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가지 차량들이 ‘저공해차’에서 제외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관련 방안으로 인해 소비자는 물론 업계들도 적잖은 피해를 입게 된 상황이다. 도로에는 과거에 비해 순수 전기차를 많이 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내연기관차만큼 많이 보이진 않는다.
홍남기 부총리가 발표한 내용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제조사가 있다. 최근 르노에서는 효자로 불리는 XM3의 하이브리드 출시 예정을 앞둔 터라 더 타격이 크다. 과연 르노는 어떤 상황을 맞이한 것인지 자세하게 알아보자.
‘저공해차’였던
하이브리드 차량
지난 24일 정부 서울 청사에서 열린 혁신성장 빅 3 추진 회의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을 2025년 또는 2026년부터 저공해차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홍남기 부총리가 밝혔다. 해당 내용은 현재 전기차와 수소차만 저공해 차량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과거 19년에도 하이브리드 차량을 저공해 차량에서 제외하겠다고 했지만, 전기차보다 높은 보급률을 고려하여 3년을 늦췄다.
만약 해당 법안이 바뀌게 된다면, 하이브리드차를 구매할 때 개별소비세 100만 원과 취득세 40만 원 등 감면받을 수 없게 된다. 이런 법안이 진행된다면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정책인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400만 대, 전기차와 수소차 450만 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 “하이브리드차를 대체할 전기·수소차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밝힌 제외 시점이 너무 이르다"라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바뀐 법안은
언제부터 바뀔까?
홍남기 부총리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2025년 또는 2026년부터 저공해차에서 제외하겠다”고 했으며, “올해 말까지 적용될 예정인 하이브리드차, 전기·수소차에 대한 세제지원도 저공해차 분류체계와 연계해 2024년 말 또는 2025년 말까지 2∼3년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당장 시행되지 않는 법안으로 계획 발표만 진행된 것이다. 해당 발표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3∼4년 후까지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갖추고, 부품업계의 생태계 전환을 달성하기는 어렵다"면서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의 적절한 보급 비율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국내에 전기차 인프라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니 때문에 좀 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다행히 당장 진행되는 법안이 아니라 2-3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르노의 효자
XM3의 판매
르노삼성은 요즘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바로 XM3로 1월 판매 성적이 지난해보다 생산, 내수, 수출에서 전부 증가했기 때문이다. 수출 쪽에서는 2,200대에서 무려 8,800대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런 판매 증가와 더불어 르노는 반도체 수급난 속에서도 꾸준한 생산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지역 제조업 매출 1위 기업인 르노삼성 관계자는 "2023년형 XM3의 경우 더 나은 차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집약된 모델"이라며 "국내 최고 소형 SUV를 XM3로 만나볼 수 있다"고 판매에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XM3 덕분에 르노삼성은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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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리는 XM3도
하이브리드 도전
르노삼성에서도 다양한 친환경차들이 있다. 르노삼성에는 LPG로 판매하고 있는 SM6와 QM6가 있고, 곧 XM3의 하이브리드 버전 출시를 예고했다. 국내에서는 XM3 가솔린 모델만 있지만 유럽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판매되고 있다. XM3 하이브리드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국내에선 하이브리드 모델은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XM3에 대한 호평이 많다. 스웨덴의 유력 자동차 전문지 '테크니켄스 바를드'는 지난해 하이브리드 모델 종합 평가에서 XM3 하이브리드에 최고 점수인 69점을 줬다. 아우디 Q5 스포트백 TFSI은 68점, 볼보 V60 B4도 68점으로 XM3가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관련 법안으로
계획에 차질이 생겨…
국내에서도 XM3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홍남기 부총리의 계획으로 인해 온전한 불이익을 르노삼성이 끌어안게 생겼다. 발표한 계획은 하이브리드차는 더 이상 저공해 차량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르노삼성은 주력 차종을 하이브리드로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다시 재고해야 할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이던 XM3 하이브리드가 세제혜택 등이 사라질 경우, 출시를 안 하게 될 수도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하게 된다면,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와 제조사들은 전부 손해를 보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각종 혜택이 박탈되는 것이고, 제조사는 판매되고 있는 차량들 전부 판매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잘 팔리던 QM6도
피해를 입게 된 상황
정부의 계획은 하이브리드는 물론 LPG 차량도 저공해차에서 제외된다고 발표했다. 현재 르노삼성에서 가장 잘 팔리고 있는 QM6 LPG 모델은 독보적으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QM6는 국내에서 유일한 LPG SUV로 알려져 있다. XM3와 QM6로 덕을 보고 있는 르노 삼성은 이번 정부 발표의 최대 피해자로 불리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려면 자동차 보급 정책을 무공해차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저공해가 아닌 무공해 차량의 더 많은 보급을 위한 계획으로 해석된다.
이런 정책으로 인해 르노삼성에겐 좀 억울한 상황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는 무공해차 보급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인지라 완성차 업계의 부담은 더 커져간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무공해차 보급 목표와 보급실적 기준을 높여 이를 달성하지 못한 완성차 업체에게는 벌금 형태의 기여금을 부과한다. 따라서 무공해차 보급실적 기준을 미달한 기업은 당장 내년부터 2025년까지 전기차 한 대당 60만 원의 기여금을 내야 한다. 다만 환경부는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여금 규모를 매출액의 최대 1%로 제한, 다양한 방식을 통해 유연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 르노가 준비하고 있는 신차
“빨리 안 내놓고 뭐 하냐” 르노삼성이 역대급 신차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까지 반발
르노는 물론 현대나 기아에서도 정부 계획에 의해 피해를 입게 된 상황이다. 현대에서는 투싼, 싼타페, 코나 등 하이브리드 모델이 있고, 기아에서는 K8, 니로, 스포티지, 쏘렌토가 하이브리드로 판매되고 있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하이브리드차의 세제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시기 상조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100만 원~200만 원 혜택이지만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차이"라며 "전기차 인프라도 완전히 구축되지 않은 상태인데 정부가 전기차 보급 정책에 발맞추려다 보니 강력한 드라이브를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네티즌들은 “오히려 LPG 차량을 보조해도 부족한데, 제외하는 건 오히려 친환경차 안 사도록 하는 게 아니냐”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실적으로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보다 하이브리드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더 많다. 아직 충전 인프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많고, 가격적으로도 전기차가 비싸기 때문에 하이브리드를 더 찾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를 통해 각종 세제혜택이 줄고, 하이브리드 소비자들이 줄어드는 것은 친환경 정책과 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친환경차로 불리는 차들의 문제는 전기차의 인프라도 부족하고, 종종 화재 소식도 들려온다. 또한 수소차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친환경차에서 하이브리드차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또 하이브리드차를 대체할 전기·수소차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밝힌 제외 시점이 너무 이르다”는 의견이다. 전기차의 보급에 힘쓰는 게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소비자들의 성향과 국내 인프라 환경을 생각했다면 이렇게 섣부른 판단은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