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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재영 Dec 25. 2019

미학 트렌드: 인스타그래머블
2020년대는? - bxd

이 시대를 아우르고 있는 미의 기준은?  ‘인스타그래머블’을 살펴보자

일반적 의미에서 절대적인 미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미의 기준이라는 것은 역사적·사회적 환경에 따라 변화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에 대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합니다. 디자인이 소비자의 ‘미적 기준’에 충실해야 제품과 서비스가 선택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현시대를 관통하는 ‘미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무엇을 아름답다고 할까요? 또 기업의 어떤 디자인이 미적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자 여기, 2015년 이후 지난 5년을 아우른 미학 트렌드가 있습니다. 요즘 트렌디한 사람들이 모두 동의하는 ‘미의 기준’ 말입니다.


2015년 이후 핫 트렌드,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출처: google trends, 10년간 전 세계 ‘Instagrammable’ 관심도의 변화 (2009. 01. 01.~2019. 12. 16.)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이란 ‘Instagram’과 ‘able’을 합쳐 만든 조어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위의 구글 트렌드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시작해 2018년과 2019년에 전 세계적으로 ‘인스타그래머블’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래머블’이 젊은 층의 새로운 미의 기준과 소비 기준이 되면서 업계에서도 이를 마케팅의 중요 키워드로 삼았습니다. 외식, 여행, 전시 같은 공간도 이제 ‘인스타그래머블’한 배경으로 합당한가로 평가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식당의 기준

언제부터인가 식당에서는 ‘음식’ 자체보다 ‘분위기’가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네온사인이나 간접 조명, 식물까지 애초에 인스타 배경으로서의 적합성을 염두하고 꾸민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인스타그래머블’한 카페의 대표 격인 ‘블루보틀’의 경우 오픈 시간 전부터 수십 명이 줄을 선다고 합니다.

홍콩시티대와 미국 산타클라라대 교수들은 밀레니얼 세대 146명을 대상으로 인스타 경험이 식사 경험에 과연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A팀에게 디저트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게 했습니다. 한편 B팀에게는 아무 상관없는 볼펜을 포스팅하게 했습니다. 이후 A, B그룹 모두 디저트를 먹고, 식사 경험 만족도와 재방문 의도, 추천 여부를 조사했습니다.


실험 결과,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하는 조건에 속한 A 실험 참가자들의 만족도와 재방문, 추천 의도 등 모든 면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자기표현 욕구가 충족된 소비자들일수록 본인의 소비 경험을 더 만족하는 것으로 분석이 됩니다. 더 나아가 A팀 참가자들이 자신이 포스팅한 사진에 많은 ‘좋아요’를 받은 경우, 음식 맛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인스타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보다 호의적으로 이끌어낸 대상에 심리적으로 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겁니다. 이 실험에서 보여준 것처럼 자기표현 욕구를 충족해준 인스타 경험을 위해 점점 더 인스타스러운 공간을 찾는 건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여행의 기준

출처: google trends, 10년간 전 세계 ‘Instagrammable’ 관련 검색어와 지역별 관심 현황(2009. 01. 01.~2019. 12. 16.)


구글 트렌드 자료에서 ‘인스타그래머블’ 관련 검색어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공간’과 관련된 검색어가 많은데요, 특히 런던과 뉴욕이 인기가 많습니다. 이는 역시 여행객들이 인스타에 포스팅하기 적합한 장소를 찾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실제로 영국 숙박업 보험업체인 스코필드(Schofields)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여행지를 선택할 때 40%의 응답자가 ‘인스타그래머블한 여행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응답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술 가격이 24%, 현지 음식 경험이 9.4%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작은 도시 와나카(Wanaka)는 인스타스러운 장소라는 인기 덕분에 2015년 여행객이 전년대비 14% 증가해 인스타그램에 공식적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합니다.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은 최근 인스타 효과로 방문객이 급증해 1일 방문객 정원을 8000명으로 제한까지 합니다. 인스타스러움으로 인해 나타나는 정말 재미있는 현상들이죠.


