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네팔
* 이 여행기는 2015년 네팔 지진이 일어나기 이 전에 여행한 기록입니다. 사진 역시 지진 이 전의 모습입니다.
아침 골목길로 나와보니 일상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이른 아침이라 아직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햇살로 군데군데 어둠은 남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를 쳐다보고 나는 그들을 지켜보던 우린 서로 구경꾼이 되었다. 그들은 미소 지으며 나를 지나쳤다. 나도 그들을 웃으며 지나쳤다.
카트만두를 지나 포카라를 향해 가는 길, 카트만두보다는 깨끗하다는 말을 믿고 상상을 해 본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이 펼쳐진다. 우리나라 시골 국도의 반의 반도 따라오지 못할 길을 가는데 이름하여 고속도로였고, 그래도 톨게이트가 있어서 돈을 주고 지나갔다. 그 톨게이트 정말 귀엽고 웃겼는데 아쉽게도 그걸 찍지 못했다. 미처 상상하지 못한 광경이었지만, 이 나라 사람들의 일면이 느껴져 재밌고 귀엽고 한편 사랑스럽게도 느껴진다.
가다 보니 차를 정차한다, 휴게소. 이번 네팔과 인도 여행을 하면서 가장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이 아마 화장실이었던 것 같다. 걱정이 가득한 마음으로 내린 휴게소였는데, 어라? 제법 깨끗하게 단장이 되어있다. 이제 화장실만 깨끗하면 된다. 나름 미직거리면서 먼저 다녀온 사람들을 통해 화장실 상태를 점검해보니 갈 만하다는 것이다. 용기를 내어 들어간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기 화장실 정도면 아무런 걱정을 안 해도 될 만큼 좋은 곳이었다. 우리가 여행 내내 다녔던 엄선된 화장실에 비하면.... ^^
포카라를 향해 가는 길, 굽이 굽이 끝도 없이 산을 돌아가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내내 창밖을 보며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보기에 너무 딱한 광경들이 끝없이 펼쳐져 불편한 마음에 어쩔 줄을 몰랐다. 도로 가의 집들이 특히 그러했다. 시꺼멓게 변한 집과 집기 그리고 사람마저 시커먼 모습에, 아이나 어른이나 머리는 잘 정돈되지 않은 모습의 풍경들. 배경으로 서 있는 풍광과는 대조적인 모습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히말라야에서 흘러나온다는 맑고 깨끗한 풍부한 물이 사람 사는 곳과 불과 10미터도 되지 않는 곳에서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길가의 까맣고 기어들어갈 만한 집, 그리고 그 속에 그림으로 자리한 사람들의 모습.
아침, GRAND HOTEL이라는 곳을 출발합니다. 근데 조~오기 늘어놓은 작은 화분들의 용도를 지금도 모르겠네요. 저 큰 차가 저 둘레를 어렵사리 회전하던데, 도대체 이유가 뭐였을까요?
GRAND HOTEL 정문에서 바라본 길, 호텔 주변 풍경치 고는 참 편안합니다. 아님 이름만 호텔이거나 ^^
카트만두에서 출발해 포카라로 이동 중에 만난 휴게소인데,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저걸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띄었다는 그런 전설이...... 저기서 화장실에도 가고, 무언가 사 먹기도 하고.......
주유소 풍경인데^^
버스 창 밖으로 무수하게 지나쳐가는 풍경입니다. 생각이 많아지게 만드는 여행이 될 수밖에 없어요.
히말라야에서 시작한 저 물이 집 뒤로 저렇게 내려옵니다. 아침마다 저기서 있는 빨래 없는 빨래 다 가져다가 팍팍 두드려 빨고 애들까지 씻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잡혀가려나? ^^
네팔의 화물차는 모두 저렇게 요란하게 치장을 하고 다닙니다. 참 신기했습니다. 저마다의 안전을 기원하는 그들의 마음과 기원이 그득한 그들의 재산 같습니다.
가다가 차를 세우고 맛있는 귤을 샀습니다. 지금껏 먹어본 귤 중 최고였다는 모든 사람들의 평가를 당당히 공개합니다. 저 아주머니 너무 신났습니다.
엄청 자동차들이 밀려 있었어요. 알고 보니 그들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벌이는 데모였습니다.
세상에나! 네팔 사람들, 살아있네 살아있어!!
데이비스 폭포라는 곳, 저기를 들여다보면, 아마 뼛속까지 공포심이 올라올 겁니다. 더구나 어두컴컴하게 해질 때 한 번 가보세요.^^
"나 같으면 물가에 솥을 걸고 불을 때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박박 씻기고 머리 감기고 빨래도 방망이로 팍팍 두드려 빨겠다"
"그럼 환경오염 되잖아요"
"지금 이 판국에 환경오염이 대수야?"
"하긴...."
"남자들은 하나 같이 일을 안 해, 서너 명씩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저리 하고 노는 거야?, 여자들만 뭐라도 하는 구만 뭐!"
"크크크, 보시기가 안타까우신가 봐요?"
"뭐라도 좀 하지!"
