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파이를 위한 우주

미국YA문학 기획연재 2 - 니콜라 윤, <태양도 별이야>

by 강 은


2016년을 결산하면서 YA문학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이 다양한 매체들에서 제공되었다. 청소년 독자대상의 문학은 대략 판타지와 추리물 그리고 로맨스물이 대부분이지만, 최근 동시대의 청소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학교생활과 입시, 가족문제와 연애관계 등 현재 당면하고 있는 현실적 고민들을 다루는 소설들이 베스트셀러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런 변화를 이끄는 21세기 미국YA문학의 프런티어 중 한 작가가 니콜라 윤(Nicola Yoon)이다

니콜라 윤

첫 소설 『모든 것, 모든 것』 (Everything, Everything, 2015)으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로 등극했던 작가 니콜라 윤은 자메이카 출신으로 로스앤젤레스에서 일러스트레이터인 한국계 남편과 딸을 기르며 살고 있다. 그녀의 두 번째 소설 『태양도 별이야』(The Sun is also a Star, 2016)도 지난해 베스트셀러 1위는 물론 전미도서상 청소년 문학부문에서 최종 심사에까지 올랐다. 수많은 독자 팬을 확보하고 있으며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활발히 소통을 하는 젊은 신예작가이다. 특히 니콜라 윤은 다인종 다문화 문학의 확산에 열정을 보이고 있다.


니콜라 윤의 개인 이력에서도 나타나지만, 한국인과 결혼한 흑인계 작가로서 그녀는 <다문화 도서 운동 We Need Diverse Books>에 적극 참여하면서 성인문학뿐 아니라 청소년 문학에서 인종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집단의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가령 첫 소설 『모든 것, 모든 것』은 18세 면역결핍증을 앓고 있는, 일본계와 흑인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소녀의 이야기다. 소녀는 병 때문에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처지이며 의사인 엄마와 개인 간호사의 도움으로 생활을 한다. 독서 이외에 다른 할 일 없이 집에서만 지내던 어느 날 옆집으로 이사 온 백인 남자아이와 친구가 되어 사랑의 소중함을 배워간다는 이야기가 주요 플롯이다.


소설 <모든 것, 모든 것>

니콜라 윤은 한 인터뷰에서 이 소설이 사랑과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감수해야 할 어려움, 그리고 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켜가야 할 사랑의 의미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주제는 두 번째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속되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자메이카 출신의 불법체류자 소녀가 우연히 한국계 소년을 뉴욕시 맨해튼 거리에서 만나 12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첫눈에 빠진’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에서 니콜라 윤은 현재 미국 사회에서 불거지고 있는 불법이민의 문제를 직접 다루면서 이 사회적 정치적 이민의 이슈가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직접 영향을 주는 지를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보통 이민자 문제를 문학에서 다룰 때는 이민생활의 험난함이나 향수 등을 특히 1세대 이민자의 경험을 통해 서술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소설에서는 이민자 부모를 둔 청소년들이 부모세대의 선택과 과오 등으로 인해 겪게 되는 자녀세대의 문제들이 전경(前景)에 배치된다.


니콜라 윤이 한 인터뷰에서 말한 바, 인종이나 이민문제를 문학에서 다룰 때 어떤 정치적 구호나 입장, 혹은 소수인종이나 주변인으로서 겪게 될 부당함을 내세우기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가령 보편적인 주제인 사랑과 또 미국 사회 내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대의 문제들을 다룸으로써 사회 정치적 문제를 문학의 틀에 담아낸다.


니콜라 윤의 소설이 갖는 특이함은 인종문제나 이민문제 등을 전면화하지 않으면서도 이런 정치적 이슈들이 개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매우 구체적인 생활과 경험의 디테일을 통해 그려내는 문학적 형상화이다. 가령 주인공 다니엘은 한인 이민자 부모를 둔 2세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으로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리라 예상되며 전형적인 한인 이민자 부모의 기대와 압박 속에서 부모가 원하는 대로 의사가 되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니엘이 진정 좋아하는 것은 시를 쓰는 것이다. 소설은 다니엘이 예정된 대학 면접을 위해 양복을 차려입고 약속 장소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는 늘 주머니에 작은 공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시상이 떠오르는 대로 시행을 만들어가곤 한다. 이 날도 전철을 타고 가면서 시를 쓰던 다니엘은 뭔가 일이 일어나는 대로 자신을 맡겨보고 싶다는 계획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길거리에서 이어폰을 낀 채 자신에게만 들려오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소녀 나타샤를 만나게 된다.


