재산세인 것을 감안하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친환경차 시대 도래하자
역차별 아니냐는 의견도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의 존재감은 점점 더 도로 위를 가득 채우고 있다. 지속 가능한 자동차가 대두되는 지금,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은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낙인찍혀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친환경차는 차량 크기나 출력, 가격과는 무관하게 10만 원가량의 자동차세만 부과되고 있다. 이에 대표적인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의 차량을 포함하여, 1억 원이 넘는 고가의 친환경 차량도 자동차세는 약 10만 원에 불과하다. 배기량 중심의 현행 제도에서 전기, 수소차는 ‘그 밖의 승용 자동차’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보다 낮은 가격의 내연기관 차량 소유주들은 ‘역차별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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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개정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면 이토록 모순적인 ‘배기량 중심의 자동차세 부과 기준’이 개정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꼽힌다. 해당 합의문 중 “배기량에 기초한 새로운 조세의 도입 또는 기존 조세의 수정을 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세 부과 기준 변경을 위해서는 미국과 재협상이 필요하기에, 그 이전 정부에서도 손을 대지 못했다.
개정이 되지 않았던 또 다른 이유는 지방의 세수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세는 지방세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만약 차량가에 맞춰 자동차세를 개정하게 된다면, 국산차 점유율이 높은 지역은 세수가 줄어들고, 고가의 수입차가 많은 대도시의 세수는 늘어날 확률이 높다. 이에 개편에 따라 줄어든 세수를 얻게 될 지자체들이 거센 반발을 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자동차세를 배기량으로 결정하는 부과기준은 1967년부터 시작되었다. 당시만 해도 고가 차량은 필연적으로 배기량이 컸기에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된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이제는 ‘비싸면 배기량이 크다’는 말은 옛말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계속된 논란을 의식한 탓일까? 이재명 대선 후보는 자동차세 부과 기준을 배기량에서 ‘차값과 탄소 배출량’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현 자동차세의 부과 기준에 대해 전문가들 또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전환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배기량 산정 방식’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물론 지방 세수 감소 등의 문제가 있기에 급격한 개정은 피해야겠지만, 그렇다고 50여 년 전의 부과 기준을 유지하는 것 또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오랜 논쟁거리인 ‘자동차세’, 당신의 의견은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