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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리 Jul 09. 2023

물불 안가리는 픽사의 상상력

스릴러를 즐겨보던 내가 보면서 눈물흘린 픽사의 엘리멘탈

 나는 태국에서 엘리멘탈을 관람했다. 영어를 잘하지 않기에 내용의 50~60%정도 리스닝하여 비주얼만 관람했었다. 태국에서 1차 관람 시에 영상과 OST, 메시지에 압도되어 한국에서 2차 관람까지 마쳤었다. 2차 관람까지 마친 후기를 적어보려 한다.


 처음에 엘리멘탈 포스터를 봤을 때 든 생각은 "이거 인사이드아웃 버전 2인가?" 였다. 인사이드아웃은 행복, 우울, 화남 등 감정을 주 소재로 극을 진행하는데 성격과 원소의 성격을 복제한 듯한 캐릭터가 나와있으니 그렇게 생각 할 수밖에 없었다. "화남"은 빨갛고 화를 잘 내며 불을 뿜고, 우울은 파랗고 눈물을 잘 흘리는 것과 같은 설정 말이다. 영어 원문으로만 본 생각은 다음과 같다.

인사이드아웃의 "버럭"은 엠버의 삼촌..?

하지만 성격 자체가 캐릭터이기 때문에 대사의 기조 자체를 바꿀 수 없었던 인사이드 아웃과 달리, 엘리멘탈은 영리하게 해당 원소의 특성만 가져와서 서사를 풀어갔다. 불은 불같이 화내고, 물은 눈물을 줄줄 흘리는 장면들은 있지만 그것은 특성일 뿐이며 성격을 대변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웨이드는 질질 짜는(?)캐릭터지만 응원을 유도하며 분위기를 이끄는 리더십도 가진 캐릭터이다.

그렇기에 그런 특성을 가진 캐릭터로 보여져서 인사이드아웃과는 확연이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하였다. 태국에서 내용을 100% 이해하지 못한 채로 볼 때와 내용을 함께 인식하며 볼 때 약간 다른 감상을 가졌었는데, 공통적으로 생각한 건 역시 픽사는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잘하는구나"였다. 보는 내내 다양한 상상력을 통해 실제 세계관을 구축하고 그 세계관을 보여주는 능력이 탁월하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1. 탁월하게 상상하고 그 상상을 실제로 보여주는 픽사의 능력

특히 원소(불, 물, 흙, 바람) 개념을 사용한 만큼 각 속성에 대한 상상력과 그 표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풍선 비행기에 바람 원소 승객이 빠지면 축 쳐져 있다가 새로운 바람 원소 승객이 타면 다시 공기가 주입된 것처럼 빵빵해져 날아가는 장면이나, 엠버가 누수된 파이프를 손으로 용접하는 장면이나 웨이드가 파도를 타서 무지개를 만드는 능력 등, 실제 현상에 입각해서 환상을 보여주는 픽사답게 아이들의 상상력과 어른들의 현실적인 눈으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실제로 투과가 가능한 오브제(불, 물) 등을 표현하는 건 픽사와 디즈니도 처음 도전했던 영역이고 100명의 아티스트가 붙어서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한다. 레퍼런스가 없던 영역에 도전해서 레퍼런스를 만든 사례라고 한다. 우리에겐 익숙한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지만 다르게 느껴지는 게 그 덕분이다.

화가 나면 색깔이 변하면서 폭발하는 장면도 너무 과하지 않게 거듭 고민한 결과라고 한다.  


2. 평화의 감동을 강렬하게 연출하는 장면들과 OST

슬픈 장면을 보면 눈물이 나고, 귀여운 장면을 보면 미소가 지어지고, 무서운 장면과 연출을 보면 심장박동이 빨라지듯이 어떻게 분위기를 연출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생체반응이 일어나곤 한다. 그런 면에서 엘리멘탈이 평화와 행복을 연출하는 방법에는 전문가의 영역답다. 엘리멘트 시티에 있는 각 원소들이 흙은 흙끼리, 물은 물끼리 춤추며 행복해하고, 배경음으로 라우브의  Steal The Show가 깔릴때 메시지가 없어도 눈에서 눈물이 고일 정도로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서로 접촉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 2회차 관람할때는 영어 원문으로 볼 때 놓쳤던 메시지들과 주제 의식들이 더 명확히 보였었다. 다양한 리뷰 영상에서 다뤘듯 이주민들의 양상과 K-장녀/장남들의 현실 모습들을 투영한 모습들이 종종 보였었는데 그 메시지를 풀어가는 과정들도 흥미로웠다.


3. 정체성을 지키려는 가문과 정체성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압박을 가지고 있는 자식들

 주인공인 불원소 엠버는 외동딸이자 장녀이다. 불 속성은 엘리멘탈 시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이주를 했고 물과 흙과 잘 어울릴 수 없는 "불"이기에 초반에 집을 구할 때 문전박대당하는 모습을 보인다. 극 중 불원소 아빠도 물 원소를 적대시하는 모습을 보이며, 가업(불 원소 가게)를 물려받을 것을 딸인 엠버에게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딸은 본인의 능력을 살려 유리 공예를 하길 원하지만 그 속마음을 누르고, 가업을 물려받는 것을 "가족이 희생했으니까 나도 그 희생에 동참해야 돼."라는 식으로 말한다. 

다른 원소(외래인)끼리 섞이지 말라고 하는 엠버의 엄마

가업을 물려받는 것이 자신의 숙명이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부담감. 외국 한인타운에 있는 한국식 국밥집을 사장님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가업을 물려받으려 하는 순간 웨이드의 개입으로 무마될까 하지만, 결국 엠버는 가업을 물려받기로 다짐한다.(이후에 다르게 흘러간다.) 결국 가업을 물려받지 않고 엠버가 떠나며 마무리되지만 가업을 지키려는 가족의 노력, 그것을 존중하지만 물려받기는 싫은 그 마음 모두 존중되어 마땅하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타지에서 정체성을 지킨다는 것은 고유의 특성을 잃지 않고, 그 사람들과 융화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엠버의 선택은 어찌보면 자신의 정체성을 더 잘 지킬 수 있는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결론적으로 엘리멘탈은 픽사의 환상적인 상상력과 그걸 실현하는 기술에 통념을 거스르는 도전을 했을 때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주는 어른이 영화라고 생각한다. 약간 아쉬운 점은 있지만, 모든 영화가 모든 방면에서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1인이기에 너무 만족해서 본 영화로 리뷰하겠다.


엘리멘탈 한줄 평 : 물불 안가리는 픽사의 상상력과 기술, 그리고 행복을 전시한 영화

별점 : 4.5/5

추천하는 사람 : 애니메이션 영화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들 모두

관전 포인트

- 영화 곳곳에 드러나는 K 감성

- 비호감캐에서 호감캐로 변해가는 웨이드(물 캐릭터)

- 마스코트로 잠깐 등장하는 구름원소 캐릭터(러츠)

- 감동을 배가해주는 라우브의 Steal the show와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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