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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우 Jul 14. 2021

당신에게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돈보다 중요한 것

직장은 나에게 일정한 수입을 정해진 날짜에 제공해주는 수입 공급원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첫 직장을 선택할 때 워라밸이 잘 지켜질 것 같은, 근속연수가 긴 직원이 많이 다니는 적당해 보이는 곳을 골랐다. 나의 첫 직장은 칼퇴근과 평일 2일의 휴가가 보장되는 곳이었다. 이 두 가지 장점 덕에 적은 월급과 불합리해 보이는 많은 단점을 상쇄시키고 만 10년을 꽉 채워서 근무할 수 있었다. 경영지원 업무였기 때문에 물경력이 될 시간이었지만, 이 직장에서 정년을 맞이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별로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아무리 워라밸이 좋은 직장이어도 양가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직장생활을 해나가기가 어려웠다. 더구나 이 회사는 칼퇴근은 시켜줄지언정 육아휴직은 절대 인정해주지 않는 곳이었다. 출산 휴가 3개월만 쓰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시터를 구해서 바로 다시 회사에 복귀했다. 다행히 시터를 잘 만나서 아이가 4살이 될 때까지는 무난히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시터할머니는 아이를 친손자처럼 돌봐주셨고,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도 유동적으로 돌봐주시는 게 가능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가면서부터 회사 생활에 어려움이 생겼다. 어린이집 하원 후 4시부터 부모가 퇴근하는 8시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일은 급여가 작기 때문에 시터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시터를 어렵게 구해도 갑자기 다음 날부터 일하기 어렵겠다는 통보를 받는 일이 계속 생겼다. 아이는 어제까지 만났던 할머니라고 부르는 사람이 다음 날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일을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다행히도 오는 시터마다 아이에게 다정히 대해주어 아이는 할머니에게 마음을 담뿍 주었는데, 다음 날부터는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일이 점점 더 마음이 아파졌다. 그렇게 2년을 버티고 나는 회사에 사표를 냈다.




나에게 첫 번째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안정적인 수입원인가, 아이를 안정적으로 키우는 것인가. 아이를 낳을 때부터 계속되던 고민에 드디어 답을 냈다. 나에게 최우선의 가치는 아이였다. 평생의 직장이 될 것이라 믿었던 곳에 사표를 내면서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아이의 어린 시절은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고, 나는 돈 대신 그 시간을 선택했다.



회사를 그만둔 뒤 조금 쉬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는 시기에 눈치 보지 않고 육아 휴직을 할 수 있고, 그 후 안정적인 수입원이 되어줄 직장으로 공무원이 제격이었다. 어린이집과 태권도 학원의 도움을 받으며 공부를 했다. 수험생이긴 했지만, 직장에 매여있는 몸은 아니어서 아이가 아플 때는 며칠이고 편하게 돌볼 수 있었고, 어린이집 행사가 있을 때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었다. 



아이 6살 끝자락에 공부를 시작해서 아이가 학교 입학할 때 휴직을 쓰려면, 7살이 되는 해에는 합격해야만 했다. 아이를 돌보며 하는 공부는 체력이 너무 많이 달리고 힘이 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너무 힘이 들어서 이 공부를 한 해 더 한다는 것이 끔찍했다. 이 지겹고 힘든 공부 한 번에 끝내자는 마음으로 끝까지 달렸다. 그리고 아이 7살의 가을에 합격 소식을 들었다. 지금은 아이의 입학에 맞추어 휴직 기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 맞춰 쉴 수 있어서 더 다행한 일이 되었다.



전 직장은 아이를 시터의 손에 맡기면서 6년간 버텨왔던 곳이다. 그렇게 힘들게 버틴 곳을 이제 좀 손이 덜 간다는 6살에 그만두는 것은 꽤 큰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나에게 진정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돌아오긴 했지만 좀 더 좋은 조건의 직장을 구할 기회도 되었다. 



돈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어쩌면 돈으로 행복도, 건강도 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인생의 어느 시기에는 돈과 나의 중요한 무언가 중 어떤 것이 나에게 더 소중한 가치인지에 관해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 있다. 그때 과감히 돈이 아니라 소중한 무언가에 손을 들어주는 것이 후회가 덜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선택이 다른 기회를 열어주는 문이 되기도 한다. 인생의 결정적 선택을 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 당신! 자신의 마음과 깊은 대화를 나누어 당신에게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내기를 응원한다. 


출처 :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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