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비 소리 없이 살살 내려요
골목에는 눈사람이었던 눈더미
눈도 코도 입도 잃어버리고
누굴 기다리니 까매진 눈사람
호호 손을 불며 너를 만든 언니는
멀리 이사 가서 오지 않는데
웃는 얼굴 둥근 얼굴 잃어버리고
담에 기댄 채 무슨 생각 하고 있니
봄비는 보슬보슬 조용히 내리고
너는 녹아가네 작아져가네
비를 타고 갈 거니 어디로 갈 거니
강이 될 거니 바다가 될 거니
다시 겨울이 오면 눈으로 내려와
둥근 얼굴 웃는 얼굴 눈사람으로
내가 다시 하얗게 만들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