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6. 200928. 길 - 윤동주

by Anthony

길 - 윤동주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까지
저녁에서 아침까지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있는 까닭이요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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