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8. 200112. 겨울로 가는 길 - 나태주
[0112] 겨울로 가는 길 by 나태주
무엇이든지 아낌없이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러나 무엇을 준단 말인가?
무엇을 줄 수 있단 말인가?
한 잔의 차 한 그릇의 음식
한 권의 책이나 구두 한 켤레가 아니다.
옷 한벌이나 그런 것은 더욱 아니다.
무엇보다도 시간을 줄 수 있어야 했다.
내가 허락받은 지상의
시간을 아낌없이
주더라도 아낌없이 줄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날로 해는 짧아지고
밤은 길어지고 있다.
그래도 나는 너에게 무엇인가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 마음으로 나는 지금
네 옆에 앉아 있다.
네가 무엇을 생각하는가를 따라서 생각해보고
네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를 살피며
네가 바라보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너도 내 옆에 잠시 편안한 마음으로
그렇게 좀 앉았다 가거라.
이것이 오늘의 내 소원이고 부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