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220303. 달 - 함순례

by Anthony

달 / 함순례


​어쩌다 깜박 졸았나봐요

어둠 뚫고 지켜보는 시선 있어 눈 떠 보니

그대가 빤히 훔쳐보고 있네요

들고 갈 것 없으니

잠시 쉬어가려던 참인가요

그대 편히 머물다 가세요

한밤중 슬며시 제게 찾아와

짓무른 몸 정갈히 씻어주시는군요

대접할 수 있는 건

마시다 남은 떫은 차 한 잔뿐

더러 맑은 술이나 입맛 돋우는 음식으로

당신을 맞을 때도 있겠지요

오늘은 딱 한번만 눈 감아 주세요

한 시절 지나면

당신도 그만 기울고 말거잖아요


- 함순례, 『뜨거운 발』(애지,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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