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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리 Nov 27. 2022

뒤돌아봤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2)

2022년을 잘 보내고 2023년을 잘 보내기 위한 연말 경험 정산

지난 2022년 첫 번째 회고록에 이어 올해를 잘 보내주기 위한 회고록을 시작한다.

하반기엔 상반기에 헤맨 것들이 조금씩 구체화시키기 위해 정신없이 보냈던 것 같다. 시작한 것들을 마무리 짓기 위해 고군분투한 시간이었다. 그 흔적들을 따라가 보자.


[7月] 탐험하고 기록하는 일상, 그리고 운동과 식단


올해의 목표 중 하나는 매력적인 공간을 100군데 이상 돌아다녀보기였다. 취향이 깃든 공간을 만들고 나만의 감각을 키우려면 많은 공간을 다니고, 나만의 취향을 모아야 했다. 주말에 집에만 있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기도 했어서 나돌아 다니는 것은 혼자서도 나름 재밌었다. 공간을 다니며 공간에서 느낀 감정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혼자 결심해서 꾸준히 글을 쓸 의지력이 되지 않기에 나에게 미션을 주어 지속 가능할 수 있게 글을 쓸 수 있는 커뮤니티를 활용했다. 1달에 1번 공간 기록을 남기는 커뮤니티에 들어가거나 공간 인사이트를 나누는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기도 했다. 덕분에 1달에 1번 이상은 나만의 관점을 기록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그 습관을 잘 이어가고 있다. 글감들은 별도로 모아 두고 퇴고를 거쳐서 업로드했다. 긴 호흡으로 정제한 기록을 모아두는 공간도 브런치로 통합해야지. 1달 동안 매일 영감을 기록하기도 했었는데, 이 과정에서 글 쓰는 것에 대한 막연함을 덜 수 있었다. 이것도 역시 챌린지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미션을 진행하듯 올렸는데, 2일 빼고 모두 업로드에 성공했다. 역시 미션을 설정해놔야 조금이라도 하는 나의 성향을 한번 더 확인했다.

글쓰기에 대해 막연함을 덜 수 있었던 한 달 영감 기록

 

그리고, 7월 나만의 빅 이벤트는 바디 프로필 준비였다. 20대의 버킷리스트였으나 차마 이루지 못한 그것. 조금이라도 젊을 때 나의 가장 건강한 몸을 기록하고자 했다. 사실 5월 말부터 식단과 운동을 시작했으나, 이젠 진짜 제대로 준비해야 할 때였다. 이때의 주식은 샐러드와 오트밀이었다.

7월은 샐러드&오트밀의 달

닭가슴살과 두부가 있는 샐러드를 주로 먹었는데, 적근대는 아무리 먹어보려고 해도 특유의 흙 맛 때문에 먹기가 고역이었다.(그래서 나중엔 빼고 먹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 식단을 더 조절했어야 8월에 덜 고통스러웠을 텐데 싶다. 고통을 맛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7월 한 달간 샐러드를 주로 먹으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장이 예민한 편이었는데 배가 아픈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수면의 질이 올라가는 걸 느꼈다. 잠을 잘 자니 하루를 깨어있는 정신으로 누릴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지치지 않을 수 있었다. 7월은 업무적으로도 일이 역대급으로 몰린 달이어서 22:00 이후에 퇴근하는 일이 잦았다. 여러모로 챌린지의 달이었고, 피폐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 달이었다.





[8月] 시간관리, 그리고 바디 프로필


역대급으로 정신없던 7월이 지나갔다. 바빴던 만큼 시간을 잘 활용해야 했다. 바디 프로필을 찍기 위해선 체지방을 10% 이하로 줄여야 했는데, 나름의 계산을 해보니 하루에 유산소 1시간 이상, 그리고 웨이트도 1시간 이상 매주 6회 이상 진행해야 했다.(7월 안일함의 폐해였다.) 어쩌겠는가.. 해야지. 그러기 위해 시간도 최대한 압축적으로 쓰려고 했는데, 압축적으로 쓰기 위해선 계획한 시간에 그것을 무조건 해야 했다. 퍼블리에서 구글 스프레드로 시간 기록 및 관리를 하는 것을 보고 해당 양식을 활용해서 시간을 카테고리로 나누고 30분 단위로 기록하고 계획했다. 휴식 시간도 관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1달 동안 보내는 시간의 단위를 관리하니 한눈에 투여해야 하는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고, 계획할 수 있어 좋았다. 계획이 수단이 되는 것 같아 지금은 이렇게까지 관리하지 않지만, 이때 기록했던 습관이 남아 휴식 시간을 더 소중히 쓸 수 있게 되었다. (템플릿이 궁금하다면 퍼블리에서 구글 스프레드 시간 관리법을 치면 나온다.)

