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30] 보통의 하루

by 홍기자 입니다

화요일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요일이다.

푼돈 욕심과 관종 욕심이 합쳐져서 시작한 라디오 고정출연은

이미 노예의 족쇄가 된 지 오래.

화요일을 자유롭게 쓴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아득한 톤으로 말할 수 밖에 없다.


좋아하는 분의 생일이 코앞이다.

좋은 걸 해주고 싶었다.

내 것을 사기 위해선 결코 방문하지 않을 백화점을

오픈런 했다. 이 오픈런을 위해 아침부터 발제 걱정에 발을 동동 구른건 덤.


운동이 재밌다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은 많지 않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의 누적 사이에 나를 한번이라도 생각 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탄탄한 워킹화를 샀다. 그 걸음에 행복과 위안만 있길.


급하게 방송국으로 향한다.

이제는 내 사무실만큼 반갑기만 하다.

여기는 희안하게 1층에 전자기기 매대가 있는데

얼마전 이 회사에 다니는 선배 덕에 알게 됐다.

키보드도 판단다.


그런 얘길 왜 이제 하세요.

정말 서울해질 뻔 했어요 선배.


하지만 말그대로 간이매대라

사람도 없고, 키보드는 덩치도 큰 물건이라

누군가가 나와서 봐줘야 한다.


포기하자.

남의 회사 와서 푼돈이나 벌고 빨리 꺼져버리자.


재미도 없는 내용으로 꾸역꾸역 돼지처럼 내뱉다보면

그래도 오전은 간다.


묘하게 불편한 팀장님과의 점심시간.

어떻게든 곱게곱게 우회해서 다음에 뵙자 했지만, 나도 생각해보면

어떻게 매번 편한 사람하고만 밥을 먹나 싶어서

반갑고, 끔찍하고, 행복한 목소리로 밥을 먹었다.


밥도 아니다. 소바다.


그리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짐을 정리하는데

오늘은 보도자료 상태가 영 아니다.

오전 내내 아무런 소득이 없는 나는

괜히 다 들리게

큰일이다 오늘 아무것도 못찾았는데 나 이제 우리 부장님테 죽었다

라며 벌벌체를 쓰며 회사행 차에 탄다.


나만 없는 줄 알았더니

메모 꼬라지를 보니 다들 쳐 놀았나보다.

오늘 어린이날인가. 되짚어봤다.


오늘 행운의 여신은 내 편이 되지 않았다.

사실 거의 늘 내 뒤통수를 정조준 할 뿐 그닥 힘이 된 적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내 일이 좋고

기사 쓰는 일이 단 한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지만

오늘은 그러지 못했음을 여기에서만 겨우 고백한다.


어떻게 매일 새롭게 발제할 수 있겠어.


하지만 이것도 결국 변명이다.

매일매일 새로운 이야기와 감춰진 것들을 드러내라고 내가 월급을 받는거다.

그게 진짜 어른의 밥값이다.


그렇게 터덜터덜 퇴근을 했다.

퇴근으로, 내 죄를 가려보려고 조금 더 터덜터덜 걸었다.


보통의 하루다.

어제 같기도, 내일 일지도 모를 보통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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