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회식은 사실 우울하다.
나만 우울한가? 다들 그렇잖아요.
...그렇다고 해주세요...
오늘은 도청 일도 어수선하고, 내 개인적인 짜증스러움도 엄청났던 터라
괜시레 기분이 안좋았다.
부장이 오늘 사무실에 안들어와서 망정이지, 오늘 내 표정 봤으면
또 저러고 있다고 한 소리 했을거다.
회식날이 결국 와버렸다.
우리회사와 인연이 없는 편집국장과, 여전히 나에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부지런하게 까불었다.
내가 까분다고 막말로 더 즐거운 자리가 되는건 아닌데
안까불었을때의 파급력을 생각하면 그냥 입이나 닫고 술이나 먹는거다.(입닫고 술먹는게 근데 가능한가?)
다들 가면을 쓰고 있다.
그리고 그 가면은 가식의 가면이라기 보단, 내 고민을 너에게 주지 않겠다는 배려의 가면들이다.
어느 책에서 봤던가
어느 철학자가 그랬던가.
모두에게 친절하라고. 다들 자기 자리에서 험난한 싸움을 하는 사람들이니, 우리라도 서로 친절하자고.
도라이 하나 없는 평온한 회식에서
조그맣게 괴로웠다.
모두와 잘지내고 싶었지만
그건 환상이고 신기루고 거짓이었다.
이걸 아는 나와 친하게 지내야 하는데 여전히 불화의 연속이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1시다.
가족들은 나를 기다리다 지쳐 잠들었다.
아이들을 재우는게 내 유일한 낙인데
바쁜척 하며 그 낙을 다 하늘로 날려보냈다.
키보드를 새로 또 장만했더니 글이 찰랑거리는 기분이 든다.
이제 나는 그냥 딸려오는 만원짜리 키보드와
영영 불화하는 삶을 살게 됐다.
바다소금, 이라는 예쁜 이름의 키보드 축이
내 마음을 또각거린다.
다양한 괴로움 속에서
걱정을 무한제조하는 내 삶에서
작은 즐거움을 찾아가는 나날이다.
또각소리에 걱정을 묻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