생활의 기준

2019년은 인스타스러운 전시회도 인기였습니다. 비주얼이 좋으면 특별한 인증샷을 남기기 더 좋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최근 비주얼적인 전시회는 작품 자체보다는 전시회를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더 집중합니다. 예를 들어 <뷰티인사이드 로맨틱 포토 에디션>, <해피 인사이드> 등에서는 인증샷 촬영이 마음껏 가능합니다. 영화관도 인스타스럽게 변했습니다. CGV는 최근 다양한 특별관을 선보였는데요, 숲 컨셉의 ‘씨네&포레’(#힐링스타그램)와 내 집 컨셉의 ‘씨네&리빙룸’(#집스타그램), 셰프가 요리를 직접 해주는 ‘씨네 드 쉐프’(#먹스타그램)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호텔 역시 변화하고 있습니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2019년 전국 인스타스러운 부티크 호텔의 이용률이 2년 전에 비해 34%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호캉스’ 해시태그는 거의 100만 개에 달할 정도이죠. 부티크 호텔에 방문하는 목적 자체가 단순한 숙박이 아니라 인스타 배경용이 되어버린 겁니다.

한편 ‘인스타그래머블’은 이제 사람들의 생활 방식까지 교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인스타를 자주 하는 사람들은 ‘내 삶을 인스타에 올릴 만한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고 자기 생활을 바꿉니다. 인스타에 어울리는 라이프스타일, 소비형태, 취향을 인스타 사각 포맷에 끼워 맞추려 하는 것이죠. 대표적인 예가 ‘셀카이형증’입니다. 과거 성형수술을 하려는 사람들은 유명인의 사진을 들고 와서 비슷하게 수술해달라고 했는데, 근래엔 필터 앱으로 보정한 사진을 가져와서는 “이 사진의 나처럼 만들어주세요”라는 요구를 한다는 겁니다. 피부와 치아를 뽀얗게 만들고 눈동자와 입술을 크고 선명하게 표현해주는 사진 필터링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새로운 미의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인스타그래머블’이 생활의 기준이 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결과입니다.


비즈니스의 기준

여기에 비즈니스의 기준도 인스타를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브랜드들이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인스타그래머블’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든 것이죠. 샤넬이 홍대에 만든 오락실 컨셉 게임센터 스토어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샤넬이 홍대에 오락실 컨셉의 게임센터를 열었지요. 직접 가 확인해 보니 완전히 인스타그램 배경화면이었습니다. 명품 브랜드 샤넬과 오락실 팝업스토어를 언뜻 연결 지을 수 있겠습니까? 기존에 가져왔던 ‘명품’ 이미지만을 생각한다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죠. 한편 강남의 뷰티 편집숍 ‘시코르’의 플래그십스토어에는 수십 개의 거울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방문한 고객들이 거울 앞에서 마음껏 셀카를 찍을 수 있게끔 한 것입니다. 또한 인테리어는 바비인형의 세계에 온 듯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장식해 사람들의 인증 욕구를 자극합니다. SNS에 올릴 수 있도록 처음부터 기획하여 컨셉을 잡은 것이죠.

출처: 서울신문, 신세계백화점 ‘시코르’ 강남역점

나아가 일반 회사의 사무실도 ‘인스타그래머블’하게 꾸며지는 추세입니다. 주변의 한 회사 대표는 사무실 이사를 가면서, 밀레니얼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작은 화단과 간접조명으로 사무실을 꾸몄다고 합니다. 바닥에 최적의 사진 촬영 장소를 알려주는 발자국 스티커를 붙였을 정도라고 하네요. 에어비앤비와 어도비, 링크드인, 익스피디아 등 글로벌 기업들도 자신들의 사옥을 창의적으로 꾸며 인스타에서 수천, 수만의 좋아요를 받았습니다. 또 요즘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 등 공유오피스도 인스타스러운 인테리어는 기본입니다. 모든 비즈니스 영역이 ‘인스타그래머블’을 받아들인 겁니다. 진정 SNS에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과 서비스만이 가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입니다.


