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재미있는 사람인가요?

by 은연중애


“당신은 재미있는 사람인가요?”

요즘 공부하러 다니는 곳에서 선생님이 던지신 질문이었다. 그리고 숙제 하나를 받았다. 사람이 많이 웃을 때 엔도르핀, 세로토닌 등 다양한 행복 호르몬이 나오면서 건강해진다고 말씀하시면서 재미있는 유머 세 개를 찾아서 써오라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유머를 찾아 여기저기 뒤졌다. 딱히 재미있는 것이 없어서 한참을 찾은 것 같다. 그러다가 나름 재미있다고 판단되는 것을 발견해서 숙제를 마쳤다. 그러나 바로 염려가 마음에서 올라왔다. ‘내가 한 숙제는 과연 남들이 보기에도 재미있을까? 아니면 그들은 시시하게 여길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사진은 나의 유머숙제임)


상황이 이런 정도니 나는 재미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사람인 것 같다.

지금까지 살면서 ‘책임감 있는 사람’, ‘진지한 사람’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있으나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말은 들어본 기억이 없다. 재미있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 우선 사람을 잘 웃겨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는 웬만큼 친한 사람 사람과 함께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입이 다물어진다. 애매한 미소를 띠며 그저 듣고만 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니 재미있는 사람이란 말이 가당키나 한가?

그런데 내가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든다.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마음속에서 뭉글뭉글 솟아올랐다. 욕망이 생기는 것은 오랜만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어떤 의욕이나 열정이 없이 마음이 다 타버린 회색 재(ash)와 같았는데 말이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사람이 될까?


오랜만에 친정 언니를 만났다. 언니가 내 얼굴을 보더니 입꼬리가 쳐져서 표정이 너무 심각해 보인다며 입꼬리를 올려보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서 저절로 처지는 입꼬리를 어쩌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심각한 표정의 할머니가 되고 싶지는 않아서 입꼬리를 올려보았다. 쉽지 않았다. 근육은 처지는 것이 자연스러운가 보다. 입꼬리 하나 올리는 것도 ‘관심’, ‘애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온몸에서 우울함, 쇠락함, 무거운 기운이 스며 나온다. 몸에 근육이 붙게 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듯이, 글쓰기를 하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듯이, 사람들이 나를 만나 반가운 웃음을 짓게 하려면 나이를 거슬러 가는 ‘애씀’이 필요할 것 같다.


사람을 웃기는 직업을 가진 개그맨 생각이 난다. 그들이 상황이 좋아서 항상 남들을 웃기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그들 중에는 개인사가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더 힘든 사람도 많다.

웃기기로 작정하고 노력을 한 결과일 것이다.

상황이 좋아서, 기분이 좋아서 웃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관련 없이 웃으려는 결단을 먼저 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나는 매사에 노력형이다. 우선 인터넷에서 유머를 찾아보고 혼자서라도 하루에 한 번 웃는 노력부터 해봐야겠다. 그리고 이 유머를 남편에게 얘기해서 남편을 한번 웃겨봐야지!

표정도 밝게, 입꼬리가 처지지 않도록 자꾸 올려봐야겠다.

우리 시어머니도 빡빡한 며느리보다 조금은 헐렁한 며느리를 더 좋아하실 것 같다.

나의 며느리들게도 헐랭이 시어머니가 더 친근감이 있지 않을까? 또한 손녀에게는 재미있는 할머니! 멋지지 않은가!


누구나 끝은 정해져 있다. 굳이 섭섭한 것을 들춰내어 화내거나, 억울해하면서, 혹은 슬퍼하면서 끝을 향해 걸어갈 필요는 없다.


그런데.......

걱정이 올라온다.

과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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