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짧은 글
외할머니랑 통화할 때마다 다음 계절에는 꼭 만나자고 말씀드린 게 수없이 반복되어 벌써 1년 3개월이 흘렀다.
이번 주쯤 화이자 백신을 맞으신다길래 오늘 연락을 드려봤지만 5월로 미뤄졌다고 하신다.
다음 주에 시험이라고 말씀드렸더니 하얀 건 글자요, 검은 건 종이라고 하신다. 그것만 알면 충분히 만점을 맞을 거라고.
할머니가 많이 보고 싶다. 차창 밖으로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전해드리고 황급히 떠나는 그런 날이 아니라, 할머니 댁 앞의 인도 식당에서 그동안 묵혀온 이야기를 하하호호 나누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날이 오면 그곳까지 30킬로미터를 단숨에 달려갈 수 있을 것만 같다.
-2021년 4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