다니엘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독자는 나타샤를 만나게 된다. 나타샤는 자메이카 이민자의 딸로서, 불법체류자인 아버지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추방될 위기에 처해있다. 모든 걸 체념한 부모와 달리 나타샤는 자신은 미국 땅을 떠날 수 없고 자신의 미래를 무책임한 아버지 손에 맡겨 둘 수 없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이민국을 찾아간다. 이민국 담당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리는 나타샤에게 불법이민 전담 변호사를 소개해준다. 다니엘이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될 나타샤는 변호사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나타샤에게 호기심을 느낀 다니엘이 그녀를 따라 들어간 중고 레코드숍에서 둘이 대화를 시작하면서 서로에게 이끌려간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다니엘과 나타샤이지만, 작가는 이 둘의 연애 이야기에 조연 격인 인물들의 소외와 상실감, 사랑의 상처와 어떤 결단의 순간들을 솜씨 좋게 엮어 넣는다. 가령 이민국 빌딩에서 방문객의 소지품을 검사하는 일을 담당하던 아일린이 있다. 아일린은 낯선 방문객들의 소지품을 검색하는 시간을 일부러 지연시키면서 그들의 물건을 손으로 만지는 행위를 통해 소통하고 싶어 한다. 아일린은 삶에 절망한 나머지 자살을 계획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일린이란 인물은 조연이지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가상 미래로 설정된 에필로그식 결말에재등장해서 나타샤와 다니엘의 재회를 가능하게 해 준다.


나타샤와 다니엘이 변호사 사무실이 위치한 빌딩 옥상을 찾아갈 때 마주친 경비원의 이야기도 있다. 그는 얼마 전 부인과 사별한 뒤 상실감이 심한 나머지 종교에 귀의해서 허무감을 달래려 하지만 잘 되지 않던 중 어린 나타샤와 다니엘의 사랑을 곁눈질하면서 죽은 부인과의 옛사랑을 떠올리고 자신에게도 새로운 사랑이 가능할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런 사례들은 소설에서 아주 많다. 사소하게 등장하는 인물들이 나타샤와 다니엘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변주하면서 주조연들의 삶이 서로 어떤 식으로든 얽히고 영향을 주는 것으로 그려진다.


자신이 택한 이런 소설적 구성에 관해 한 인터뷰에서 니콜라 윤은 데이비드 크리스천의 <큰 역사 프로젝트 Big History Project>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 프로젝트는 간단히 말해 개별적으로 독립되어있는 기존의 학제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연구 방식이다. 가령 소설을 한편 쓰는 데는 단지 글을 잘 쓰는 것뿐이 아니라 다루는 사회의 역사와 문화, 정치, 과학 등 다양한 학문적 연구들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짐짓 무관해 보이는 영역들이나 개인들이 서로 결합되어있고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생각은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좀 더 긴밀하게 포착해줄 수 있는 이론적 틀이 된다.


이는 이 소설의 표제로 사용된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의 말, “만일 당신이 애플파이를 직접 제대로 만들기를 원한다면 당신은 먼저 우주 전체를 발명해야 합니다”라는 문장에 담겨 있다. 애플파이를 만드는, 매우 일상적이고 사소한 일에도 전 우주가 결부되어있다는, 언뜻 듣기엔 황당할지 모르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과학적 사실을 담고있는 말이다. 애플파이를 만들려면 사과와 밀가루 등 요리 재료뿐 아니라 오븐과 파이를 구울 그릇, 오븐을 데울 전기, 그 외 여러 가지가 필요하지 않은가. 그것들은 어디서 오는가. 하나의 우주, 작게는 한 사회가 없이는 애플파이 하나도 구울 수 없다는 너무 당연해서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진리이다.


이들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둘이 만나는 순간, 감정의 이끌림, 하루반나절의 시간동안 일어나는 그 찰나같은 사랑은 애플파이를 만들때 처럼 한 사회, 혹은 우주전체를 발명해야 가능한 것이었다.


소설쓰기에 대해서도 우린 이렇게 말할수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한 우주를 발명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나타샤는 여러 사람과 연결된 우연과 혹은 어떤 개인의 선택으로 인한 사건의 추이 속에서 추방되어 자메이카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다니엘과 나타샤는 헤어질 운명에 처하지만, 끝까지 그들의 감정을 지켜가도록 애쓴다. 그 과정에서 나타샤는 다니엘과 우연한 만남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고 다니엘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시인이 되는 것임을 자각하게 된다.


이 소설이 여타 청소년 문학과 차별되는 지점은 바로 결말이다. 쉬운 해피앤딩이나 모든 것이 다 괜찮으리라는 희망론이 아니라, 미래 혹은 희망은 그저 기다린다고 오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믿음을 가지고 노력을 해야 얻을 수 있고 설령 원하는 대로 삶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노력하는 것에 바로 진실이 담겨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런 주제는 소설에서 다니엘을 통해 인용된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시 <희망은 작은 새>에 함축적으로 잘 담겨있다. 시를 읽으면서 이 소설이 품어낸 희망이라는 깃털달린 작고 미약한 생명체를 상상해보자.


희망은 한 마리 작은 새
영혼 위에 걸터앉아
가사 없는 곡조를 흥얼댄다.
그칠 줄 모르는 새소리는


모진 바람 속에서 더 달콤하다.
이 작은 새가 겁에 질릴 만큼
사나운 폭풍 속에서도

그 곡조는 우리 마음을 따듯하게 해 준다.


나는 그 새소리를 아주 추운 땅에서,
아주 낯선 바다에서도 들었다.
아무리 절박한 상황에서도 새는 내게
빵 한 조각 청하지 않았다.




* 이 글은 미국문학연재기획 중 하나로 문예지에 수록된 글의 일부를 부분 수정한 것입니다.

**시 번역: 강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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