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3. 220319. 자작나무 - 헤르만 헤세
자작나무 / 헤르만 헤세
어떤 시인의 꿈 덩굴도
이보다 더 섬세하게 가지를 뻗고,
이보다 더 가볍게 바람에 휘고,
이보다 더 고귀하게 고개를 하늘로 쳐들지 못하리라.
너는 두려움을 억누른 채
밝고 긴 가지들이
다정하게, 여리고도 가늘게
불어오는 숨결에도 흔들리도록 매달았네.
그렇게 너의 섬세한 떨림으로 넌 내게
다정하게 순수한 청춘의 사랑의 초상
하나를 요람처럼 흔들흔들
나직이 보여주려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