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1)<내면의 씨앗>

by 메아리

사람의 마음을 땅이라고 생각하자.

태어났을 때, 그 땅엔 아무것도 살아있지 않다.

양육자는 땅을 갈고 바람이 드나들게 하고

미생물이 생기는 것과 같을 것이다.


어느 날, 그 땅에 어떤 씨앗이 심긴다.

그 씨앗은 양육자의 과실이다.

단풍나무일 수도, 바오바브나무일 수도 있다.

양육자가 느끼는 그대로 뿌리고 물을 주며

따뜻함, 혹은 냉기나 무심한 눈빛이 새겨진다.

그에 맞추어 점점 뿌리가 자라고, 싹이 튼다.


좋은 땅과 씨앗을 받으면 바람에도 튼튼하다.

그러나 쭉정이 씨앗에 황량한 땅,

파헤쳐져도 모래처럼 흘러내리는 이곳은

숨을 곳조차 안 되는,

두더지도 드나들지 않는 끔찍한 곳이다.


이제 우리는 안다.

이제 이 땅과 나무는 내가 가꾸어야 한다는 것을.

폐허 같은 땅 앞에서 주저앉아 목놓아 울더라도

결국 곡괭이를 들어야 하는 것을. 내가.


그들에게,

황량한 언덕에서 하루 한 줌의 도토리를 심어

스무 해 뒤 울창한 숲을 만든

한 늙은 양치기처럼,

그 힘과 꾸준함이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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