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내 집을 살 수 있을까?

생각보다 일찍 맞닥뜨린 내집마련 미션

by 래리

생애주기에 맞추어 우리는 다양한 미션에 직면한다. 대중적인 미션이라면 중-고등학생 때는 좋은 대학 가기, 대학을 졸업한 시점에는 나에게 맞는 직업 찾기, 그리고 결혼 등이 있겠다. 작년에 '결혼'이라는 인생의 큰 미션을 달성한 직후, 그 다음 미션을 생각보다 빠르게 직면했다. 그것은 바로 '내집 마련'. 재태크의 고수는 아닐지언정 꾸준히 저축을 해오고 있었던 나는 사실 이렇게 빠르게 집을 가질 수 있게 될 줄은 몰랐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올해 안에 아이를 가질 준비를 하게 될 때쯤, 내년의 이사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가 있으면 지금 있던 작업실은 없애야 할 수도 있겠다.", "직장을 생각하면 너무 멀리 가는 것보다 좁더라도 서울 안에 집을 구하자" 등의 이야기를 하다가 이왕 이렇게 된 김에 공부 겸 부동산 임장을 다녀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집값이 한참 치솟고 있는 시점이고 이걸 잡겠다고 한창 정책이 나올 때였으니 매수를 할 생각은 1%도 채 되지 않았다.


단편적으로 생각했을 때도, 지금 집값이 고점일 텐데 왜 지금 집을 사려고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면 집값은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호갱노노 앱에서 서울 한 바퀴를 돌면서 손품을 팔 때도 서울 중심부에 띄워진 "34억", "19억"이라는 억 소리 나는 가격을 볼 때면 매매는 더욱 나와는 먼 얘기 혹은 아직 내가 뛰어들 때가 아닌 이야기로만 다가왔다. 하지만 나의 아내 생각은 달랐다. 대학교 다닐 때부터 서울로 홀로 올라와 14년 이상을 이리저리 집을 옮겨 다닌 그녀는 "나의 집 마련"을 우리가 곧 해야 할 미션으로 생각한 것이다. 아마도 아내는 오래전부터 우리가 매매가 가능한 시기만을 기다렸으리라.


실제로 임장을 다니면서 확실해진 게 몇 가지 있다. 첫 번째, 집값이 미친 듯이 올랐다는 사실이다. 비단 가장 비싼 동네라는 마용성이 아니고, 역세권이 아닌 지역의 아파트도 10년 전만 해도 4억 6천이었던 매물이 호가를 등에 업고 2배 이상의 가격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부동산 불패인 것이다. 만약 3천만 원씩 10년 동안 꾸준히 돈을 모은 직장인 A 씨가 있다고 치면, 그 사람은 10년 동안 3억을 모았지만, 10년 전 대출을 받아 집을 산 B 씨는 이자를 냈을지라도 부동산 자산을 등에 업고, A 씨 대비 2억 이상의 자산을 모은 셈이다.

2026020820200751329_1770549607_1770538188.jpg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소득 격차

숫자도 여실히 이 현상을 말해주고 있다. 평균 소득은 연 1,300만 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실제 자산은 20배가 넘게 차이가 나는 이 아이러니한 현상을 말이다. 이게 부동산 시장에서 똘똘한 한 채를 추앙하게 된 배경이다. 물론 지금까지 호황을 누렸으니 이제는 집값이 잡힐 거라는 시선과 정책의 움직임도 보이지만 누구도 잡힌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생각보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주말을 활용해서 하루에 5곳 이상 부동산을 보고 있지만 부동산에 사람이 많아 자리에 앉기조차 힘든 경우가 많았다. 부동산 관련 앱을 볼 때도 인기 있는 매물이면 "이 집을 104명이 보고 있어요!"라는 메시지가 매수자들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변동성이 큰 시기이지만 그 변동성 안에서도 집을 매수함으로써 얻는 안정감을 지키고 싶은 것이다.


임장을 보다 보니, 지금 괜찮은 매물을 볼 수 있다면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이후부터 우리는 서로의 자산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그 이후의 프로세스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계속 매물을 보러 다니고, 대출을 알아보고, 부동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부동산 성향도 맞추어갔다. 몸테크보단 실거주 위주, 직장 거리와 초등학교, 등등의 흐릿한 조건들이 점점 더 명확해져 갔다. 하나 둘 매매를 위한 것들을 따져가다 보니 어느새 매매 가능 시기까지 덜컥 와버린 것이다.


당장 살 수 있는 매물이 있음에도 이 선택이 맞는지에 대한 판단은 누구도 내릴 수 없다. 인생에서 가장 큰 소비를 하는 것이고, 미래의 나에게 돈을 꾸는 것이라는 부채감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할 때를 기기다릴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내 상황이 괜찮아질 때는 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나의 마음이 괜찮아질 때 행동하는 것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겨울 백록담 등반 - 준비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