인스타그레머블의 핫한 이유가 궁금하다

14세기에서 16세기 사이에 일어난 유럽 문명사의 문예부흥(文藝復興)처럼 현대의 ‘인스타부흥(Insta復興)’도 여러 기술의 발전과 생활수준, 정서, 시장, 그리고 세대의 변화로 인한 시대적인 결과로 보입니다.


과거의 주력 소비층은 연장자, 남성, 시티즌의 몫이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 대 이후 소위 ‘스마트 혁명’ 시대엔 스마트폰 하나면 카메라를 통해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SNS에 공유할 수 있게 되자 자연히 젊은 세대와 여성, 네티즌이 주력 소비층이 되었죠. 필립 코틀러는 마켓 4.0 시대가 되면서 “젊은이, 여성, 네티즌의 중요성과 영향력이 크게 높아졌다”며 강조했습니다.


먼저 젊은이들은 신선한 디자인을 좋아하고, 공유하고 싶어 합니다. 음악과 영화, 음식과 패션, 기술 같은 대중문화 분야에서 트렌드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체로 얼리어답터인 이들은 마케터의 1차적인 공략 목표가 됩니다. 신제품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진다면 주류 시장에서의 성공적 안착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디지털 네이티브인 이들은 텍스트보다 비주얼에 더 익숙합니다. 그래서 비주얼적인 ‘인스타’는 개성을 드러내길 좋아하는 젊은 세대가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적합한 수단이 된 것입니다. 이렇게 젊은이들에게 인스타는 하나의 ‘취미’이자 ‘놀이’이며 ‘소비’입니다.


여성들은 대체로 가정의 경제적 흐름을 관리합니다. 그리고 대개 여성은 남성보다 제품 조사를 계속하는 끈기도 있습니다. 이렇게 여성의 공략 중요성이 높아진 한편, 여성들은 남성보다 디자인에 더 민감하며 즐기기를 좋아합니다. 당연히 온라인으로의 소통도 더 좋아하죠. 네티즌은 온라인상에서 정보를 공유하며 능숙하게 관계를 맺습니다. 브랜드나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가 하면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소비의 개념과 가치가 전면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상세히 말씀드리면 소비는 이제 Search이고 사진 Posting이며 Share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스타가 제격인 것이죠.


나아가 브랜드의 ‘탄생’뿐만 아니라 ‘관리’도 무시할 수 없어졌습니다. 젊은이, 여성, 네티즌들의 체험을 만족시키기 위해 인스타스러운 감성이 브랜드 전반에 필요하게 된 것이죠. 설사 직접 구매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브랜드 이미지나 로열티가 제고되는 등의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에서는 젊은이, 여성, 네티즌의 호응을 얻기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한번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나면 이들은 브랜드의 가장 충실한 옹호자가 됩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들을 위한 ‘인스타그래머블’한 경험을 더 많이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감성적인 아름다움의 추구는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제품의 ‘품질’이나 ‘디자인 가치’를 높이는 것 못지않게, ‘인스타그래머블한 속성’을 갖추는 게 필수적이라는 얘기입니다.


인스타그래머블도 한계는 있다.

출처: google trends, 10년간 전 세계 ‘Instagrammable’과 ‘플렉스(노랑)’, ‘인싸(빨강)’ 관심도의 변화 (2009. 01.~2019. 12.)


