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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백록담 등반 - 준비 편

등산은 준비부터 한 걸음

by 래리

때는 3년 전, 같은 나이의 회사 동기와 함께 한라산을 가자고 계획을 짠 적이 있다. 제주도는 열댓 번도 넘게 다녀온 나지만 한 번도 한라산을 가본 적이 없기에 "한라산 등반"이 거창한 준비가 필요할지도 모르고 있었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오르지도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야 등산 준비를 시작했더랬다.


첫 번째 - 코스 선택 후 예약하기


백록담 정상까지 가는 코스로는 성판악, 관음사 코스가 유명한데 사전 예약이 필수이다. 예약 시스템 홈페이지로 예약할 수 있는데 다행히 그리 경쟁이 치열한 편은 아니다. AI에게 분석을 해보니 성판악 코스는 나름 대중적인 코스로 난도가 높지 않은 대신 경관 자체는 특별한 것이 없고, 관음사 코스는 난이도가 매우 높은 대신에 너무 좋은 경관을 가진다고 한다. 보통 체력이 좋은 사람들은 관음사 코스로 올라가서 성판악 코스로 내려가는 코스를 가장 많이 선택한다고 한다.

tempsnip.png 한라산 등반 코스 / 출처 :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

A. 성판악 코스(가장 대중적)

왕복 소요시간 : 약 9시간 (19.2km)

난이도 : ★★★☆☆ (길지만 완만함)

경관 : ★☆☆☆☆ (지루함)

특징

경사가 완만해서 초보자도 "시간과 인내심"만 있으면 올라갈 수 있단다. 대신 숲에 가려져 있어 4시간 내내 돌길과 나무만 보며 걷습니다. 풍경이 없어 지루하고 정상에 도착해야만 비로소 백록담 뷰를 볼 수 있다.


B. 관음사 코스 (절경이지만 험난함)

왕복 소요시간: 약 9~10시간 (17.4km)

난이도: ★★★★★ (매우 가파름)

경관: ★★★★★ (최고의 절경)

특징:

계단이 정말 많고 경사가 가팔라 체력 소모가 크다. 하지만 삼각봉 대피소, 용진각 현수교 등 올라가는 내내 한라산의 웅장한 절경을 볼 수 있고, 겨울 설경이 가장 아름다운 코스로 꼽힌다.


고민 없이 나는 B인 관음사 코스로 정했다. 점점 떨어지는 체력을 보고 있자니 더 늦어지면 성판악 코스도 힘들어지지 않을까 해서이다. 그렇게 나의 설산 등반 준비 계획이 시작되었다.


두 번째 - 장비 준비하기


9시간의 설산 산행인 만큼 의외로 장비를 탄탄히 준비하고 가지 않으면 완주가 어렵다고 한다. 설산 등반을 위해 필요한 건 2L 이상의 물과 달달한 간식류이다. 겨울의 경우 아이젠과 방한용품은 필수. 연말에 쇼핑을 하기 위한 아주 좋은 핑곗거리이다. 그래서 나는 아내와 함께 백화점에서 귀까지 안전하게 덮을 수 있는 군밤 모자와 생애 처음으로 등산화를 구매하기도 했다. 등산화는 양말을 두껍게 신을 것을 대비해서 사이즈를 반업해서 신어야 한다고 하니 참고해 보자.


세 번째 - 체력 준비하기


8시간 동안 평지에서 걷기만 해도 땀이 삐질삐질 흐를 것만 같은데, 수직으로 오르는 산행을 맞이하는 30대 직장인은 몹시 두렵다. 10개월 동안 사무실에서 물렁해지는 나의 근육들을 만져보고 있노라면 몸의 단련을 등한시할 수 없다. 오랜만에 나서보는 헬스장으로의 발걸음이 낯설다. 서너 번의 소쇠질로 느껴지는 다음날의 근육통은 건강을 등한시했던 내 몸이 나에게 날리는 원투 펀치로 느껴진다.


이렇듯 한라산 등산을 준비한다는 것은 나의 삶을 돌아보고 연말에 환기를 할 좋은 핑곗거리의 소재이다. 실제로 제주도의 한라산을 오르면서도 힘든 산행이 되겠지만, 그 전의 준비 과정마저 애를 쓰는 나를 볼 때면 벌써부터 산행은 시작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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