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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ka Nov 17. 2019

초겨울 새벽에.

갇혀버린 자의 일기.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

밤에서 아침으로 가기 전 새벽 즈음에,

세상이 고요해지고, 공기의 흐름마저 가라앉으면

소리 없이 그가 찾아온다.


어김없이, 보이진 않는다. 단지 온몸으로 느껴질 뿐. 어둠에 동화된 그의 시선이 나를 훑어보고 있음을 깨달을 때, 그가 또 나를 만나러 왔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어쩌면 내가 그를 불러낸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 가슴 한구석에선 살짝 놀라는 시늉을 해본다.


암흑이다.


지금 나의 감정은 짙고 강렬한 검은색이기에,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과 동질감을 느낀다. 밖은 정말로,  숨 쉬는 자들이 없는 것 마냥 조용하다. 활력이 넘치던 낮과는 달라 세상과 동떨어진 기분이다. 내가 알던 것들이 나를 소외시키고 있음이 익숙지 않아 이질감을 느낀다.


관계도, 사회적인 인간도 없이 어떤 차원에 홀로 고립되어 있음을 느끼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곳에 서있는 인간은 의미란 것이 의미가 없다. 무너지고 무너져 내린다. 원초적인 바탕만이 지지한다. 존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나를 찾아온 그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고독하고, 외롭고 쓸쓸한 그 모든 소외감을. 그런데 그는 문득 느꼈던 고독함이 오히려 반가웠다고 말했다.

얼마나 잠식되어 있어야 그럴 수가 있나. 그의 공허함을 감히 가늠하지 못한다. 어떻게 살아있는 것인지 그 뚫려있는 가슴을 향해 소리치지 못한다. 문득 내 심장이 뛰고 있는 게 느껴졌다. 혈관이 막혀있지 않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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