이러한 ‘인스타 감성’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입니다. 지난 10년간의 구글 트렌드의 데이터 자료를 보면 최근 ‘인스타그래머블’의 관심이 많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5년 정도 반짝 뜬 후, 추세가 꺾이기 시작한 것이죠. 반면 ‘플렉스(flex)’와 ‘인싸’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제 많아지는 인스타

얼마 전, 인스타를 통해 화제가 된 카페에 갔다가 실망한 적이 있습니다. 핫하게 떠오른 곳이라 내심 기대를 했었지만 커피를 마신 순간, 제 혀를 의심할 만큼 기대 이하였습니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강한 비주얼을 보고 ‘홀렸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이런 상황을 겪은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는 소비자를 상대하는 매장이 품질보다는 겉 멋내기에만 너무 치중했기 때문입니다. 장 보드리야드는 “이미지 마케팅이 늘어날수록 실재 세계에 대한 무관심은 급격히 커진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치 우리는 플라톤의 동굴 벽에 비친 그림자와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금만 틈이 있어도 비집고 들어온 ‘인스타그래머블’은 눈에 띄는 모든 곳을 잠식했습니다. 식당에서 ‘인스타에 해쉬태그 홍보를 해준다면 사이다를 한 병 무료로 준다’는 이벤트, ‘유명 셀럽이 올린 옷 광고와 구매 링크 좌표 공개’ 등 수많은 광고 계정이 만들어지면서 급기야는 인스타의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습니다. PPL 제품이 집중을 방해하고 심리를 교란하는 온갖 트릭이 난무하고 있지요.


트렌드모니터에서 ‘SNS 신뢰성’과 관련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전국 만 19세~59세1,000명), 인스타그램에서 공유되는 정보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용자가 꽤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카카오톡(47.9%)이나 페이스북(31.9%)은 정보 신뢰도가 비교적 높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인스타그램의 경우 8.2%로 신뢰도가 매우 낮았죠. 이렇게 인스타그램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출처: 촘푸 바리톤 페이스북

쌓여가는 정신적인 피로감도 문제입니다. 사각 틀의 사진과 짧은 영상을 통해 정보 전달이 직관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자신의 상황과 허세까지도 한 번에 전달해야 합니다. 때문에 과장하게 되죠. 그러다 보니 포스팅하는 쪽에서나, 보는 쪽에서나 정신적인 피로감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러한 경향이 심해지면서 일부러 특이한 행동을 해 관심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관심종자 문화와 새로운 정신우울증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경제ㆍ취업난에 시달리는 현실과 호화스러움의 극단을 달리는 디지털 세계와의 괴리감이 크기 때문인데요, 이제 인스타는 청년층의 정신건강에 새로운 악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출처: 스티브 커터스

과연 왜?

저는 이 현상을 시각적 과로 및 권태, 싫증 등의 심화로 보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유례없이 전 세계 미학이 ‘초거대 플랫폼’으로 인해 일원화되어, 고유의 개성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여행을 가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의 매장 풍경이 모두 비슷비슷합니다. 수많은 공간들이 본질보다 이미지 추구에 혈안이 되었고 ‘좋아요’만을 바라고 있죠. 그 결과 거리에는 어디서 본 듯한 공간, 비슷한 결, 평범한 맛만 진열되고 있는 겁니다. 핵심은 없고, 겉 멋 내기에만 급급한 것이죠. 한 브랜드가 본래 가지고 있던 특유하고 고유한 ‘깊이’가 사라진 자리에 오로지 늘어나는 ‘좋아요’ 수로 가치를 평가하는 얄팍함이 들어와 버린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싸이월드가 왜 압사당했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수많은 연결 계정과 무분별한 정치판으로 전락했죠. 그나마 특별한 감성을 유지해 왔던 인스타조차 반은 과시적 관종이고, 반은 광고판이 되어가고 있으니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할 때입니다. 모든 것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럼, 이제 우리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인스타그래머블’이 지배하는 미학의 시대였습니다. 유튜브든, 페이스북이든, 카카오톡이든 사실 매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과연 SNS에 올릴 만한가로 평가가 되는 시대였죠. 하지만 인스타 대유행도 스팸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우성 속에서 결국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2020년대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기업의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본질은 ‘공유될 시각물’이 아니라 ‘소비자’입니다. 기업이 만든 인공적이며 단편적인 3D 공간이 가상의 2D 이미지로 잘 변환되고, 포장되어, 공유되면 물론 좋겠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겉만 핥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겉 멋의 중요성은 알고 있죠. 하지만 실속 없는 멋으로 신경을 자극해선 오래가지 못합니다.


