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통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작은 컵이 큰 컵 안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물을 채워본다.
그 안엔 인생이라는 수위가 점점 높아져가겠지.
바깥쪽 물에는 여러 잉크방울이 있다.
겪은 만큼 빨갛고 파랗고 검은 것들이 별처럼 있다.
안쪽 통이 회전한다.
마치 갈팡질팡하는 마음처럼
별이 흐려지다, 다시 보이다가, 다시 섞이고, 또 보인다.
느리고 안정적이게 회전할 때만…
점점 빠르게 움직인다.
바깥쪽은 모두 섞여 회색이 되어버리고
전체가 V8엔진처럼 부드럽게 가속하다가
어느새 방향도 모른 채 섞인다.
중심도, 어디로 가야 하는 것도 모른 채.
물만 계속 들어오고
올라가고 내려오는 길도 몰라
흙탕물 안에서 익사할 것을 예상하면서
누군가는 물을 콸콸 부어 맑게 하거나
누군가는 회전하는 안쪽 컵을 멈추어버리거나
누군가는 그 흐름에 여기저기 흔들리고 부딪히며
자기 자신도 잃어간다.
몸을 가누지도 못하지만
감히 원한다.
이 흐름 전체를 알아차려야 괜찮아질 거라고 느낀다.
그러나 그 방법조차 명확하지 않다.
내 과거는 혼돈스러운 흐름에
나 또한 언제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지 모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