카테고리별로 색을 나누어 보낸 시간의 영역을 한눈에 확인하고 기록했다.

위처럼 시간 관리를 한 덕에 야근을 하며 운동을 함께 병행할 수 있었고, 8월에만 총 254.8km를 달릴 수 있었다. 1달 동안 매일 8.5km를 달린 수치였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지만 이렇게 달리지 않으면 바디 프로필을 찍을 수 조차 없을 것 같았고, 그러는 것은 1달 동안 254km를 달리는 것보다 싫었었다. 아무튼 달리고 이때부터는 고구마, 샐러드, 단호박 위주의 식단도 병행했다. 힘이 없어서 뛸 수 없다는 생경한 느낌도 경험했는데 다음에 바디 프로필을 하더라도 건강하게 하겠노라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앞으론 무릎을 생각하며 달리도록 하자.

그리고 어찌어찌 대망의 예정된 촬영일인 8월 27일(토)에 촬영을 했다. 생각한 것보다 불만족했지만 예상보단 만족했다. 다시 말하자면 목표한 체지방률로 멋들어지게 촬영까지 몸을 만들진 못했지만, 인생에서 가장 낮은 몸무게로 나름의 만족감을 가진 채 촬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운동을 오래 한 분들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지만, 나름의 결과물이 나왔기에 만족했다. 바디 프로필 촬영 날 촬영이 끝난 이후 바로 친구들과 자라섬 페스티벌에 가서 맥주를 마셨는데 올해 마신 맥주 중 가장 맛있는 맥주로 꼽겠다. 바디 프로필 결과는 나름의 기록을 위해 개인 인스타그램에 남겨두었다.


[9月] 실외 테니스 시작, 지속 가능한 기록을 위한 세팅


9월엔 운동을 덜어내고 개인적인 시간에 집중한 달이었다. 테니스를 본격적으로 쳐보고 싶어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4명을 모아 정기적으로 야외 테니스를 쳤다. 확실히 내부에서 치는 것과 실전에서 랠리를 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였다. 폼이 잡혔다고 생각한 백핸드와 포핸드의 폼은 없어지고 공을 치기에 급급한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야외에서 칠수록 실내에서 레슨 할 때와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칠 수 없었던 공을 칠 수 있게 되는 과정이 재밌었다. 테니스의 새로운 감각을 느낄수록 더 재미있었다. 내년에는 더 잘 칠 수 있길!

실내 테니스만 하다가 야외로 나오니까 테니스 신생아가 된 기분

그리고 지속 가능한 글쓰기를 위한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사내에서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트렌드 서칭, 토론 그룹에 들어가 매월 공간 인사이트를 발굴하기도 하고, 지인들을 모아 월에 2회 이상 글을 쓰는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커뮤니티의 장점은 내가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있지만, 관심사가 비슷하고 주파수가 맞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혼자서는 하지 못할 것들을 함께 그리고 꾸준히 하고 있다.

9월에 시작해서 지금은 4개의 글을 썼다.

[10月] 관계에 대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주파수가 잘 맞는 사람과 함께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더 짙어진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더라도 페어링이 안된다면 시너지가 저해되기도 한다. 치킨에 막걸리를 먹는 느낌이랄까. 묘한 이질감으로 얼른 떼어두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올해 연애는 모두 실패했는데 실패라고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서로 잘 살고 있던 사람들이 만나서 더 잘 살게 되는 그림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성과 감성이 페어링 되는 사람을 만나기엔 역시 쉽지 않은가 보다. 문을 닫고 살지 않는 이상 살다 보면 언젠간 만나겠지~

고소하고 묵직한 향이 나는 원두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상큼한 맛이 나는 무화과 휘낭시에 같은 페어링(?)


