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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ka Jun 17. 2019

흐노니

흐르니까.

 그의 슬픔이 주체할 수 없이 넘칠 때, 누군가 흘리듯이 말했다. 흐르는 것에는 어찌할 수 없음이 담겨 있다고. 그래서 아름다움이 서려있다고.

 주위를 둘러볼 여유조차 없어, 흘려들어온 말을 버렸다. 무엇도 위로되지 않았다. 그가 치유된 것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었다.


 감정이 흘렀다. 요동쳤다. 슬펐다가 기뻤다가, 죽을 것 같다고 괴로워하다가도 죽을 것 같이 행복에 겨웠다. 어디로든 흐르는 감정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는데. 그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에 소중하고, 경이로웠는데.

 흐르는 것들을 부정하면서, 아파온 세월을 돌아보며 성숙해진 면이 있다. 그래서 그는 이제 슬픔이 흐르면, 슬픔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찌할 수 없기에, 그 자체로 아름답기에. 슬픔을 좋아할 사람은 대개 없지만, 받아들이려고 노력은 해야 한다. 정말로, 궁극적으론 사랑해야 한다.


 그의 생각은 흘렀다.


 시간이 흘러서야, 그는 흐르는 것들을 사랑하기로 했다. 시간과 세월이 흐르고, 강과 구름과 달빛이 흐르고, 눈물이 흐르고, 심지어 촌티나 귀티가 흐르는 모든 것들을.

 흐르는 것들에겐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 있기에. 어찌할 수 없음이 담겨 있기에. 그래서 아름다움이 서려 있기에. 그리움이 박혀 있기에.

 흐르니까, 흐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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