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래리 Nov 12. 2023

창작과 기획 사이 그 무언가

창작과 농담을 읽고 생각한 마케팅 6년 차의 시선에서 본 기획자로서의 자

이슬아의 창작 동료 인터뷰집을 보았다. 책에선 이슬아를 포함한 7명의 기획자가 나온다. 거리의 음악이나 나의 이어폰에서 자주 들리는 기획자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황소윤, 김규진, 장기하, 강말금, 김초희, 오혁.. 각자의 자리에서 결과물로써 자신들을 증명하는 사람들이다. 

창작과 농담

디렉터로서의 7명이 아닌, 일상적인 한 아무개로서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이 사람은 어떻게 듣고, 말하며, 기록하기에 이런 기획물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각자의 영역에서의 이름난 기획자들의 일상엔 어떤 메시지들이 녹아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시작이었다. 이 질문은 좋은 기획자로써의 자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고, 그 질문의 답변을 듣기 위해선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기획자의 정의가 필요했다.


'나름 마케팅 기획자(AE)로서의 일을 인턴생활과 합치면 약 6년째 하고 있다. 6년 동안 기획자의 일을 하며, 기획은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공부는 많이도 한 듯하다.

쌓인 책장의 기획 관련 도서들

나의 책장엔 기획의 정석, 돈 되는 기획, 마케팅 불변의 법칙 등 나름 실무적이고 바이블적인 기획과 마케팅 관련 도서들이 쌓여있다.  켜켜이 줄 세워진 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생각하는 기획자의 정의와 깊이도 그 두께만큼 될는지 자문하게 된다. 기획이란 정녕 무엇일까? 기획이란 내용을 검색하면 사전 정의는 이러하다.

어떤 대상에 대해 그 대상의 변화를 가져올 목적을 확인하고, 그 목적을 성취하는 데에 가장 적합한 행동을 설계하는 것

그리고 뒤따라오는 기획에서 흐르고 있는 철학의 개념을 소개하는데 그것은 총 3가지이다.


① 미래지향성

장래에 일어날 불확실한 상태를 미리 예측하여 그 대비책을 강구하려는 미래지향성(未來志向性)을 엿볼 수 있다.

② 합리성의 추구

가장 효율적(→효율성)이고 가장 적용 가능한 수단과 방안을 모색하는 계속적인 활동이다. 따라서 기획은 합리주의(rationalism)에 입각하여 목표를 달성하고 가치를 추구한다고 말할 수 있다.

③ 통제성(統制性)

기획은 기존의 상태를 의도적으로 수정과 통제를 가하여 장래에 보다 바람직한 상태로 바꾸어 보려는 것이므로 통제적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사전적인 기획의 정의에 따르면 미래지향적 목적을 설정하고, 합리주의에 입각하여 현재 상태를 의도적으로 통제하여 더 나은 상황으로 변경하려는 행동을 설계하는 것이라 하겠다.  

기획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겠다.


자 이제 나만의 정의를 할 차례이다. 나는 마케터로서 내가 생각하는 마케팅 영역에서의 기획자의 역할과 자질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기획자가 되기로 한 게 저런 사전적 의미를 보고 눈이 번뜩이거나 심장이 요동쳐서는 아닐 것이다. 그럼 내가 기획자(마케터)가 되기로 한 결정적인 계기를 돌아보도록 하자. 나는 크리에이티브로 세상을 더 풍요롭게 하거나,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 "좀 멋있는데?"라고 느껴서였다.


때는 2014년, 군대에서 자기 전 책을 읽을 수 있는 자유로운 "연등" 시간, 나는 "광고천재 이제석"이라는 책을 들어 읽었었고, 아래 옥외광고 사례를 보았다.

누군가에게 이것은 에베레스트입니다. 출처 ⓒ이제석 광고연구소

이 사례는 장애인 편의 시설을 더 확충하자는 메시지의 지하철 공공장소 옥외광고였다. 공공 기관에서 아무리 많은 활동을 하고, 메시지를 선전해도 되지 않던 "베리어프리 설비의 필요성 인식"이라는 메시지를 단 한 곳의 사례를 통해 던진 것이다.


이 사례를 보고 나서 메시지를 미디어에 담아 알리는 일(마케팅)에 대한 매력을 느꼈지. 직관적이고 나만의 스타일(크리에이티브)로 선보이는 것에는 더더욱 매력을 느꼈다. 아마 그래서 "기획자(Planner)"가 되었겠지. 이런 사례를 만들 수 있다면, 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고 내 마음속에서 말하는 듯했다. 시간이 지나 실제 기획자가 되어보니, 사실 저 한 OOH(옥외광고)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몇십 장의 PPT와 전략들, 그리고 몇십 통의 메일이 오갔음을 깨닫게 된다.


내가 기획자가 되기 전 생각하던 기획자의 자질은 멋진 크리에이티브를 가지고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6년 차 마케터인 지금은 다르다. 변화의 필요성을 어필하면서 내가 원하는 메시지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이것은 이래서 꼭 필요하다는 메시지들의 오와 열을 맞추어 가지런히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일. 그리고 그 가지런한 메시지에 나만의 힘을 싣을 수 있는 사람이 기획자의 자질을 갖추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메시지를 지하철 광고판에 싣는 부호가 아니기에 제작자보단 전달자의 입장에서 기획을 바라본 것 같지만, 적어도 내 세상에서의 기획의 자질이란 그렇게 말하고 싶다.


하루에도 수천번씩 돌아다니는 기획자들의 메시지들 중 나의 메시지는 어디에 나올 수 있고,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물불 안가리는 픽사의 상상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