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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ka Jun 24. 2021

하지 못한 말

노을에게 졌다.

다들 어떻게 그런 아픔을 가슴에 안고 살아갈 수 있었을까.

누구나 겪게 되는 그런 인생의 쓴맛일 텐데, 왜 내 마음에 달라붙은 쓴맛의 과녁이 크게만 느껴질까.

행복했던 기억보다 잘해주지 못했던 시간이 가슴을 더 후벼 판다.

그대가 속상했고, 아팠고, 슬퍼했던 순간이 나 때문이라는 사실에 괴로워하고, 자책한다.

내 가슴을 채찍질하면서, 스며 나오는 선혈에 우리의 사랑이 투영되고 있다.

좋았던 것만, 행복한 것만 주고받기도 벅찼을 사랑인데, 왜 우리는 고통과 아픔을 겪어야 했는지.

그렇게도 힘든 시간을 서로가 보냈어야만 했는지. 사랑을 하면 아프게 되는 게 맞는 건지.

내가 추구했던 것을 포기할 수 있었던 만큼 그대를 만나고 싶고, 곁에 있고 싶고,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사랑이라고 불리는 것인지. 그대를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이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너무 강렬한 나머지

우리의 관계를 파괴해버린 건 아닌지. 아직도 모르겠다.

사랑이 무엇인지, 우리가 과연 사랑을 한 게 맞는 건지.


그런데 과연 누가 감히, 사랑을 논할 수 있을까.

우리는 너무 사랑을 모르는 나머지 다른 사람과 비교해버리는 과오를 범하게 된 건 아닐까.

명확한 실체가 없는 사랑의 모습을, 누가 정의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다른만큼 사랑의 형태도 모두 다를 텐데, 그 모든 사랑의 단면을 우리가 전부 가질 순 없었을 텐데.

이게 사랑이 맞을까 의심하는 순간 괴로워졌다. 생각이 많아지고, 답은 없어지면서 복잡한 감정만 남았다.

그저 타인의 사랑과, 과거의 사랑과 비교하지 않고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었다면, 또 그렇게 해결해나가려 했다면 지금 우리는 달랐을까.

[네가 흘렸던 눈물이 너무 쓰게만 느껴진다. 너에게 웃음만 주고 싶었는데.]


현실 안에 서로를 위해서, 더 높은 단계의 관계를 위해서 우리는 잠시 헤어졌지만, 나는 너에게 특별함을 느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하고도 강렬한 마음을.

비록 너는 그렇지 않을지 몰라서, 나만 그런 감정을 느낀 게 너는 미안하다고 했지만, 나는 괜찮았다.

네가 스스로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고 말해도 괜찮았다. 아팠지만, 그 어떤 것도, 곁에서 같이, 함께 걸어가고 나아가면 되는 문제였으니까. 사실 너만 곁에 있으면 괜찮았다.

사실 나만 괜찮았다보다. 너의 감정과 생각을 헤아리지 못하고, 네가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문제를 편협한 나의 생각으로만 대했다. 좁아터진 마음에서 널 이해하지 못하고, 내 마음을 받아달라고만 외쳤다.

너를 놓쳐버릴까 봐 불안한 나머지 너를 나의 테두리 안에 가두려 했다. 너의 존재가 나와 함께 걸으며 성장하고, 발전하고 싶었지만 나의 행동은 너를 소유하려는 것에 불과했다. 만약 내가 좀 더 굳건하고, 배려가 넘친 사람이었다면 너는 더 웃으며 행복할 수 있었을까?

[아무도 모르게 혼자 들썩이고 있는 너의 어깨를 나는 토닥거려주지 못한 것 같다. ]


시간이 해결해줄 거란 말이 얼마나 답답한 말이었을까.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는다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외침이었을까. 사람이 숨을 쉰다고 사는 게 아닌데, 너는 얼마나 숨을 죽여가며 힘들어하고 살았을까. 네가 혼자 있는 시간을 힘들어하는 모습을 견디기 힘들었지만, 너의 안녕과 존재를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곁에서 너를 도와주고, 위로해주고, 안아줄 수는 있지만 내가 해결해줄 문제는 아니라고. 그러지 말고 그냥 힘들겠다며 너의 힘듦을 공감해줄 걸, 나마저 기분 나빠할까 봐 눈치를 보지 않게 만들걸.

[어제부터 머리가 너무 지끈거려온다.]


