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4] 벗어던지고 픈 황금가면

by 홍기자 입니다

나는 사람이,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역할의 총량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그릇의 크기라는게 분명 있다는 말이다.


누군가는 화수분처럼 남들에게 사랑도, 마음도, 기분도 팍팍 쓰겠지만

누군가는 간장종지조차도 바다같이 넓다 느낄만큼 일인분 몫도 챙기지 못하니까.


나는 단언컨데 후자다.

그런데 세상이 원하는 내 역할은 전자다.

전자여야 한다고 압박을 받는 중이다.


내 삶 하나도 비틀비틀 늘 만취상태인데

오늘은 오랫만에 다친 이후로 처음 아픈 엄마를 돌보는 척도 해보고

인기빵점 엄마지만 아이들을 위해 먼 길 까지 운전해 실컷 놀게 하고

집에 와선 부엌 출입을 감행하는 아내 노릇도 했다.

그 중간중간 내일자 기획면 미리 써놓은 건 정말 함정이다.


사실 저 역할들의 총합은 70점이 될까 말까지만

나는 이 70점을 채우기 위해 단전에서부터 힘을 끌어모아 내 안의 흑염룡을 일깨워야 한다.


그러니까, 나 오늘 굉장히 지쳤다는 말을 길게 늘려봤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도합 70점의 삶도 버겁다며 공개적으로 징징거리는 어른으로 늙어가고 있다.


나만 잘하면 된다는거 알지만.

그게 참 어렵다.


오늘 부처님 오신날인데

부처님이 내 귓가에다가

거봐, 너 하나가 달라지니 세상이 달라지잖아

라고 하는 것 같다.


알겠는데요, 그래도 저는

세상이 정해준 제 역할이 정말 맘에 안들어요.

황금가면 같은거, 벗어던지고 싶다구요.

아 진짜 누가 밥도 좀 미리 해달라구요!


황금가면을 바삭바삭 깨고 싶은 하루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발제3] qkf로 시작하는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