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위한 찬가

- 미국YA문학 기획연재 1

by 강 은


미국 문단과 출판업계에서 아동/청소년 문학 분야는 꾸준히 성장해왔다. 특히 청소년 문학에 해당되는 “Young Adult”(줄여서 “YA”라고 불리기도 한다) 분야가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청소년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독자의 나이는 12-18세까지이지만 이 장르는 15세부터 20대 초까지 아우른다. “Young Adult”는 직역을 하면 “어린 성인”이 되지만, 우리말의 ‘청소년’ 혹은 ‘청년’에 해당된다. 소년기에서부터 청년기를 아우르는 나이대의 독자를 위한 문학이지만 기존의 아동/청소년 문학 범주와는 구별되는 성격을 띠며 아동문학과 성인문학 사이의 틈새에서 자라난 문학적 신생아라 말할 수 있다.


이 새롭게 등장한 ‘청소년’ 문학은 기성문단의 성인용 문학의 장르적 다양성, 즉 로맨스, 범죄 스릴러와 판타지 문학, 사실주의적 허구 문학의 특징들과 언어적 활력을 적극 받아들여 기존의 아동청소년 문학과 구별되는 독특한 서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 이 장르로 창의력 있고 문학적으로 뛰어난 작가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21세기적 작가 군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타임지가 선정한 ‘청소년 문학’의 대표 100권 목록에는 소위 아동문학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해리포터 시리즈나 『빨강머리 앤』, 『샬로트의 거미줄』등을 포함, 이 분야의 유명 작가 힌튼이 16세에 썼다는 청소년 문학의 레전드인 『아웃사이더』, 미국 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와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를 망라하는 다양한 작품들이 포함되어있다. 언급된 책 목록을 일견해도 청소년 문학의 범위가 상당히 폭넓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반면 장르적 경계가 모호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수록된 작품들이 한두 가지 유사한 특징으로 묶이기엔 다양하고 또 기존의 분류에 이미 포함되어있던 작품들을 가져온 인상도 주기 때문이다.


장르상 무정형적이며 무차별적인 듯 한 성격은 청소년 문학이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특징이다. 우리 인생에서 누구나 거치는 이 특정 시기를 위한 문학을 별도로 구별해서 사용한 것은 1960년대에 시작되었다. 환상이나 상상적 공간이 아닌 현실세계에 뿌리를 두고 소년에서 청년에 이르는 시기의 독자들에게 일어날 법한 매우 사실적인 사건들과 문제들을 직접 다루는 문학을 따로 선별하기 시작한 것은 독자나 생산자인 작가가 아니라 출판업계의 선두적 기획에 의해서였다. 출판업계가 적극적으로 이 시기의 독자층을 규정한 뒤 문학작품의 소재와 주제, 특성을 구성하고 적극 생산할 뿐 아니라 학교와 도서관들에 배급해서 형성되었다.


미국은 최근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인구가 급속 증가해서, 다른 나이 대에 비해 약 17퍼센트 이상 성장을 보였다. 수적인 증가의 여파는 나이대의 확장을 가져와 적게는 10세에서부터 많게는 25세까지 이르는 성장기 약 15년가량의 시간대가 청소년기로 포함되기에 이른다. 전통적인 ‘틴에이저’라는 말로 통칭되는 십 대의 전형적 집단 성향이 좀 더 어린 나이로 확산되어 ‘프리 틴’ 혹은 ‘트윈’이라고 불리는, 10세에서 12세에 이르는, 아직 물리적으로는 십 대에 이르지 않았지만 그와 유사하게 조숙하며 독립적인 성향을 보이는 시기의 집단으로 분화되었다. 10대의 마지막인 19세를 지난 20세에서 20세 초반에 이르는 (대략 23세에서 24세) 법적으론 성인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아직 경제적 독립을 이루지 못했다는 의미에서 성년에 이르지 못한 과도기적 시기도 함께 등장했다. 이 광범위한 나이대의 독자를 위한 문학은 당연히 기존의 아동문학이나 청소년 문학의 협소한 틀을 넘어설 수밖에 없었다.

