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0)종종 있는, 회색 빛 날들

by 메아리

종종 그런 날들이 있다

열심히 헤엄쳤지만 5L 수조 속 개구리이고

있는 대로 색깔을 끌어모아 이쁜 그림을 그리려고 했는데

색을 다 섞으니 검은색으로 변하는 날.

어떤 영화에서처럼 내 위에만 비구름이 오는 날.

나 혼자 무성 영화 속에 들어와,

내 손에 닿으면 빠지는 색을 보고 화들짝 놀라

자기 자신을 감옥으로 삼아버리는 날.

소리치고 싶어 입을 벌리지만

소리가 내장을 강타하는 날.

그런 날에 나는 미술관에 가서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사방의 벗어날 수 없는 울타리와

벌겋고 노란 시선들이

돌처럼 아프게 회색으로 바뀌는 것을 느끼며

시선이 닿지 않는 동굴로

돌팔매를 피해 들어가서야 겨우 숨을 돌린다.

프레임은 카메라처럼 따라붙고

눈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야

해도 달도 자는 잠깐의 찰나가 되어서야

겨우 눈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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