내실을 다져야죠. 진정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고 충성심을 높이기 위해선 시각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두뇌 전반을 차근차근 자극해, 브랜드를 각인시켜야 합니다. 인스타는 인간의 기본 감각 중 오직 시각만을 자극합니다. 이와 달리, 비주얼을 뛰어넘는 오감(후각, 미각, 촉각, 청각 등)을 통한 경험과 그로 인한 긍정적 경험의 기억이야말로 우리가 다른 기업과 다르며, 믿을 수 있는, 좋은 기업이라는 것을 알리는 전략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서 가장 핵심은 ‘진정성 있는 경험’입니다. 디지털로 포획할 수 없는 동선이나 분위기, 향기, 서비스가 배제된 채로 비주얼로만 디자인된 공간에서는 진실되고 본질적인 체험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진정성 있는 매력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미지 집착에서 벗어나 스토리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도 필요합니다. 그냥 일회용으로 쓰이는 겉 멋이 아니라, 내면에서 우러나는 깊은 멋, 우아한 아름다움이 필요합니다. 인스타부흥에 가려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멀어진 스토리라는 가장 기본적인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브랜드가 여전히 주목받을 것입니다. 이니스프리를 예로 들 수 있겠는데요. 이니스프리는 제주도를 활용한 스토리를 브랜드에 전사적으로 적용하였습니다. 그리고 제주도의 ‘청정 이미지’를 담아 특유의 맑고 따뜻한 색감을 가진 사진을 게재했는데, 젊은 세대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죠. 후에 인스타 사진전을 개최하는 등 브랜드의 좋은 스토리와 이미지를 함께 알려 시너지를 얻었습니다. 이러한 시그니처 스토리는 브랜드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혁신적인 컨셉에 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다른 브랜드와는 차별화되는 브랜드만의 직관적이고 고유한 분위기 말이죠. 여기서의 컨셉은 단순한 제품 장점 홍보를 넘어서 체험이나 웃음 등 브랜드에 테마와 개성을 부여하는 것을 뜻합니다. EBS의 펭수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펭수는 기존 캐릭터들과는 차별화되는 b급 유머코드 컨셉이 확실히 있죠.


사회적 혹은 윤리적, 환경적 가치를 옹호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겠습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이쁘다고 눈을 주지 않을 겁니다. 차별화된 사회 가치적 매력이 필요합니다. 외모와 군무로만 승부하지 않는 방탄소년단의 선한 영향력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방탄소년단은 관계 구축을 위해서 진정성 있는 교감을 했고 강력한 팬슈머를 만들었습니다. UN연설과 같이 진정성 있는 사회적 가치를 아미 팬클럽과 함께 하며 브랜드 파워를 쌓았죠.


이상으로 ‘인스타그래머블’의 쇠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보았습니다. 그렇다고 탈-인스타그램을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인스타그래머블은 필수입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미적 기능성을 늘 염두에 두며 서로 보완할 전략을 가져가자는 것입니다. 기업의 실무자들로 하여금 자연히 ‘좋아요’를 누르게 만드는 콘텐츠 개발에 대한 인식과 함께, 구전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싶습니다. 이제 ‘인스타그래머블’의 이상에서 벗어나, 날 선 현실감 위에서 영민한 브랜드 편집을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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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영 전략가(Strategist)

브랜드경험 디자이너·컨설턴트. 


www.wedidit.kr   /    0507-1317-7477   /   cody@wedid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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