이와 함께 대체로 소설이 대표적 장르였던 지난 시대와 달리 비허구적 장르인 에세이와 산문 혹은 문학적 산문을 비롯해서 시를 포함한 다양한 장르까지 확장되어나가는 추세도 한몫을 했다. 또한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정보화시대에 동영상을 포함 시각매체의 급격한 성장도 문학의 범주를 확장시켰다. 기존의 그림책과 만화책을 포함해서 최근에 각광을 받으며 놀라운 성장을 보이고 있는 ‘그래픽 소설’까지 문학의 영역, 좀 더 세부적으로는 ‘서사문학’의 범주에 포함되기에 이르렀다. 이중 ‘그래픽 소설’의 발전은 ‘청년문학’의 가장 독특하고 고유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만화 등을 포함한 시각적 매체에 민감하고 빠르게 반응하는 청소년기의 고유한 성격이 시각적 매체를 문학적 서사의 표현에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구구성의 변화, 매체와 기술의 발달로 인한 변화상황에 맞춰 청소년 문학은 현재 매우 빠르게 반응하며 성장하고 있다. 공식적 통계에 따르면 1999년에서 2005년 사이 25퍼센트의 판매 성장을 보인다. 한때는 문제아 소설이나 로맨스 정도로 국한되어 제한적인 관심을 받았던 청소년 문학은 이제 다양한 주제와 형식적 실험, 여러 가지 참신한 시도를 가능하게 해주는 어엿한 문학의 범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1990년대 이래 우수한 작품에 주어지는 상이 여럿 생겼고, 또 기존의 성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도 청소년 문학이라는 표제 하에 기꺼이 책을 써내고 있다.


청소년기는 문화와 사회의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시기이며, 따라서 이 시기에 놓인 독자는 변화무쌍하며 다양한 사회문화적 문제들에 노출되어있기 마련이다. 자아와 정체성과 관련되어 어린이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한 사회, 한 시대의 핵심부를 관통하는 문제들을 한꺼번에 노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 나이 대를 특징짓는 것은 가변성과 발전 가능성, 미래뿐 아니라 현재도 확정될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 긍정적인 희망의 싹이다. 신체적일 뿐 아니라 지적, 심리적, 문화적으로 모든 것들이 격변하면서도 특정되지 않지만 가능성을 담지하고 있으며 성숙한 인간이라는 모습으로 형태화 되는 과정을 다루는 청소년 문학은 따라서 기존의 가치를 부여하려고 하기보다는, 해당 독자의 필요, 그들의 요구에 예민하게 부응하며 그들의 관심사를 적극 반영하게 된다.


공식적인 조사에 따르면 미국 중학교 졸업반 학생의 반 이상이 가독력, 즉 문자해독력의 평균 수준 이하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독서능력이 떨어지는 독자들의 관심을 끌 주제를 흥미롭게 쓴 문학작품은 문학성의 문제와 별도로 현실적으로 절실해졌다. 단지 책을 읽는 것일 뿐 아니라, 독서를 통해 이해력도 향상시켜야 한다. 정서적으로 민감한 시기의 어린 독자들이 다른 매체들의 유혹 속에서도 책을 읽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주제와 형식을 찾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청소년 문학은 열린 장르이다. 독자가 자발적으로 읽고 싶은 책을 찾아 읽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분명 종래의 문학 장르와는 차별되는 전략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기성 문학이 작가 중심이었다면, 청소년 문학은 본질적으로 독자중심이다.


한편 독자의 관심에 맞추려는 것과 동시에 청소년 문학은 대상 독자의 특수한 성격상 청소년 독자들이 독서를 통해 자기 자신을 수용하고 자기 신뢰를 얻도록 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청소년기라는 변화무쌍한 시기에 놓인 독자는 여러 가지 삶의 문제들에 부딪히면서 연속된 긴장에 놓이게 될 수 있다. 자신의 개인성이 타인들 속에서 부각되는 것이 긍정적이지 만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청소년 문학은 개인의 고유성이 유별나거나 이상한 상황이 아니라, 오히려 보편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독자에게 확신시켜준다. 즉 우리 모두가 각자 고유한 존재이며 서로 다른 개인성을 갖고 있고 그것을 드러내 보이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줌으로써 자신의 고유한 개인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동시에 자신과 마찬가지로 다르면서도 고유한 개인들이 모여 이루어진 더 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스스로를 바라보도록 해준다.


