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들려주는 궁궐 이야기

0. 프롤로그

by 날개








나는 머리속이 복잡할 때 궁궐에 가는 걸 좋아한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목재 건축물에서 나는 그런 냄새를 실컷 맡을 수 있는 곳이 궁궐이기도 하고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은 빌딩 사이에 낮고, 자연과 어우러진 건물들을 멍 때리고 바라보고 있자면 머리속의 생각들이 바람과 함께 날라가버리는 것같았다. 하루종일 모니터속의 코드들을 만들고 수정하는 직업이다보니 나에겐 모니터 바깥세상을 마주하는게 제일 좋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다.


나는 한국사 과목을 좋아했고, 내가 살던 지역근처에 소쇄원이나 선암사 같은 아름다운 전통건축들이 있어서 그런 것들에 관심이 많아 전통건축학과를 지망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전통건축학과는 뚝 떨어져서 지금은 개발자를 하고 있다) 그 덕분에 나와 같은 전공을 택한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한국사에 관심이 많았고 한옥이 주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관련 서적들을 조금 열심히 봤었다. 그래서 대학시절에는 궁 해설은 아니었지만, 봉사활동으로 신라문화체험 캠프에서 초등학교 학생들을 인솔하며 아이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도 했고, 우리학교와 뿌리교육재단과 연결되어 진행했던 재미교포청소년문화캠프에도 참여해서 재미교포 친구들과 한국의 역사코스를 다니면서 내가 알고 있는 역사적인 내용들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었다.


혼자 궁궐을 돌아다니다보면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단위나 연인단위의 관광객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예쁘다~ 하면서 사진을 찍으면서도 ‘여기는 원래 뭐하는 데야?’ 하고 궁금해 하는 사람들, ‘이 건물은 뭐하는데에요?’, ‘ 이건 왜 여기에 있어요?’ 하는 아이들의 질문에 부모님들이 정확한 답을 못해주는 것들을 종종 봤었다. 궁궐 내에 전각들에 대한 설명이 있긴 하지만, 전각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한자로 된 단어가 있어서 한자의 뜻을 잘 모르거나 배경지식이 없는 단어들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궁궐을 돌아 다니면서 이 전각은 누가 사용했다 라는 것도 궁금하긴 했지만 더 궁금했던건 왜 이 전각은 옆에 있는 전각이랑 모습이 다른지, 비슷하게 생긴 전각이 왜 붙어있는지, 왜 이 전각의 처마 아래에 삼지창 같은 모양의 쇠는 왜 있는건지 등의 소소한 질문에 대한 답은 알수 없었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종묘 모두 전문 해설사 분들이 시간마다 배치되어 알맞은 언어 시간대에 방문한다면 설명을 들을 수 있지만, 다양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해설이고,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주로 주요전각들을 위주로 설명하고 해당시간에 사람이 많으면 해설사님이 열심히 준비하신 자료들도 보기 힘들었었다. 또한 요즘은 코로나 탓에 단체 해설은 진행하고 있지 않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궁궐별로, 궁궐의 전각마다 담긴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중에 이미 쉽고 설명이 잘 되었는 다양한 궁궐 안내 서적이 있고, 그냥 전각이 참 예쁘네 하며 궁궐을 돌아다닐수도 있지만, 혼자 궁궐을 돌아다니면서 소소하게 궁금했던 것들이나 역사적 배경을 알고 보면 더 기억에 남고 관심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아 궁궐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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