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바보 Nov 01. 2022

갈색 양철문

신틀바우가 뭐야?

우리 집

 기억의 첫 번째 집을 떠나 이사를 하게 된 집의 이야기다. 이 집은 다니던 초등학교 뒤편에 있어 통학이 편리했지만 차가 다니는 도롯가 바로 앞이라 위험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위험한 거주 환경과 도로이용 편의성을 명분으로 도로 확장공사가 확정되어  몇 개월간의 생활 후에 다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이곳으로 이사를 하고 외할머니를 만났다. 외할머니는 나에게 신틀바우로 이사를 가니 좋으냐는 질문을 했다. 나는 생전 처음 듣는 단어에 그런 곳은 모르고 초등학교 뒤에 산다고 했다. 할머니는 그곳이 신틀바우라고 말했지만 사투리 섞인 말투와 발음은 어린 내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 뒤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곳이 왜 신틀바우냐고 물어봤지만 제대로 답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대체 신틀바우는 무엇일까?


집의 구조

 하천과 차가 다니는 도로 그리고 초등학교가 있다. 도로 옆에는 두 채의 집이 있고 그중 첫 번째로 보이는 집이 이번 우리의 집이다. 이번에는 집 안에 신발장이 있어 밖에 신발을 벗지 않아도 된다. 넙데데한 손잡이를 가진 갈색 양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부엌과 화장실이 있다. 작은 마루가 있고 마루 왼쪽에 안방과 작은 방이 자리하고 있다. 안방은 부모님이 작은 방은 나와 동생이 사용했다. 방과 마루에 단차가 있고 작은 방은 문을 열자마자 침대가 막고 있어 침대에 오르며 들어가야 된다. 침대 두 개가 방을 꽉 채워 있었고 작은 책상 위에 TV가 있었다. 작은 방에서는 침대 위에서 생활을 했다.


 이번 집은 내부에 신발장과 화장실이 있고 방이 나뉘어 있어 우리 방을 갖게 되었다. 침대도 있고 아주 만족스러운 집이었다.


집과 얽힌 이야기

 이사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청소를 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고생하는 엄마를 위해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에 바나나 우유라도 사다 드리려고 했지만 모아 놓은 돈이 부족했다. 100원 정도 부족했는데 엄마에게 말하니 내 것도 같이 사라며 돈을 더 보태주어 2개를 사 올 수 있었다. 엄마와 바나나 우유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곧 막냇동생이 생길 것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이 당시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점점 불러오는 배를 보며 막냇동생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옆 집에는 우리 또래의 형제가 있었다. 형제가 있다는 이유로 쉽게 친해져 종종 옆집에 놀러 가곤 했는데 놀러 가면 항상 컴퓨터 게임을 했다. 짱구는 못 말려 게임이었는데 짱구가 바퀴벌레 옷을 입고 빠르게 달리거나 닭 옷을 입고 힘겹게 날아오르던 장면이 떠오른다. 이렇게 같이 놀았던 친구들은 아쉽게도 우리보다 일찍 이사를 가게 되어 금방 헤어졌다. 게임을 하니 떠오르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 학교 앞 문방구에 야구 캐릭터들이 나오는 게임에 빠져 그 게임을 꼭 깨겠다는 다짐을 한 적이 있다. 게임에 소질이 없었던 나는 친구들이 게임하는 것을 몰래 구경하며 스킬 쓰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러던 대망의 날 거금 700원을 모아 문방구를 찾아갔다. 친구들이 모두 집으로 가길 기다리다 아무도 없을 때 혼자 게임을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는지 문방구 아주머니는 나에게 집을 안 가냐며 걱정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걱정도 걱정이겠지만 나 때문에 퇴근을 못하고 계신 것이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다른 곳 불만 끄고 문방구 안에 있는 방에서 TV를 보며 기다려 주셨다. 그리고 대망의 게임 결과는 마지막 보스가 웃는 장면으로 카운트 다운이 되며 끝이 나버렸다. 카운트 다운이 끝나기 전 동전을 넣어야 했지만 텅 빈 주머니를 매만지며 줄어만 가는 시간을 바라보았다. 이제 게임이 끝났으니 집으로 들어가라는 아주머니의 말과 함께 쓸쓸히 문방구를 나왔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갈 때 종종 군것질거리와 엄마가 좋아하는 호박 꿀 쫀디기를 사가 가스불에 구워 먹었다. 그때 당시 먹었던 과자들이 차카니, 논두렁, 메달 초콜릿, 월드컵 쥐포, 아폴로 등이 있었는데 그중 아폴로는 담배 피우는 모습을 따라 하면서 먹으면 더 맛있었다. 이 모습을 엄마에게 들키면 혼나긴 했지만 그게 또 재미였다. 페인트 사탕도 많이 먹었는데 이건 엄마가 먹지 말라고 한 불량식품 중에 하나였다. 그래도 몰래 먹곤 했는데 먹을 때마다 걸릴 수밖에 없었다. 혀를 내밀 어보라는 말에 혀를 내밀면 파랗게 변해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이 침대로 꽉 차 있어 침대 위에서 생활을 했는데 침대 위에 작은 밥상을 놓고 천방지축 모험왕 애니메이션을 보며 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이때 당시 간장 계란밥, 간장밥을 자주 먹었는 데 엄마가 없는 날 혼자 간장밥을 만들다 간장 구분을 못하고 국간장을 넣어 만든 적이 있다. 그럴싸하게 만들어 한 입 먹으니 엄마가 만들어준 맛과는 다르게 너무 맛이 없어 집 앞 하천으로 뛰쳐나가 헛구역질하며 바로 뱉어 버렸다. 간장밥을 만든 재료가 아까워서 어떻게든 먹어보려 했지만 냄새부터가 달라 도저히 먹지 못하고 아무도 모르게 하천 풀 숲에 버렸다. 그러곤 집에 온 엄마에게는 혼자 간장밥을 만들어 먹었다며 자랑을 하고 굶은 채로 잠을 잤다.


 초등학교가 가깝다 보니 온 가족과 함께 학교 운동장에서 산책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아빠는 약속에 나가기도 하고 가끔은 엄마 아빠의 술자리에 따라가 앉아있기도 했다. 아늑한 분위기의 술집을 자주 갔는데 술집에 다녀왔을 때는 학교 친구들에게 술집을 가봤다며 자랑하기도 했었다. 이 때문인지 지금도 차분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술집을 선호한다.


신틀바우와의 이별

 신틀바우에서의 생활은 몇 달 되지 않아 각인된 기억이 별로 없다. 그나마 있던 또래 친구들도 금방 이사를 가게 되어 함께 놀았던 시간도 짧았다. 신틀바우가 무엇인지는 오랜 시간이 지나 알게 되었는데 흰 털 바위를 신틀바우라고 발음한 것이었다. 할머니의 사투리와 특유의 발음이 그 당시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현재에는 정겹게 느껴진다. 생각해보니 ㅎ을 ㅅ발음으로 많이 쓰는데 흰색을 신색, 힘을 심이라고 발음한다. 그 외에도 털은 터래기, 바위는 바우, 가위는 가세 등등이 있는데 들으면 알지만 쓰려면 기억이 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오랜 시간이 지나 겨우 알게 된 신틀바우. 그곳에는 흰 털이 나는 바위가 있었던 곳이라 흰 털 바위라 불리던 것이었다. 신틀바우에서의 짦은 생활은 이렇게 마친다.




작가의 이전글 회색 양철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