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말랑말랑 24화

까만 눈사람

by 김일영



이슬비 소리 없이 살살 내려요

골목에는 눈사람이었던 눈더미

눈도 코도 입도 잃어버리고

누굴 기다리니 까매진 눈사람

호호 손을 불며 너를 만든 언니는

멀리 이사 가서 오지 않는데

웃는 얼굴 둥근 얼굴 잃어버리고

담에 기댄 채 무슨 생각 하고 있니


봄비는 보슬보슬 조용히 내리고

너는 녹아가네 작아져가네

비를 타고 갈 거니 어디로 갈 거니

강이 될 거니 바다가 될 거니


다시 겨울이 오면 눈으로 내려와

둥근 얼굴 웃는 얼굴 눈사람으로

내가 다시 하얗게 만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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