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진실한 마음의 소리
# G 회사 신입직원 면접일
# 회의실
이력서
이름 : 김모양
학교명 : 관음대 / 전공 : 광고학과(복수전공 : 사학과) / 학점 :4.0 / 해외 경험 : 영국 어학연수 6개월
특기사항 : 공모전 참가 다수 / 광고 & 프로모션 회사에서 인턴 6개월 / 일러뽀썁프리미어 다 가능
애니 팀장 :
(이력서를 한 자 한 자 꼼꼼히 읽어본다)
마음의 소리 :
관음대?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도 있나? 쯧쯧 인서울도 힘든데, 지잡대라니, 편입 좀 하지.
뭐, 그래도 광보과 나왔으면 광고랑 홍보 구분 정도야 할 테고...
어익후 나 말고 정신 나간 애가 여기 또 있네. 복수전공으로 뭐하러 사학을 해, 무조건 경영이지.
학점 4.0? 이게 가능해? 학점 인플레 심하다더니 그냥 막 퍼준 거 아니야?... 난 2.0은 됐던가?
그래도 그 비싼 영국으로 어학 연수까지 다녀오고, 집이 좀 사나 보지?
인턴 경험도 있으니 청소 하나는 잘 하겠네. 오케이!
김모양 :
(조심스레 문 열고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김모양입니다.
애니 팀장 :
안녕하세요. 앉으시고요, 그럼 자기소개부터 할까요? 떨지 말고 편하게 해요.
김모양 :
저는 광고를 좋아해서 그쪽으로 전공을 했고요, 모모 회사에서 6개월 정도 인턴 생활도 했습니다.
애니 팀장 :
인턴 끝나고 정규직 전환은 안 해줬어요? 이력서 보니까 거기서 했던 업무가 꽤 많은데...
김모양 :
네, 저도 사실 기대는 조금 했는데, 회사 사정도 안 좋아지고... 결국 정규직은 안 해주시더라고요.
뭐, 그래도 괜찮아요. 거긴 프로모션이 많아서 현장 일이 많았는데, 어차피 그게 많이 힘들었거든요.
마음의 소리 :
개쉑들이구만. 실컷 부려먹고 기간 끝나서 그냥 팽친거지. 현장에서 죽어라 잡일만 시켰을 거고.
애니 팀장 :
우리 회사는 어떻게 알고 입사 지원했어요?
김모양 :
<잡플래닛>을 검색해봤는데, 야근이랑 휴일 근무도 많지만 대신 이쪽 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후기가 올라왔더라고요.
다양한 경험 많이 쌓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했어요.
애니 팀장 :
헐..., 그렇게 야근이 많다고 했는데도 괜찮아요? 우리 회사 수당 같은 건 당근 없어요.
김모양 :
그럼요. 원래 광고 쪽은 야근이 기본이잖아요? 저는 빨리 많이 배워서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마음의 소리 :
미쳤구나. 삼시 세 끼를 다 회사에서 먹어야 하고, 주말도, 휴일도 없이 내내 뺑이쳐야 하는데,
이런 걸 자진해서 괜찮다니.
학교마다 망할 잘못된 우주의 기운을 애들한테 세뇌시켰다니까. 말세야, 말세.
애니 팀장 :
왜 복수전공을 사학으로 선택했어요? 요즘은 경제, 경영이 대세 아니에요?
김모양 :
제가 원래 역사를 좋아해요. 취직에는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거기서 좋은 교수님들, 친구들을 만났고요,
좋아하던 과목이니까 즐겁게 공부했어요.
마음의 소리 :
쯧쯧. 나도 너랑 비슷해서 국문과 주제에 철학 부전공하고 지금껏 요 모양 이 꼴이야.
경영과만 갔어도 인생이 몇 배는 활짝 폈을 텐데. 데엄, 문송.
어쩐지 슬픈 너의 앞길이 보이는 것만 같구나.
애니 팀장 :
특기는 뭐예요?
김모양 :
저는 글을 잘 씁니다. 예전 회사에서 라디오 원고도 몇 번 썼고, 기획서에도 참여했어요.
여기 G 회사에서도 광고 많이 찍으니까, 기회를 주시면 카피도 써보고 싶어요.
애니 팀장 :
스스로 글 잘 쓴다는 얘기는 보통 안 하는데, 진짜 재주가 좋은 가봐? 기대하지 뭐.
마음의 소리 :
글 좀 쓴다니 정말 다행이다. 카피고 뭐고 간에 써도 써도 한없이 이어지는 보고서의 신세계를 맛보게 해주마. 시다가 한 명 더 늘겠어, 얏호!
애니 팀장 :
디자인 툴을 거의 다 할 줄 아네요? 엄청나네. 프리미어도 잘 하는 수준인가요?
김모양 :
네, 전 크리에이티브한 것에 많이 끌려서 다 익혔어요. 영상 편집도 문제없습니다.
마음의 소리 :
아항...원하는 게 크리에이티브? 어쩌니, 그런건 네 공상에서나 가능한 걸.... 그냥 뭐든 빨리 만들면 장땡이란다.
어쨌든 온라인 팀 한창 바쁜데, 딱이네 딱. 페북 찌라시 몇 개쯤 뚝딱 만들겠어.
이번 기회에 움짤 찌라시를 좀 늘려볼까?
애니 팀장 :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네요. 부러워요. 우리 회사에 대해 알고 싶은 건 없어요?
김모양 :
음.... 보니까 6월부터 채용공고가 떠 있던데, 계속 채용을 하고 있는 상황인가요?
애니 팀장 :
네. 회사가 날로 번창해가고 있어서 사람이 좀 많이 필요해요. 근데 쓸만한 인재가 없네.
마음의 소리 :
왜 그렇겠니? 다 도망가니까 맨날 뽑지. 너라면 밤낮없이, 빨간 날도 얄짤없이 소처럼 일만 하는 곳 좋겠니?
삼 개월 이상 버티나 두고 볼게.
참고로, 나도 조만간 뜬단다.
애니 팀장 :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만 더 받을게요.
김모양 :
네..., 만약 제가 채용되면, 와서 무슨 일을 하게 되나요?
애니 팀장 :
온라인팀이 지금 피크라서 아마 그쪽에 먼저 투입이 될 거예요.
거기 모양 씨가 원하는 창의적인 콘텐츠가 매우 많이 필요해요.
그리고, 글 잘 쓰니까 몇몇 문서도 좀 쓸 거고...,
아참, 우리 조감독이 항상 필요한데, 현장 경험 있으니까 광고 촬영 때 차출될 수도 있고.
우린 하나부터 열까지 다아아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했잖아요?
그러니 걱정마요, 일은 많아요.(훈훈한 미소)
마음의 소리 :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음.... 스팸과 다를 바 없는 쉬레기 찌라시를 매일 만들어 퍼뜨리고,
갑님들과 사장님에 바칠 보고서를 몇 번씩 쓰고 쓰고 고쳐 쓰고, 현장에서 감독님 시다바리도 좀 해야 하고,
내가 시키는 다반사도 다 딱딱뚝딱 해야 한다는...
엘리트 코스라 할 수 있지.
웰컴 투 헤븐.
김모양 :
감사합니다. 말씀 들어보니 정말 좋은 곳인 것 같아요. 팀장님도 좋은 분인 것 같고.
기회만 주시면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마음의 소리 : 아.... 이 순진한 것...내 마음의 소리를 너와 함께 할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