옆에 않은 동료와 지나가면서 푸념처럼 몇 차례 읊어댔던 이야기다. 우리 이방인의 시선에 비친 그 모습, 우리가 과연 그들 삶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있겠냐만, 그래도 우리 눈에는 연신 안타까운 모습으로 비치니 그도 참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잘 다닐까? 무슨 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낼까? 학교는 멀까? 걸어 다닐까? 상급학교 진학도 할까? 책 같은 것도 읽을까? 등등 도저히 알 수 없는 그런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지만, 어찌 보면 그들이 삶 속에서 이런 것들은 전혀 필요 없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굽이굽이 도는 길, 인간의 삶과 자연의 웅장하고 깨끗한 대조 앞에 나의 시선을 연신 고정시키게 만드는 것은 지나가는 트럭들이 보여주는 하나같이 화려한 치장이었다. 화장을 짙게 한 것 같은 그들이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끝도 없이 비껴갔다. 그들 차량에는 무사 안전과 복이 들어오길 기원하는 그런 소망을 담은 부적이나 상징물이 부착된 것 같았다. 그리고 화물차의 이런 화려한 치장은 인도의 대도시쯤에 들어섰을 때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졌던 것 같다. 무슨 수목한계선 마냥 그렇게 분포도가 다르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나쳤다.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차량이 멈춰 섰다. 길 가 시장이었다. 오렌지를 샀다. 아주머니는 너무 신이 나셨는 지 좋아서 연신 입이 헤 벌어지신다. 여행하면서 이렇게라도 웃음을 뿌리고 가니 그 또한 여행의 즐거움 이리라. 포카라 가는 길에 맛보았던 오렌지의 맛은 잊지 못할 것이다. 품질 개량되고 껍질 야들하고 반질반질 먹기 좋은 우리나라 귤과는 달랐던 맛. 이에 비하면 자연 그 자체의 순수한 맛을 가진 그야말고 오가닉 오렌지였다.
그러나 즐거움이 미쳐 가시기도 전, 잘 달리던 차가 멈춰 선다. 지금껏 보던 광경과는 다르게 제법 평지도 보이고 집들도 어느 정도 안정감이 느껴진다. 하루 사이에 꽤 저렴해진 낸 눈, 그 앞에 제법 부자같이 느껴지는 집들이 보여 안도의 한 숨이 느껴질 무렵이었다. 저 앞에 길게 늘어서 있는 자동차의 행렬, 기다려도 갈 생각을 않았다. 내려서 한 참 걷다가 와도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자동차, 궁금해진다. 데모를 하는 거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 시간 허락받고 데모했고, 정확하게 한 시간 후에 행렬을 푼단다. 네팔의 시골 길을 달리다 생뚱맞게 데모 때문에 한 시간을 지체하다니, 웃기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덕분에 시골 사람들과 서로 구경 실컷 했다. 알고 보니 거긴 시골도 아니었고 제법 큰 도시라고 했다.
아침부터 종~일 달려 우리가 도착한 포카라, 페와호수로 갔다. 보트를 탔지만 엄청난 고소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나는 휑하게 펼쳐진 물을 공포스럽게 느껴지지 않도록 내 마음과 죽을힘을 다 해 싸워야 했다. 보통 물에서는 이런 공포를 느끼지 않는데, 페와 호수에서는 무서웠다. 페와 호수 (Phewa Lake)는 이 일대가 바다에서 육지로 변할 때(약 20만 년 전) 남겨진 호수라고 읽었다. 네팔 중서부 지방에서 제일 크다고 하는데, 북쪽의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 등 산에 쌓인 눈이 녹으면서 생긴 많은 골짜기들이 있고, 페와호수는 이러한 골짜기 물이 모여서 생긴 자연호 수라 한다.
날씨가 맑아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 등 그 이름도 유명한 히말라야의 각종 봉우리가 손에 잡힐 듯이 보였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히말라야를 바라보면서, 고요한 호수 위 작은 보트에 앉아 마치 내 몸이 태곳적 신비와 교감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다행히 눈 앞으로 옆으로 한두 척의 보트가 지나쳐 현실감을 잃지 않게 해 주었지만, 고요한 호수의 속삭임이라도 들리는 양, 보트 위에서 노 젓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고요하고 생경한 느낌이었다. 그들의 묵직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고요함과 긴장감, 움직일 수 없는 보트 안에서 너무나 광활하게 느껴지던 자연의 에워싸임. 거대한 자연 앞에 맨 몸으로 앉아있는 느낌, 그러나 저 멀리 보이는 히말라야 산봉우리 덕에 두려움을 잊을 수 있었다. 오직 노 젓는 아저씨 한 분에 내 생명을 가없는 마음으로 의지하고.......
어두워져 찾아간 데이비스 폭포, 나는 무서워 못 봤지만 제대로 본 사람의 말에 의하면 두려움 그 자체의 폭포 같았다고 한다. 데이비스라는 사람이 휩쓸려 내려간 뒤로 그렇게 불려졌다 하니....... 폭포라 함은 위에서 물이 떨어지는 법인데, 이 폭포는 땅 속으로 물이 꺼지는 이상한 지형이라 한다. 호기심 많은 동료가 저 아래 천 길 밑으로 연결된 그 구멍을 잠시라도 보고 온 모양이었다. 지옥이 저런 느낌 아닐까? 란 느낌에 너무 공포스러웠다고 한다.
깜깜해진 밤, 한국 같았으면 광명 천지였을텐데, 어디를 가나 해가 지면 너무 어둡다. 어두워지면 자연스럽게 집이 생각나듯이 숙소가 생각난다. 종일 달려온 피곤한 몸을 눕히고 싶다. 몸음 씻고 싶다는 단순한 욕구였지만 마음은 포카라를 오면서 봤던 길 가 사람들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생활할 수 있는 것인지, 내가 모를 무엇이 있는지 납득당하고 싶다.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하루 동안 입력된 충격과 정보는 어제 이어 또한 자극적이었다. 지금도 산 길을 돌아 내려가며 보았던, 움막 하나에 의지하고 겨우 서 있던 한 생명의 실루엣을 잊을 수가 없다.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으로선.