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도, 핸드폰을 켜 네이버 날씨를 보니 폭염주의보 발령이라는 알림이 보인다. 올해 여름은 생각보다 빠르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것은 올해 나름 바쁘게 살았던 때문이었을 것이다. 올해는 갓생좀 살아보겠다며 이것저것 벌려놓는 바람에 시간과 수면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올해는 바쁘게 보내겠다는 다짐을 도와주고 싶은지 일도 내 다짐을 도와준다. 새벽 2시 30분에 퇴근해서 다음날 7시에 나갈 때면가족들은 "아들이 능력이 많아서 일도 많네." 하며 걱정을 만족으로 덮으시는 듯하다. 그럴 때면 나는 "맨날 야근하면 능력이 없는 거야.."라며 속으로 삼킨다.
요즘 들어 부쩍 유튜브에 "종합비타민 추천"을 검색하는 일이 잦아졌다. 피곤하다는 뜻이다. 삼성 헬스를 켜보니 주 평균 수면시간이 5시간이라며수면시간을 확보하라는 안내문구가 뜬다. 내 건강 걱정을 해주는 건 역시 삼성 헬스 너 밖에 없어. 참 편리하고 섬세한 디지털 세상이다.
당장 쓰러질 것 같아 보이겠지만, 역설적으로 지금 내 몸은 최근 4년 중 가장 건강하다. 2달 정도 삶의 행복 중 하나였던 맥주를 포기하고 금주중이며 주 5회 이상 운동을 한 지도 2달 정도 되었기 때문이다.
2달간 내 운동스위치를 켜게 만드는 것은 바디 프로필 디데이 날짜다. 해내는 사람은 위험한 환경을 조성하는 사람이라고 그랬었던가. 바디 프로필 촬영을 이리저리 떠들고 다녔기에(식단 덕에 자연스레 알려졌지만)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위기 주도 학습법의 효과를 온몸으로 체감하는 요즘이다. 나라는 사람의 특성상 하겠다고 소문내고 다니면 70%라도 하게 되더라. 이젠 테니스를 끝내고 하체운동을 하러 가야지.
요즘 "오히려 좋아"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곱씹을수록 참 좋은 표현이다. 나에게 벅차고 거지 같을 수 있는 상황도 그게 지나면 시련을 버텨낸 서사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 어차피 하게 될 거라면(할 거라면) 오히려 좋다는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올해 여름은 가장 바쁘고 해야 할 게 많지만 오히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