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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ka Jan 15. 2019

“괜찮지 않아”라고 말하지 못했다.

왜, 괜찮아야만 했을까.

나는 사실 괜찮지 않았다.

내가 나를 보았을 때조차, 나는 무슨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아파 보였다. 나약해 보였고, 보잘것없어 보였다. 더욱이 타인의 삶과 비교하면 그곳엔 한없이 추락하는, 초라한 내가 있었다. 나의 존재는 한심했기에, 또 상처가 깊게 새겨져 버렸다.


내 마음은 제멋대로인 감정으로 잠겨있었다.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공허함, 무겁게 가라앉은 고독감, 나를 짓누르는 허탈함, 무너지는 상실감, 타인과 비교하여 생긴 불행의 압박, 바닥을 기어 다니는 자존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욕망들. 괜찮지 않은 마음을 채우기 위해, 결국은 마음이 살아가기 위해. 답답하고 가슴이 터질 것 같지만, 무엇인가로 대체하려고 하는 나의 모습이, 조금은 싫었다.


주로, 혼자서 감내하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좀 버거웠다. 옆에서 나의 마음을 보듬어줄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탄식 섞인 욕망이 날아올랐다. 비록 내가 고독을 선택했지만, 날 안아줄 사람이 있었으면. 터무니없는 욕심이었다. 왜, 또 그런 생각을 하는지. 내가 못나보였다.


날 싫어하기에, 나를 좋아하려고 노력하는지도 모르겠다. 혹은 자기애적인 사람임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 같은 날은 무엇을 하든,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저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깊게, 더 깊게.


오늘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 나는 감정의 기저에서 헤매고 있었다. 서서히 허무함에 잠식되면서, 지독한 고독감에 질식하면서. 위로될 것은 없었다. 그저, 바닥을 칠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시간이 흘려주는 생명력을 믿을 수밖에. 언젠가 다시 위로 올라갈 순간의 나를 고대하며, 또 하루에 매달렸다. 숨이 벅찬 상실의 하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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