나아가 고유한 개인으로서의 타자, 다른 사람의 다름을 적극 인정하고 수용하도록 해주는 역할도 한다. 타인과 자신은 다르고, 달라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생김새와 문화적 배경 등과 매우 다른 타인의 타자성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성인의 성숙함이 타자성에 대한 공감과 관용을 의미한다면, 아직 성인기에 접어들기 전이라 나와 타자, 세상에 대한 성숙한 시각을 갖추지 못한 청소년기의 독자들은 많은 경우 타자의 존재 자체를 낯설게 여기거나, 그들의 나와 다름을 불편하고 이질적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청소년 문학은 이런 상황에 처한 독자들이 서로 다른 개인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타인의 다름 때문에 소외받거나 낯선 대상에 이질감을 느끼는 것에 대해 유연해지도록 해준다.


무엇보다 청소년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진실과 대면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나이 어린 독자라고 해서 오로지 비현실적 환상만을 제공받을 순 없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세상, 아무리 그 모습이 아름답지 않아도 우리가 살아가는 진실을 대면하고 그 세상 속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간접체험 함으로써 성장기의 청소년이 성숙한 시민이 되기 위해 필요한 공동체 의식과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 시기의 독자는 소속감과 개인적 정체성에 관해 고민을 하는 중 자칫 자기중심적 유아론에 빠지기 쉽다. 청소년의 자기 중심성은 잘못된 것이라기보다는 성장기의 특유한 성향인데, 그것을 올바른 자기 확신과 정체성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통해 자기 또래의 주인공이 겪는 문제들과 선택지를 간접 경험함으로써 자신의 고민이나 문제가 자기만의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것임을 인식하게 되고 공감적 상상력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자기의식과 정체성도 발전시키게 된다. 또 책을 통해 롤모델을 발견함으로써 균형 잡힌 인식을 얻게 되고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 명칭에 대하여:

기왕의 ‘아동/청소년 문학’과는 다른 명칭이 필요할 것 같다. 대략 이 범주의 문학들이 드러내는 주제들을 보면 ‘예비 성인’에 가깝기 때문이다. 영어에서 ‘청소년 문학’은 ‘Adolescent literature’로 불려 왔다. 이것과 구별되는 ‘Young Adult’라는 표현이 담고 있는 새로운 함의를 전달할, 기존의 ‘청소년’과 차별되는 한국어 표현을 찾기가 쉽지 않다. 혹자는 ‘청년’이라고도 번역하는데 그럴 때는 한국문화의 ‘청년’이 담고 있는 성격이 너무 부각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청춘’이다. ‘청춘 문학’이라고 할 때는 나이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인생의 어떤 한 시절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 글에서는 ‘청춘 문학’이라는 번역어의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일단 현재 한국문단과 출판계에서 사용되는 ‘청소년 문학’이라는 구분을 받아들여 사용했다. 한글의 ‘청소년’이 청년과 소년을 아우르는 표현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새로운 범주로서의 위상을 적극 강조한다고 해도 번역어로서 크게 무리가 없으리라고 봤다.


**타임지 선정목록은 다음의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time.com/100-best-young-adult-books/

***한국에서도 기성문단의 중견작가들이 아동청소년 문학의 타이틀을 출간하는 일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특히 기성작가들이 꾸준히 아동문학을 시도해 온 사례는 무수히 많다. 아동문학과는 다른, 이 글에서 집중하는 형태의 청소년 문학에 해당되는 작품들이 등장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 분야의 선구적 작가로는 『완득이』의 김려령을 꼽을 수 있다.




*이 글은 모 문예지에 미국문학기획연재의 일환으로 쓴 것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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