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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C Nov 07. 2019

몬주익(Montjuic)

‘유대인의 산’이라는 뜻

  나는 운동에 자질이 전무하며, 체력도 부실하고, 끈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마라토너는 내게 언제나 존경스러운 존재 중 하나이다. 1992년 황영조(1970〜)는 바르셀로나에서 대한민국 국기를 달고 최초로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따냈다. 

  당시 나는 바르셀로나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저 블루마블 게임(세계여행 게임)을 하다 알게 된 스페인의 도시라는 것이 내 지식의 전부였을 것이다. 하지만 황영조의 마라톤 경기를 지켜보며 언젠가는 바르셀로나에 가겠다는 꿈을 꿨다. 아름다운 바르셀로나를 보여주는 그 경기는 전혀 지루하지 않은, 오히려 볼 것이 너무 많은 마라톤 경기 중 하나였다.

  그때의 느낌을 되살리려 일정 중 하루를 황영조가 뛰었던 길을 따라 가보기로 했다. 물론 대부분의 길은 내 다리가 아닌 다양한 교통수단을 사용했다. 몬주익 언덕 아래 내려 황영조가 들어섰던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골인했지만 나는 계속해 언덕을 올랐다.


  그리고 몬주익 언덕 꼭대기, 몬주익 성에 올라 바르셀로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 급경사도 아니었고, 다양한 교통수단을 사용했으며, 그나마 내 다리로 걸을 때에도 걷다 서다 주저앉아 쉬다를 반복하며 올라온 주제에 마치 바르셀로나를 정복한 듯한 기분이었다.

  유럽의 장점 중 하나는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몬주익 언덕은 바르셀로나 최고의 지역이다. 중세 시대에 지어진 성을 등지고 서면, 초현대식 항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어느새 어두컴컴해진 몬주익 언덕을 내려오는 길에는


<국립 까딸루냐 미술관(Museu Nacional d'Art de Catalunya)>에서 펼쳐지는 분수 쇼도 봤다. 

분수가 치솟아오를 때마다 물방울이 바람에 날렸다. 

음악은 공기의 진동을 타고 몰려와 온 몸의 세포를 뒤흔들었다. 

눈을 뗄 수 없는 휘황찬란한 불빛 속에서 물방울들은 연달아 색깔을 바꾸며 흩날렸다.


연인들, 친구들, 관광객들……. 

모두가 분수를 바라보며 한여름 밤의 바르셀로나를 즐겼다.


잠시 분수쇼가 멈춘 사이 바로 옆 공터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지? 

고개를 갸웃하는 내 앞에서 아이들은 손을 잡고 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분수쇼와 함께 음악이 시작되자 춤도 시작되었다. 

운이 좋았다. 

까딸루냐의 민속춤인 사르다나(sardana)였다. 

축제가 있을 때나 일요일 대성당 앞에서 사르다나를 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었다.


우리나라의 강강술래가 생각났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한밤중 번화가에 모여 강강술래를 추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과연 춤을 출 사람들이 모이기는 할까? 

하지만 그 아이들은 너무 자연스럽게 사르다나를 추며 신나게 웃고 떠들었다. 

전통은 계승하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처럼 일상에 스며들게 만들어야 되는지도 모르겠다. 

모두들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춤을 추다가 갑자기 끝나버려 당황스러웠던 사르다나를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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