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바라볼 입력장치가 고장나있는 상태라,
부득이하게 다른사람에게 확인받을 수 밖에 없다.
오늘도 나는
오폐수라고 생각했던 것을 모두 게워내고 있었다.
그 때 내 앞에 앉아있던 분이 나에게 말했다.
"이제 내면에 씨앗이 하나 심긴거네요."
뭐라 할 수가 없었다.
왜냐면 내 계기판에는 항상
빨갛고 노란 것들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정상이라고 말하는 초록색과 안정적인 깜빡거림은
무서울 정도로 어색했다.
지금 이 느낌을 물어보자 곰곰히 느껴보다 대답한다.
"평생을 동굴에서만 살다가 동틀 때 나와서
발갛게 피부를 물들이며 살며시 온기를 주는 햇빛이
이 따뜻함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0.1도만을 올려주는 온기에
몸을 굳히고 있다가 이제야 겨우
이게 따뜻함인 걸 알게 된 느낌이다"
그 씨앗이라고 한 행동과 느낌은 고작
나 자신이 한 작은 행동을 성공했다고, 인정하는 것.
그리고 나는 그저 살아있을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