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많이 쓰는 부사를 굳이 꼽자면
너무, 가 아닐까 싶다
왜 굳이 꼽냐면 나는 부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어떤 명 문장가가 부사에 뒤덮힌 글은 지옥으로 향한댔는데
아주그냥 내 정신상태와도 부합하는 부사 사랑이다.
아무튼 너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나는 기본적으로 과잉인 이미지가 있다.
너무 잘 웃고
너무 잘 울고
너무 잘 화내고
너무 잘 해내려고 하고
너무 열심히 하고
너무 지쳐하고
너무 살이 쪘고
너무 씩씩하고
너무 우울해하고
너무 너무 너무.
얼마전 오랫만에 만난 옛 출입처 관계자가
홍기자님은 뭐든 넘치죠 웃음도 눈물도.
라는 말이 너무 내 정체성같고
저게 나를 바라보는 제3자의 정확한 시선이구나 싶어서
절로 고개가 떨궈졌다.
나는 왜 어쩌다 너무를 너무 사랑하게 됐을까.
왜 적당히를 모르고
왜 가운데를 모르고
왜 그럭저럭을 모르고 이러고 사나.
그래서 뭐든 적당히 하는 사람이 너무 부럽고
뭐든 가운데 중심을 잘 잡는 사람이 너무 부럽고
뭐든 그럭저럭 모든 분야에서 무던한 사람을 너무 부러워 했다.
여기에서만 너무가 3번이나 나왔다.
사랑하면 자꾸 말하게 된다던데 내가 가장 사랑하는 건 정말 너무 인가 보다.
그래도 세월이 무섭긴 무섭다
30대 초반만 해도 내 상태는
너무도 아니고 너어어어어어어무의 초과잉 상태였다면
지금은 조금 간결하고 담백한 너무 상태다.
나이를 먹으니 뭔가 너무 들끓는 일도 줄어들고
체념도 배우고, 좋아하는 마음도 잘 감춰야 한다는 것도 배워서인지
너어어어어어어무의 나는 너무로 짧아졌다.
날 애정으로 바라봐줬던 그 출입처 관계자에게 사실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이제는 그렇게 너무 잘 웃지도, 잘 울지도 않는다고.
그 너무가 내 개성일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개성도 희미해져 간다고.
그저 그런 회사원으로 살고 있다고.
먹고 사는 문제가 내 색깔을 드러내는 것 보다 더 무섭다고.
그래서 그냥 지금은 너어어어어어어무 내가 아닌 적당히 너무한 내가 됐다고.
그냥 그렇게 돼버렸다고 말이다.
너무가 너무 넘치는 나를 미워한 시간이 너무 길었다.
이젠 내가 너무 밉지고 않고, 너무 좋지도 않다.
이제서야 조금이나마 가운데로 가고 있는 기분이다.
너무 시간이 흘러버린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