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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ka Mar 15. 2019

그때의 감정, 소각

비워야 채워지는 것.

연이 닿은 사람도, 하늘에 떠 있는 달도,

돌아볼 수밖에 없는 과거도.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에겐

어떤 애틋함이 스며들어 있다.


손에 쥘 수 없는 것들이라, 애를 태우면

그리움이 잿더미로 남는다. 마음을 녹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검게 그을려 심장의 색감만 어둡다.


안개가 짙어졌나, 핏줄이 터진 눈 앞이 뿌옇다. 먼지가 쌓인 건지, 바닥에 떨어진 물들이 하늘로 증발하는 것인지. 보이지 않는다. 허나 세상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니, 무언가 위로 올라가고 있음이었다. 저 멀리서는 아마, 희극이었다.


숨이 턱 막혔다. 현기증이 도지자, 눈이 감겼다. 검은 액자에 담긴 나의 사진이 연소되더니, 쾨쾨한 연기가 세상을 가득 메웠다. 메마른 빛이 번쩍하다가 아련함을 담은 벼락이 내렸다. 이내 매연은 소용돌이치다가 구멍 뚫린 하늘에 빨려 들어가 소멸해버렸다.


기존의 세계가 붕괴되고, 새로운 세계가 들어섰다.

천지개벽. 앞으로도 나에게 고통과 성숙을 가르쳐줄 무한의 배움터. 거기서 나는 반복되는 시련을 경험하오니, 성찰할 것. 구원의 여정엔 언제나 자신이 곁에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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