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9. 200503. 빈 의자 - 황경신

by Anthony

빈 의자 by 황경신

나는 여태 이렇게 비어있고
너는 여태 그렇게 비어있어
그러한 대수롭지 않은 운명으로 만나
대단치 않은 것처럼 곁을 훔치다가

모든 것이 채워지는 인생은 시시하다고 중얼거리며
밀쳐내는 이유를 만들기도 하다가
붙잡을 것 없는 텅 빈 밤이면
너의 텅 빈 마음을 파고드는 꿈을 꾸기도 하다가

아직 이렇게 비어있고 나는
아직 그렇게 비어있는 너 때문인지도 모르니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한다
조금 더 비워두기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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