[11月] 업무의 전환, 달리기의 마무리


올해는 업무적으로도 고민을 많이 했었던 해였다. 직장인 4년 차를 채워가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해도 되는 걸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지금의 일은 바쁘긴 하지만 안정적이고,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지금의 상황을 유지한다면 내년에도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고, 안정적인 매출을 달성하며 일을 했을 것 같다. 그럼 "그렇게 일하는 것에 만족했을까?"라고 한다면 대답은 "아니"였다. 지금의 업무 형태와 비슷하지만 다른, 그리고 더 깊이 경험해보고 싶은 영역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지금의 상황을 유지한다면 내년에도 똑같은 고민을 할 것 같았고, 내년에도 똑같은 고민을 한다면 그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업무적인 형태를 바꾸고자 9월부터 준비했다. 그 결과 내가 원하던 곳에 가게 되었고, 내년부터는 지금까지 했던 일과 다른 형태의 업무를 하게 되었다. 그 선택을 맞게 만드는 것은 나의 몫이겠지. 옳은 선택으로 만들기 위해서 내년에도 새로운 미션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힘에 부친 상황도 있을 것이란 걸 알고 있기에 더욱 각오를 다지게끔 한다.


올해 다짐했던 "체력 관리"를 하기 위해 가장 지속했던 것은 달리기였다. 달리기는 집 근처에서 준비 없이 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운동이었고, 나의 체력을 길러주는 소중한 방법이었다. 예전에 사용했던 RunDay와 지금 사용하는 삼성 헬스의 달리기 기록을 합쳐보았다. 총 1,060.47km를 달렸었다. 만약 내가 1,000km를 목표로 달렸다면 달리지 못했겠지만, 중간 바디 프로필을 하며 달릴 수밖에 없던 환경을 만드니 자연스레 달성한 느낌이었다.(실제로 8월에 220km를 달렸으니 말이다.)

러닝 기록 모아보기! 올해만 1,000km 넘게 달렸다.

달리기는 나에게 잘 돌아다닐 수 있는 체력과 지치지 않게 하는 스테미너를 주었다. 그리고 러닝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도 선물해주었다. 러닝 크루를 통해 만나게 된 사람들, 이전엔 몰랐었지만 같이 뛰면서 친하게 지내게 된 친구 등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삶의 에너지는 더 긍정적으로 변했다. 더 오래, 그리고 더 잘 달릴 수 있도록 다리도 소중히 관리하며 내년에도 계속 달릴 생각이다.


이제 남은 12월은 긴 휴가에 들어간다.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내년을 잘 시작하기 위해서 30살의 마무리를 잘해보려 한다. 그 시작은 지금 2022년 회고에서부터 시작한다.


70%의 해.


첫 번째 회고록에서 잘 사는 것에 대한 기준을 "체력을 관리하면서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인풋과 아웃풋을 쌓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30살이라는 나이가 인생의 제3막 같은 느낌이어서였을까. 그런 이유에서 올해 새롭게 도전한 것들이 많았다. 그 과정에서 나름의 개인적인 성향도 파악했는데 일단 시작하면 70% 정도는 만들어 둔다는 것이었다. 미션을 설정해두면 100%를 달성하진 못하더라도 "그래도 했었네" 정도, 약 70% 만드는 것이었다.  


이전엔 왜 100%를 못할까라는 아쉬움에 집중했다. 시작한 것에 대해 놀라운 결과물을 내지 못한 것에 대한 씁쓸함에 집중했던 것이다. 지금은 0에서 70%를 만든 것에 집중하며 이것저것 나만의 70%를 더 많이, 그리고 섬세하게 다듬으려 한다. 지금까지 만들었던 70%를 조금씩 더 채우면서, 그리고 더 다듬으면서.


휘몰아쳤던 30대의 시작, 회고에 담지 못한 것들도 많지만 사부작 사부작 뭐라도 하려고 애를 썼던 한해였던것 같다. 그리고 그 마무리의 회고로 내년엔 조금 더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본다.

31살의 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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