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네크 이 몬타네르의 대표작
<안토니 타피에스 미술관(Museum of the Antoni Tapies)>은 누구나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운 건물이다. 옥상에 거대한 철사뭉치가 서로 얽혀서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 철사뭉치는 <cloud and chair>라는 제목을 가진 몬타네르의 작품이다. 몬타네르는 미술관의 건축가이기도 했다.
바르셀로나는 유난히 천재가 많은 도시이다. 피카소, 미로, 가우디……. 천재들과 같은 시대를, 같은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건 나 같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영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천재가 하필이면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나는 모차르트에 대한 살리에리의 열등감과 질투에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사람이다.
몬타네르는 가우디와 동시대에 태어나 바르셀로나에서 함께 활동했다. 하지만 몬타네르(Lluís Domènech i Montaner, 1850〜 1923, 스페인의 건축가)는 가우디에 대한 열등감으로 자신의 재능을 썩히거나, 자신의 인생을 좌절하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재능을 믿고 끈질기게 열성을 다해 가우디의 옆에 서려 노력했다. 그렇게 당당했던 몬타네르 덕분에 화려하면서도 경박하지 않고, 우아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까딸라냐 음악당이 탄생했다.
<까딸라냐 음악당>은 겉모습만으로도 가우디와는 또 다른 독창성으로 가득했다. 내부 관람코스도 있었지만 공연을 보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기타공연밖에 없었다. 솔직히 난 관현악에는 그리 취미가 없다. 발레나 뮤지컬이 내 취향이다. 내 예술적 감상능력은 질이 낮은 편이어서 시청각 자극이 함께 이루어져야 겨우 감각이 깨어난다.
모두들 저녁식사를 하고 왔을 공연 시작시간. 조용하고 감미로운 기타선율. 아니나 다를까, 공연이 시작된 지 10분쯤 지나자 조는 사람이 한두 명씩 생기기 시작했다. 나도 노력했지만 버텨내기가 힘들었다. 최선을 다해 공연하고 있는 연주가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 노력했지만 자꾸 눈이 감겼다. 잠을 깨기 위해 고개를 젖힌 순간, 어둠 속에서도 천장의 무늬가 보였다. 난 고개를 한껏 젖히고 천장만 올려다보았다. 그 우아한 타일을 바라보자 서서히 잠이 달아났다.
그렇게 몬타네르는 연주가에 대한 예의를 지킬 수 있도록 나를 도왔다.
가우디는 홀로 혁명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혁명을 완성한 건 가우디의 천재성에 주눅 들지 않고 노력했던 다른 건축가들이었다. 천재로 기억되지 못하는, 세월이 흘러 점점 이름이 잊히는 바로 그들이 개성 넘치고 아름다운 건물로 가득한 도시, 바르셀로나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