너는 배려 깊었고, 주변에 친구도 많았다. 감정이입도 뛰어나서, 슬픈 상황이 오면 같이 슬퍼해주고 슬픈 노래를 들으면 스스로가 슬퍼했다. 힘든 세상이기에, 그만큼 너도 여러 가지로 힘들어했다. 너는 눈물도 많았다.

네가 슬퍼할 때마다, 나는 비교를 했다. 그러면 힘들어지는 걸 알면서도,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사람이 행복하지 못하는 이유가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란 걸 머릿속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비교를 해버렸다. 너의 과거를 생각하면서, 너의 이전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슬프거나 이별 노래를 들을 때 네가 그 사람을 떠오른다고 생각하니 견디기 힘들었다.

이별 노래를 들으며, 네가 그 사람 때문에 슬퍼한다는 생각이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어느 곳에서 그 사람과의 추억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질투가 치밀었다.

좋지 않은 비교를 할 때마다 너와 그 사람이 같이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괴로웠다.

그에 대한 나쁜 생각마저도 아직 너에게 남아있는 걸 볼 때마다, 난 보이지 않는 그림자와 싸우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직 내가 가지지 못한 걸 가지고 있는 거 같아서, 부러움과 화가 동시에 피어올랐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너의 탓이 아닌데. 오히려 내가 옹졸해서 생긴 망상인데.

너의 과거는 어찌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탓할 수 있는 게 아닌데.

그저 그랬구나,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오히려 당연한 거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데.

돌이켜보니 모든 걸 너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모든 걸 몰랐으면 괜찮았을까 싶다가도,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계속 가정하는 내 모습이 싫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 못나보였다.

보이지 않는 망상에 이렇게 사로잡혀 있는 나를 보며, 우리 관계 이래도 괜찮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적으로 나도 너를 받아들이는 성장을 해야겠구나, 그런 사람이 되어야 너를 만나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용기를 내줬다.

[너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나에겐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기꺼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


[이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하지 못했다.]


시작부터 조금 어긋난 걸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모른척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어긋난 부분에서 마찰음이 생기기 시작했고, 아팠고 슬퍼했다. 서로의 감정에 상처를 내고 힘들어하면서 더욱 각자만의 생각에 파묻혔다. 너와 나는 서로가 한 손이 어딘가에 묶여있는 상태에서 손을 잡았다.

언젠가, 자유롭게 풀린 다른 손도 함께 마주 잡고 서로를 안으며 사랑을 속삭이는 날이 찾아왔으면 좋겠지만, 모르겠다.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어떻게 될 것인지 모르는 거니까.

단지, 지금은 너의 시간을 응원한다. 너의 안녕을 바라고 네가 다시 성장해서 스스로에게 고생했다며 위안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너와 각자의 삶을 바탕으로 인생을 동반하기를 바란다.

정말로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행복을 서로에게 나눠줄 수 있기를 바란다.

너의 행복과 나의 행복을 바란다. 너에게 했던 잔소리마저, 돌이켜보면 과거의 나에게 하는 말인 것 같았다.

바보같이. 그때의 나는 곁에서 그저 누군가의 지지를 바랐었는데 그때의 내 심정도 모르고, 또 네가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나는 다시 네가 환한 웃음을 지어지길 바란다. 세상 그 무엇보다 나를 뛰게 만들었고 세상을 충만하게 만들었던 그 미소가 너에게 맺히길 바란다. ]


나는 여전히 너와의 사랑을 갈구한다. 하지만 서로의 지금 상태로는 힘들 것임을 알고 있기에, 잠시 떨어져 힘들지라도 잘 극복해서 다시 만났으면 한다. 우리의 관계에 찾아온 이 위태로움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멀어져야 할 테니까. 그러고 싶진 않지만, 내 마음처럼 잘 풀리는 일은 없을지도 모르니까. 보고 싶고 그립지만, 오히려 더 나은 관계의 초석이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힘들어하는 너를 보는 건 힘들다. 옆에서 위로해주고 싶다. ]

반대일지라도, 나는 너의 안녕을 바란다. 너의 생각을 존중하고 응원해주고 싶다. 너의 삶에 내가 스며들지 못하는 상황이 닥쳐오더라도 나는 너를 응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기로 해본다. 나는 그런 큰 사람이 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다. 그런 상황을 정말로 바라지는 않지만. 이별이든 사랑이든 다시 부딪혀올 테니, 어떤 에어백이라도 준비해본다.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서로를 믿고 한번 해보기로 서로가 결심하는 순간이 오기를. 나의 곁에 네가 다시 있기를.]

[뭘 해도 같이 있는게 더 나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너의 생각이 너무 나고 보고싶지만 너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싶어서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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